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시끄럽지 않게 청와대 떠나라
이 질문은 단순히 구조실패를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해난사고 초기구조 역할을 담담해야 할 승무원과 해경의 초기대응은 재앙에 가까울 정도로 비행과 실패의 연속이었다. 처음에 나는 그런 말도 안되는 초기대응이 기술적인 결함과 훈련부재, 재난 및 위기관리시스템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 줄 알았었다. 하지만 서해남부해상에서 발생한 하나의 해난사고가 세계사에 기록될만큼 대참사로 발전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 사건은 ‘구조실패를 동반한 안전사고’ 가 아니라 한 나라의 거대한 이권카르텔이 주도한 대학살극이라는 결론에 이르게됐다.
단순히 사고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면, 그 사고의 원인이 이권카르텔이 만들어 낸 100 퍼센트 인재라고 하더라도 기술적으로는 (technically) 학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악스럽게도 세월호 대참사의 악마적 본질은 사고과정이 아니라 구조과정에서 훨씬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데 문제가 있다. 지난 4 월 16 일 오전 사고가 발생한 이래 약 열흘 정도에 걸쳐 전개된 구조과정에서 벌어진 디테일들을 관찰한 사람이라면, 그래서 왜 어린 아이들을 대거 포함한 302 명 + 알파 에 달하는 고립인원 중 단 한 명도 구조할 수 없는 결과가 나타났는지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쯤 제 정신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양심의 충격’을 겪고 있어야 정상일 것이다.
이 사건 저편에 시커멓게 드러나고 있는 불길한 먹구름같은 의혹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악마적인 것이어서 그 실체가 온전히 모습을 드러낼 경우 우리는 더더욱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 상처를 입게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제부터 대한민국의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미필적 고의에 의한 학살만행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일부 관료조직과 민간업체의 카르텔이 빚어낸 참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무슨 책임이냐는 소리를 하는 데, 그런 사람들은 말로만 대한민국을 사랑한다고 하지 말고 헌법을 한 번 이라도 읽어보기 바란다. 헌법 제 66 조 4 항에는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해있다’ 고 명시되어 있다. 대통령 중심제를 하는 나리에서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은 정부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존재다.
박근혜 씨는 지금까지 자기를 삼권분립 위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빅토리아 여왕인 줄 알고 있다가 어제야 비로소 “이번 사건에 대해 무한책임을 느낀다” 는 사람같은 소리를 처음으로 했다. 아직 진상의 실체가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만일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고 있는 ‘그 무엇’이 사실이라면 박근혜 정부의 만행은 경우에 따라 반인륜범죄에 버금가는 행위로 지탄받을 수도 있다. 박근혜 씨는 어제 한 자신의 말마따나 자신이 지휘하는 정부의 단위가 저지른 ‘반인륜 범죄’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처음부터 해경 등을 포함한 관료조직과 구난-인양-보험업체의 이익관계가 구조활동을 미필적으로 방해하고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건 구조현장에서 독점계약을 준 구난업체와 민간 자원봉사자들 사이에 예기치 않았던 갈등이 벌어지는 바람에 사고 첫 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경악스런 현장을 실종자 가족들에게 발각되어 ‘학살극’의 최초의 단서들이 세상에 폭로되는 사태였을 것이다.
박근혜 씨가 다음 날 부랴부랴 진도로 달려내려가 봉변의 위험을 무름쓰고 실종자 가족들이 집결해 있는 진도체육관에 낯짝을 내민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적어도 첫 날은 광고사진을 찍으러 내려 간 것이 아니라 예기치 않은 사태에 위기감을 느끼고 그야말로 안색이 노래져서 허겁지겁 달려갔을 것이다.
만일에,, 정말 만일에 이 날 박근혜 씨가,,, 비록 만 하루를 허비하는 천인공로할 대죄를 이미 저지르기는 하였지만,,, 대통령으로서의 긴급명령권을 발동하여 민간업자와의 독점계약을 파기시키고 해군 함정 두 척으로 하여금 전복된 세월호를 고정시키게 해 부력을 유지하면서 해군과 해경의 현역인력은 물론, UDT 및 SSU 출신의 민간잠수사들에게 동원명령 (긴급국가재난사태와 관련하여 얼마든지 명령권을 발동할 수 있다) 을 하고 상설기구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하여금 소집된 인력과 자원, 장비를 조직하고 활용할 수 있게 비상대권을 부여하는 조치를 취했더라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이런 조치들을 사고 당일 내렸더라면 승선자 거의 대부분이 구조되었을 지도 모른다.
재난관리와 구조활동을 주도하고 책임지는 법적주체는 정부다. 재난관리를 책임지는 정부기구는 해군 해경 은 물론이고 구난업체 등 구조기능을 보유하고 있는 민간인들에게도 협조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재난대응을 위해 편성된 정부기구를 제대로 가동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정부의 하부단위가 제멋대로 계약한 민간업체가 자기 기업의 이익을 위해 구조활동 전반을 왜곡시키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카르텔 정상에 박근혜 정권의 정상급 인사들이 관련되어 있거나, 박근혜 정권 자체가 카르텔의 한 부분이거나 둘 중의 하나가 아니라면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
2014 05.05 22:30 (MST) sarnia
추신) 한 가지 덧붙일 말이 있다.
누군가도 비슷한 말을 했지만,, 내가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본 영상 중 가장 충격적인 것 하나를 꼽으라면, 고 박수현 군이 남긴 17 분 짜리 동영상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이 아이는 배가 결정적으로 기울어 진 오전 8 시 52 분 경부터 친구들과 함께 약 17 분 정도 동영상을 찍었고, 배가 완전히 전복되기 18 분 전인 오전 10 시 11 분 몇 장의 스틸사진을 남겼다. 특히 거의 마지막 순간에 찍었을 그 흔들린 사진들은 영원히 나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이 아이 이야기 하니까 그 시간 다른 세상에서 벌어진 의혹 이야기를 또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배에 최초의 이상이 감지된 오전 7 시 20 분 경부터 180도 전복된 10 시 29 분 까지 약 3 시간 9 분 동안 세월호 승무원들과 유병언 등 사주측 사람들, 그리고 진도 VTS 간에는 무슨 대화들이 오갔을까? 이들은 구난활동 자체보다는 무엇인가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있었던 것이 분명한 것 같다. 이 부분은 현재 편집의혹을 받고 있는 세월호와 진도 VTS 간의 교신기록 중 삭제된 부분에 그 진실의 단서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통째로 사라진 7 시 경부터 8 시 55 분 사이의 약 두 시간 동안의 67 번 전용회선을 통한 교신내용 중에 해경이 세월호의 선주회사인 청해진해운을 각별히 대우해야 할 어떤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면 무엇때문에 이 중요한 시간대의 교신내용이 모두 사려졌고, 무엇때문에 마지못해 공개한 8 시 55 분 부터의 교신내용조차 삭제와 편집을 해야만 했을까?
도대체 이 놈들이 무슨 짓들을 하고 있는 걸까? 이 대침사를 둘러싸고 있는 의혹들은 수장된 세월호에 연결되어 있는 ‘가이드라인’ 만큼이나 무수히 많다. 그 의혹들을 따라 합리적인 추론과 진상규명활동을 하다보면 결국 ‘알고 싶지 않은 진실’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