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내 꿈은
휴일에도 할 일이 있어서 늘어진 늦잠도 겨우 포기하고 챙겨나왔더니,
정비소는 이미 사람이 많더라구요.
점심먹고 다시 오란 말을 듣고, 집 옆 대학가 맛집을 검색해서 점심을 혼자 먹었어요.
조용히 앉아서 일이나 좀 해보려고 했더니 핸드폰 밧데리가 20%.. 경고.. 빨간색..
핸드폰 없이는 못하는 일이라서 일은 포기하고 예상보다 일찍 식당을 나왔어요.
대학가니까, 육개월 넘게 살면서 한 번도 구경하지 않은 대학 캠퍼스를 구경해보기로 했지요.
근데 너무 덥고 햇빛이 뜨거워서
눈 앞에 보이는 '박물관'으로 들어갔어요.
시원할거란 예상과는 달리, 별로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이런저런 볼거리가 많아서 좋았어요.
그 중 제일 저를 흔들었던 전시물 하나 소개할게요.
[모바일 배려]
어릴 때 내 꿈은
도종환
어릴 때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뭇잎 냄새 나는 계집애들과
먹머루빛 눈 가진 초롱초롱한 사내녀석들에게
시도 가르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려 주며
창 밖의 햇살이 언제나 교실 안에도 가득한
그런 학교의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플라타너스 아래 앉아 시들지 않는 아이들의 얘기도 들으며
하모니카 소리에 봉숭아꽃 한 잎씩 열리는
그런 시골학교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는 자라서 내 꿈대로 선생이 되었어요
그러나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침묵과 순종을 강요하는
그런 선생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밤 늦게까지 아이들을 묶어 놓고 험한 얼굴로 소리치며
재미없는 시험문제만 풀어 주는
선생이 되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옳지 않은 줄 알면서도 그럴 듯하게 아이들을 속여넘기는
그런 선생이 되고자 했던 것은 정말 아니었어요
아이들이 저렇게 목숨을 끊으며 거부하는데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편이 되지 못하고
억압하고 짓누르는 자의 편에 선 선생이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어요
아직도 내 꿈은 아이들의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거에요
물을 건너지 못하는 아이들 징검다리 되고 싶어요
길을 묻는 아이들 지팡이 되고 싶어요
헐벗은 아이들 언 살을 싸안는 옷 한 자락이 되고 싶어요
푸른 보리처럼 아이들이 쑥쑥 자라는 동안
가슴에 거름을 얹고 따뜻하게 썩어가는 봄흙이 되고 싶어요
왜 그리도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