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분노해야 하는가...
필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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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9 13:54
저자가 말하는 무관심의 역설은 독특하다.
누구나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이 세상을 보면 참아낼 수 없는 일들이 넘쳐난다.
참을 수 없는 일들이 터질 때마다 사건의 당사자들만이 이중삼중으로 고통을 당한다.
그러나 얼마든지 우리도 고통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이럴 때 우리는 앞가림의 평범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것은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 예루살렘>에서 지적했던 ‘악의 평범성’과 같은 맥락이다.
악의 평범성은 다름 아닌 ‘무사유’(無思惟)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냉소적으로 말한다면 무사유, 즉 생각이 있는 존재가 생각이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모두 그런 특징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라면 간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럴 수 없다.
우리에게는 적어도 저자가 말한 ‘분노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목만큼이나 ‘분노하라’는 것은 절실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여러분 모두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분노의 동기를 갖기를 바란다.
이건 소중한 일이다.’(15쪽)라고 말한다.
이유는 우리가 참여하는 투사가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분노를 어떤 감정의 발현이라고 하는 대신에 참여의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분노하지 않는다면 참여의 기회를 잃고 만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분노할 일에 대해 분노를 촉발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불의에 맞서는 참여가 사람을 행복하게 하며
참여하는 사람이야말로 행복한 인간의 표본이라는 저자의 윤리를 가다듬을 수 있게 되었다.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 책 소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