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엔젤스 출신 아줌마,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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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엔젤스 출신 아줌마, 고마워요..

sarnia 3 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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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담아오는 것들은,,,
그 곳에서 만난 사건들에 대한 기억과 그 기억으로부터 획득된 image .
여행기란,,, 
사건과 image 를 언어를 비롯한 표현수단으로 재구성하면서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다. 대부분의 여행기 기록자들은 이 작업과정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또는 의도적으로 이미지를 조작한다. 프로작가든 세미프로작가든 아마추어든 마찬가지다.
싸르니아가 재미동포 아줌마 신은미님의 북코리아 여행기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가 있다. 이미지조작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우선 그에게는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조작할만한 이념적 배경이 별로 없다. 그냥 평범한 주부다. 리틀엔젤스 출신이니까  남코리아 상류계급 출신일 것이다, 신은미님 스스로도 자기는 전형적인 반공주의자 였다고 말한다. 이념적 반공주의자였다기 보다는 그 세대 아줌마들이 다 그러하듯 묻지마 반북주의자였을 것이다.    
그의 여행기간은 몇 차례에 걸쳐서 40 일이 넘는다. 일반적인 여행자 루트를 벗어나 꽤 많은 지역을 다닌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과 비교적 자유롭게 접촉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결론은 한 마디다.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곳” 이라는 게 그의 여행기를 한마디로 축약하는 표현이다. 그런 느낌에 스스로도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이 이야기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사람들’ 이라는 말로 치환한다고 해서 크게 차이가 나는 말은 아닐 것이다. 김일성 만세를 부르는 친북인사가 북에 갔다와서 이런 말을 했다면 그 말 믿을 사람 하나도 없겠지만 평범한 반공 아줌마의 이야기니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다.
북코리아는 도대체 어떤 사회일까?
일단 이념이나 정치적 입장을 떠나자. 그런 다음 어린아이처럼 초롱초롱 반짝이는 투명한 눈동자로 그 나라를 바라보자.
북은 코리아전쟁 이전에는 비교적 노선투쟁이 활발했던 사회였는데, 전쟁이후 모든 게 일변했다. 극심한 전쟁피해가 남긴 유산은 미국에 대한 극도의 공포심과 증오심이었다. 북의 지도부는 인민들의 이 공포심과 증오심을 용의주도하게 정치적으로 조직 (organizing) 하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는 김일성 체제의 공고화와 수령독재의 확립이었다. 직계혈통에 의한 권력승계는 수령독재의 산물이다. 권력승계가 북에서 자연스럽게 용인되는 이유 중 하나는 북이 왕조시대와 일제강점기를 지난 뒤 곧바로 인민민주주의 독재와 수령독재로 이전해 갔기 때문이다. 그들의 관념 안에는 서구식 선거제도로서의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북의 독재를 북과는 그 정치제도 역사가 전혀 다른 남의 과거 독재와 단순비교할 수는 없다. 남의 가치를 기준으로 북의 독재를 남의 과거독재보다 나쁜 독재라고만 결론짓는 것은 말 그대로 단순무식한 논리다. 그런 단순무식한 논리를 가진 사람들이 대북문제를 담당하는 정부 요직에 앉아있으면 전쟁 이외에는 남북문제에 다른 해법이 없을 것이다.
그런 시각으로는 조선의 심장인 혁명의 수뇌부를 천만인민이 총폭탄되어 결사옹위하리라는 가사가 담긴 노래를 눈물을 흘리며 합창하는 북의 인민들이란 모조리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켜야 하는 환자들로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북과 아무런 대화도 토론도 소통도 할 수가 없다. 도움도 안 되면서 문제만 일으킬 뿐이다. 남북문제의 해법은 남과 북이 가지는 차이의 본질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만이 풀어 갈 수 있다.    
바로 이 차이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눈으로 마음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게 북코리아 여행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이 차이의 본질을 알아야만 왜 북의 대다수 인민들이 자기는 굶으면서도 수령독재에 대해 이의를 달지 않는지 그 불가사의한 현상에 대해 조금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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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북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군사퍼레이드와 매스게임을 관람 포인트로 추천했더니 쌩난리를 피운 교포들이 몇 분 계셨다.
싸르니아는 북의 군사퍼레이드나 매스게임을 이렇게 이해한다.
남과 북의 다른 가치 중 하나는 개인과 집단의 문제다. 물론 남이라고해서 집단표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북은 집단주의 철학이 특별히 강력한 사회다. 서구에서는 수령독재가 개인의 우상화로 이해되고 있지만 사실은 강력한 집단주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는 제도이념이라고 볼 수 있다. 예술도 집단주의 분야가 고도로 발달할 수 밖에 없는 문화-정치적 조건을 가지고 있는 사회가 북이다.
개인의 예술 창작활동이 고도의 노력과 연습이 필요한 것 처럼 집단표현예술 역시 다른 형태의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그런 고단한 노력과 연습을 통해 개인이건 집단이건 볼만한 것을 표현해 내는 것이다. 개인 예술이냐 집단 예술이냐 그 형태만 다를 뿐 다 그렇게 고단하고 힘들다. 예술이전에 그게 인생의 본질이다. 개인의 예술만 훌륭하고 집단예술은 강제동원이라는 시각은 편견이다.
이런 이유로 북의 여행 포인트로 빼놓을 수 없는 분야로 군사퍼레이드와 매스게임을 추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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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코리아반도 정세는 시시각각 극도로 엄중해지고 있다. 북측의 제 3 차 핵실험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는데, 전문가들은 고농축 우라늄탄 또는 핵융합기술을 이용한 핵분열탄 ((fusion-boosted fission bomb) 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3 차 실험이 성공하면 북은 명실상부한 핵전력을 보유한 국가로서 미국에 대해 완벽한 전쟁억지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초조해진 미국은 핵잠수함 샌프란시스코호와 미사일 순양함 샤일로호를 남코리아에 파견했다. 제 1 차 북핵위기를 능가하는 유래없는 전쟁발발위기가 코리아반도 전역을 뒤덮고 있는 매우 위중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재미동포 아줌마' 신은미님의 북코리아 여행기가 생각난게 아마도 우연은 아닌듯......

3 Comments
세일러 2013.02.04 13:17  
오마이에 연재되었던 여행기죠.
재밌게 읽었습니다.
지적된대로, 이념적 성향에서 자유로운 여행기였기에 아마도 북한 관련 그 어느 여행기나 보도보다더 더 가치있는 글이 아닐까 하면서 읽었네요.
리틀엔젤스 출신이었는지는 모르겠고, 두 부부가 미국대학 교수인 것으로 압니다.
비교적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동행한 감시원(?)들과도 상당히 터놓고 얘기도 하던데요.

94년 북핵위기가 얼마나 일촉즉발이었는지 대부분 모르고 넘어갔듯이, 지금의 위기도 지나고 나면 아무도 모르고 넘어가겠죠.
제발 그렇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늘 언제나 평온한 일상이 계속되는 한국 사회, 이것은 성숙한 모습일까, 아니면 초연한 모습일까, 그것도 아니면, 무지? 알아도 아무것도 할수 있는게 없다는데서 오는 포기?
sarnia 2013.02.04 23:14  
신은미씨는 음대 교수를 하다 은퇴했고 남편은 교육사업가라고만 알고 있습니다.
리틀앤젤스 해외공연 중 육영수 씨가 죽었다는 거 알고 펑펑 울었다는 회고도 했고, 소망교회 출신이라는 이야기도 한 걸 읽었지요.
오마이뉴스에 연재됐다는 건 나중에 알았고, 누군가에게 강연회 초빙을 하려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여행기를 쓴 분이라는 걸 알았죠.
오마이에 달린 댓글들 참~~ ㅎㅎ

1994년 보다 상황이 위험한지 안전한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미국이 맘놓고 북을 공격할 수 없는 처지라는 점에서는 안전한 것 같기도하고
반대로 북이 양보할 필요가 적어졌다는 점에서는 더 위험한 거 같기도 하고 말이죠.
세일러 2013.02.05 00:18  
여행기를 띄엄띄엄 읽었어요. 정독하지 못하고. 인터넷 글읽기의 한계죠. 제게는...
리틀엔젤스 출신이라 썼군요. 왜 기억이 없을까...
본인은 은퇴했고 남편도 교수라 생각했는데, 교육사업가였군요.

어쨌건, 정작 한반도 거주민들은 일상생활 이상 없음이니, 호들갑 떠는 것보다는 낫겠죠.
서해교전이 일어나고, 연평도에 포탄이 떨어져도 라면 한봉지 사재기하는 사람 본적없으니,
이 정도면 초연하다는 표현이 썩 어울리죠.

94년과 가장 큰 차이는 이제 운반체(ICBM)까지도 있다는 것인데, 어쨌거나 위기는 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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