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의 사랑에 관한 보고서
사랑이 참 우습지요.
나이 25에 그녀석은,
예배시간마다, 이쁘게 반주를 하는 참한 소녀에게 흠뻑 빠져 들었습니다.
박식하고 선량한데다가 후덕한 녀석이었지만, 딱 한 가지...
아주 조그만 흠이 있었기 때문에...
게다가 6살 차이라는 엄청난 나이차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에...그것은 사랑처럼 보일리가 없었습니다.
소녀는 애써 피해 다녔지만, 그럴수록 녀석은 더욱 애가 타서
저녁예배가 끝나기 무섭게 예배 반주를 마치고 나올 소녀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소녀는 그녀석이 너무 무서워 더욱 피해 다녔고, 녀석은 진심을 몰라주는 소녀에게
간절한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지혜를 얻고자 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교회엔 흉흉한 소문이 나고...
녀석은 어린 소녀에게 추근대는 변태로 낙인 찍히고 말았습니다.
아무도 녀석에게
[너는 약간의 흠이 있는 건데. 그런건, 장애인이나 마찬가지야. 넌 저런 예쁜 소녀를 좋아해선 안되]
라고 드러내 놓고 말하지 않았고
[나이차가 너무 나잖아. 그리고 저 소녀는 아직 고3인걸. 어떻게 애를 좋아한다고 쫒아 다닐 수 있어.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 될거야. 지금은 그저 어린 객기일지도 몰라]
라고 녀석을 다그치기만 했습니다.
그때 그녀석은 대학의 [사랑학]강의와 논문을 열심히 읽어가며
자신의 심장을 도려내고 있는 그 실존에 대해 처절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녀석이 읽은 책은 벽 한쪽을 빼곡히 채우고도 남을 정도 였습니다.
그리고...길지도 않았습니다.
서너해가 지나자. 그 교회에서 사역하시던 30대의 전도사님께서 12년 나이차가 나는 고3과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그 녀석의 친 형님도....
갓 고등학교를 졸업해, 12년 나이차가 나는, 어린 소녀와 약혼식을 올렸습니다.
그 녀석의 사랑 앞에선 모두 변태라 나무라고 혀를 차던 사람들이....
그 녀석의 형님의 결혼에도 , 전도사님의 결혼에도 절대로 비난하지 아니하고 모두들 축복해 주었습니다.
그녀석의 형님과 전도사님 두 분은 죽마고우처럼 아주 가까운 벗이었는데,
그래서 였는지 두분의 결혼은 아주 흡사하기 까지 했습니다.
그것을 지켜보며 바로 서너해 전만해도 자신을 비난해 대던 사람들이 오히려 축복하는 모습에
그녀석의 마음은 어떠했을지....
먼 훗날. 그녀석은 이름 모를 여자와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둘이나 낳았습니다.
지금은 그녀석은 아이가 넷 입니다.
낳은 아이 둘에다가, 부모없는 아이 둘을 더 입양하고 조용한 시골에서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그녀석의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은 아프지 말아야 하는 것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