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 죽어서 다행' VS '전라도 승무원 아가씨'
sar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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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8 02:52
채널 A 인지 A 채널인지하는 종편방송 앵커의 망언이 화제다. 사망자가 한국인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모양이다. 나는 그 방송을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사고발생 두 시간 쯤 후부터 보기 시작한 YTN 생중계역시
그 분위기와 뉘앙스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토요일 오후, CNN
스팟뉴스로 아시아나항공 214 편 사고소식을 처음 접했다. 사고발생 두 시간 쯤 지난 후였다.(참고로 내가 사는 곳은 샌프란시스코보다 시차가 한 시간 빠르다)
국내뉴스를 체크했다. 짤막한 사고소식 이외에는 아직 구체적인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CNN 화면에는 천장이 사라진 비행기 동체위로 소방차들이 소화분말을 뿌려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시아나항공의 발표가 자막에 떴다. ‘비행기가 화염에 휩싸이기 전 탑승객들이 모두 무사히 탈출했다’는 내용이었다. 같은 시각 샌프란시스코 소방당국은 최소한 두 명이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 역시 같은 시각, CNN 은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 10 명이 모두 위중한 상태 (critical condition) 이라는 보도를 내보냈다.
왜 아시아나항공의 발표가 샌프란시스코 소방국이나 미국 현지언론의 발표와 다른지 의아했다.
YTN 에서 생중계를 시작했다. 아무리 생방송이지만 저건 너무하다 싶을정도로 앵커들이 횡설수설했다.
잠시 후 교체된 앵커는 ‘비행기가 방부제에 부딪혔다’는 희한한 말을 하기도 했다. 방송국 앵커가 방부제와 방파제의 개념을 ‘잠시나마’ 혼동한 것 같았다.
앵커와 앵커우먼들은 자꾸 “우리 아시아나항공” “우리 국민 (사상자)”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 항공기의 탑승자 307 명 중
한국국적은 승객 77 명과 승무원 14 명 (승무원 2 명은 태국국적) 등 모두 91
명이었다. 나머지 216 명은 외국인이었다.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소식을 전하는 언론이 ‘우리’를 강조하는 보도 분위기 속에서,,, 사망자의 국적이 중국인일것 같다는 최초 보도의 행간속에서 ‘그래서 다행이다’는 뉘앙스를 느꼈다면 오버일까?
YTN 은 ‘그래서 다행이다’라는 뉘앙스를 아주 미세하게 풍겼는데, 채널 A 인가하는 방송은 그런 뉘앙스를 아주 노골적으로 풍겼던 모양이다. 방송국이 사과를 하는 거야
당연하다. 문제는 사과여부가 아니라, 그런 말을 무심코든 의도적이든
입밖으로 튀어나오게 한 잠재의식인 것 같다.
채널 A의 해명이란 것이 또 가관이다. 이 방송사 윤모 부장이라는 사람이 해명이란 것을 했다. "사망자 가운데 한국인이 없다는 사실이 우리 입장에서는 다행이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멘트였다”,,,,,, 가 그의 해명이다. 여기서 ‘우리’가 또 왜 나오나?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건가? 이런 걸 해명이라고 하나?
월스트리트저널에 보도된 승무원 김지연 씨(캐빈 매니저 이윤혜 씨를 잘못 안 것일수도..)의
헌신적인 직무수행에 대해서 일베저장소에 달린 어느 네티즌의 댓글이 눈에 띈다. 그는 이렇게 써 놓았다.
“아시아나가 졸라도 기업이라는데,
(김지연 씨도) 졸라도 아가씨인가..”
‘사망자가 중국인이라 다행이다’
라는 뉘앙스와 ‘영웅적으로 직무를 수행했던 승무원이 전라도 아가씨라면 유감이다’
라는 뉘앙스 사이에 어떤 소름끼치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까?
유명을 달리한 두 분의 명복을 빈다. 183
명에 달하는 부상자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
(아래 사진 출처는 Wall Street Journal, 왼쪽 승무원이 김지연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