도시의 저녁
인생이 가렵고 쓰라린 이들이
조그만 썽태우에 고단한 하루를 구겨 싣고서 귀가한다.
도시의 저녁불빛들은 너희들의 노래
그리고 희망
사판아래 어지럽게 널부러진 무지랭이들의 판잣집
사판을 끼고 도는
시커먼 기름먼지 뗏국물의 도랑은 흐르지 않는듯 잠잠하고
덩그러니 커다란 위성 안테나 한 개가 이리저리 쪼개지고 덧 댄 판잣집들 사이에
생뚱맞다.
쌔애앵 하고 지나다니는 차들의 도로가에는
두껍게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시들해져 버린 커다란 바나나 잎사귀들 사이로
무겁게 추욱 늘어진 바나나 꽃 한송이.
한 번 꽃잎이 피었다 진 자리 마디 마디엔
한덩이의 바나나가 영글기 시작하면서.
나를 따 먹고 말지 뭐 할려고 사서 고생하며 돈버냐고 혀를 끌끌 찬다.
그렇다면....
나도...
길거리 육교밑에 똬리를 틀고 나자빠진
행려자들의 행복을 돈사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