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국방장관의 정직한 고백
sar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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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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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LL 사수론자들이 과연 언제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어떤 분들은 1999 년 제 1 차 연평해전을 계기로 NLL 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고, 또 다른 분들은 대선 전 새누리당이 문재인 캠프를 공격하기 위해 조작해 낸 ‘정문헌 사기극’ 덕분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마치 NLL 문제를 둘러싸고 남북이 아주 오래 전 부터 첨예한 대결을 해 온 것인양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남코리아측이 적극적으로 NLL 을 남북간의 해상 분계선으로 고착시키고자 여론몰이들 시작한 시기는 1990 년대 최후반이다. 시기적으로는 영종도에 신국제공항이 문을 연 시기와 비슷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벌어진 NLL 을 둘러싼 최초의 군사적 충돌이 다름아닌 제 1 차 연평해전이었다.
김영삼 정권 시절만 해도 보수정권의 NLL 에 대한 입장은 지금과 전혀 달랐다. 지금으로부터 17 년 전인 1996 년 7 월 16 일 국회 속기록을 보면 다음과 같은 대화록을 발견할 수 있다.
질문: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의원 천용택
“북한함정의 서해상 도발에 대해 우리 대응이 왜 소극적이었느냐”
답변: 당시 국방장관 이양호
“대응은 확실히 했다. 다만 북방한계선은 어선 보호를 위해 우리가 그어 놓은 것으로 (북측이 넘어 와도) 정전협정위반은 아니다”
질문: 천용택 “그렇다면 침범해도 문제가 아니냐”
답변: 이양호 “(북한이 NLL을 넘어온다 하더라도) 상관하지 않겠다”
당시 남코리아 국방부 입장은 NLL 이란 남코리아 측 어선 및 함정의 월선을 막기위한 통제선이지 북 코리아측 선박이 넘어오지 말라는 의미의 군사분계선이나 영해선이 아니기 때문에 북코리아측의 월선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 이었다.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등 야당이 오히려 국방장관의 ‘친북’ 발언을 문제삼자 새한국당 (새누리당의 전전신)에서는 장관이 실언을 했다고 둘러댔지만, 이양호 당시 국방장관은 실언을 한 게 아니라 행정가로서 국제법적 지식에 입각해 올바른 답변을 한 것이다. 린다 킴과의 관계는 부적절했는지 모르지만 자기 업무분야에 관한 이 날의 답변 만큼은 적절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남코리아가 NLL 이남 해역을 실효지배해 왔다는 주장은 무슨 말인가?
거기에 대한 답변은 간단하다.
남코리아는 NLL 이남 해역을 실효지배한 적이 없다. 난데없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관습법상 일방적 점유에 의한 실효지배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연속성, 평화성, 타방의 권리주장이 없는 상태에서 소멸시효 100 년을 경과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실효지배란 영토 및 영해 주권을 말하는 것이지만, 현재 남코리아 김관진 국방장관이 NLL 을 영토선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그 주장이 얼마나 얼토당토하지 않은 헛소리인가를 지적하기 위해 국제관습법 개념을 인용해 보았다.
이 기간 중 단 한 번이라도 타방의 권리주장이나 항의가 제기되면 소멸시효진행은 그 시점부터 중단되는 것이다.
북방한계선은 유엔사에 의해 1965 년 일방적으로 언급됐다. 1953 년 8 월 30 일 유엔군사령관 마크 클라크가 명령했다는 설은 유엔군측이 기록을 남기지 않았든지 아니면 문서를 분실했기 때문에 성립도 안 될 뿐만 아니라, 당시 정전협정을 주도했던 유엔군사령관 특별고문 이문항 씨 증언에 의하면 원래 이 선의 목적이 북측 선박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남측 선박을 남쪽에 붙잡아 두기 위한 자체 통제선이었기에 '일방적 분계선'으로서의 요건도 성립하지 않는다. 이문항 고문의 증언은 남코리아 이양호 전 국방장관의 발언과도 일치한다.
북코리아측은 NLL 이 유엔사에 의해 공식 언급되기 9 년 전인 1956 년 부터 2000 년 6.15 선언 전 까지 매년 정기적으로 대형 군사적 “침범”만 30 여 차례를 감행했다. 남코리아 국방부의 ‘서해 5 도 주변해역 북한 주요 도발일지’ 라는 자료에 나오는 통계다.
NLL 고수론자들 입장에서는 침범이고 도발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제법상으로는 남코리아의 권리취득을 위한 소멸시효진행을 중단시키고도 남는 북코리아측의 연속적인 권리주장및 청구권행사로 해석될 수 있겠다.
김관진 현직 국방장관은 도대체 무슨 국제법적 근거와 정당성을 토대로 NLL 을 영토선이라고 주장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