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녀님과 대화 시작하는 법
sar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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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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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북방한계선 문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의견을 표명하기전에 먼저 숙지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핵심사항은 세 가지다.
첫째 NLL 탄생배경, 둘째 실효지배의 적법성 여부, 셋째 서해 5 도의 정전협정상 법적지위 문제다.
물론 이 세 가지 핵심 사항은 NLL 비전문가인 싸르니아가 그동안의 자료검토를 통해 그저 설명과 토론의 편의성을 위해 분류한 것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NLL 문제를 이해하는데 가장 기초적인 단계는 세번째 사항- 서해 5 도의 정전협정상 법적 지위를 이해하는 일이라고 판단된다. 여기서는 이 문제, 즉 서해 5 도의 정전협정상 법적 지위에 관해서만 이야기해 보겠다. 사실 이 이야기는 2 년 전 연평도 포격전 직후 조금 이야기한 적이 있기는 하다. 서해 5 도란 백령도 연평도 우도 대청도 소청도 등 북코리아 근해에 위치해 있는 남코리아측 도서를 말한다.
서해 5 도의 정전협정상 법적지위를 이해해야 북코리아가 왜 NLL 에 대해 저토록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지, 협정 당사자인 유엔사가 왜 남코리아 보수진영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동조하지 않는지, 미국 정부가 왜 평소에는 시치미 뚝떼고 있다가 남코리아 정부의 NLL 대응이 도가 넘을때마다 지긋이 뒤에서 목을 눌러 주저 앉히려 하는지 그 수수께끼가 풀린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인터넷을 검색해 우선 정전협정 제 2 조 13 항을 찾아 보시기 바란다.
협정문에는 아래와 같은 사항들이 나열되어 있다.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계선(가-나선)북쪽과 서쪽에 있는 모든 섬 중에서 하기한 다섯(5)도서군들을 제외한 기타 모든 섬들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과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의 군사통제하에 둔다.(5개 섬의 위치 : 동경, 북위, 도분 표시)
상기 다섯(5) 도서군들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의 군사통제하에 남겨둔다. 한국 서부해안에 있어서 상기 경계선 이남에 있는 모든 섬들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의 군사통제하에 남겨둔다.
(주1) 상기계선(가-나선)의 목적은 다만 조선 서부연해섬들의 통제를 표시하는 것이다. 이선은 아무런 다른 의의가 없으며 또한 이에 다른 의의를 첨부하지도 못한다(The purpose of the line A-B is solely to indicate the control of coastal islands on the west coast of Korea. This line has no other significance and none shall be attached thereto).
(주2) 각도서군들을 둘러싼 장방형의 구획의 목적은 다만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의 군사통제하에 남겨두는 각도서군들을 표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방형의 구획은 아무런 다른 의의가 없으며 또한 이에 다른 의의를 첨부하지도 못한다(The rectangles which island groups are for the sole purpose of indicating island groups which shall remain under the military control of the Commander-in-Chief, United Nations Command. These rectangles have no other significance and none shall be attached thereto).
(주1)에서 가(A)―나(B)선의 성격은 앞에서 이미 검토했듯이, 경기도-황해도 도경계선으로 육지에 가까운 서해연안의 많은 섬들의 남북 통제권을 명시하는 선일 뿐, 그 선을 연장해서 또는 접속시켜서 다른 "선"이나 "구역" 일부로 이용할 수 없다는 규정으로 해석된다.
(주2)에는 그림 2(협정 첨부지도 제3도를 보라)에서 보듯이 다섯(5)개의 섬의 둘레에 섬의 위치를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보이도록 점선으로 된 4각형을 그려놓았다. 이 섬 둘레의 지도상 점선 사각형은 (1) 섬의 위치를 명시하는 시각적 목적일 뿐, (2) 그 섬들의 밖으로, 섬에 속하는 공간의 면적을 의미하지 않으며, (3) 그 4각형 점선 안의 공간이 어떤 "수역", "구역", "지대", 또는 "구획" 같은 것을 형성하지도 않으며, (4) 그 점선 4각형을 서로 연결하여 어떤 목적의 "선(線)"을 긋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전협정 조항 아래 붙인 ‘주’ 는 정전협정 서해 부속지도상에 표기된 섬 주위의 표시도 등에 대한 별도의 오해가 없도록 붙인 설명인데, 이 주를 가져 온 기자가 이문항씨의 JSA-판문점1953~1994, 소화, 2001, p.365에서 인용했다고 밝힌것을 재인용했다. 이문항씨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정전협정 당시 유엔군사령관 정전협정담당 특별고문으로 사실상 이 협정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정전협정 주석에 따르면 서해 5 도란 각각 독립된 기하학적 점으로 유엔군사령관의 군사적 통제하에 놓이는 점령지일 뿐, 이 섬을 중심으로 어떤 구획도를 그린다든가 또는 섬 간을 선으로 연결하여 정치적 군사적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다시 말해 이 섬들을 기점으로 선을 연결하여 그 선을 기준으로 해상분계선을 설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협정문을 보면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 경계선 연장선상 이북의 수역은 서해 5 도의 도서 자체를 제외하곤 북측이 관할하는 수역이 된다. 그렇게 작성된 이 정전협정문을 보면 서해 5 도는 진짜 군사적 점령지로서 의미 외에 섬 주민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존중도 하지 않은 흔적이 보인다. 당시 유엔사가 제공권 재해권을 장악하고 있었으니 섬들만을 장악한다한들 군사작전하는데는 별 불편을 못 느꼈을지 모른다. 유엔사측 협상대표들은 나중에 영해문제와 함께 섬 주민들의 본토와의 해상통로 문제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협정문에 서명을 했다는 말이된다. 남의 나라 군대에 주권을 빼앗긴 남코리아의 설움이 바로 이 정전협정문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근데 문제는 서해 5 도의 영토적 고립문제에서가 아니라 전혀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북방한계선이 불법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원래 북방한계선은 종전 당시 유엔군이 서해해상에 대한 사실상의 제해권을 장악한 상황을 이용해 남측 해군이 지나치게 북상하는 것을 막자는데 그 목적이 있었지, 북측의 선박이 내려오지 못하게 하려고 만든 선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종의 준해상분계선으로 그 성격이 변해버린 것이다.
북방한계선은 정전협정에 명시된 조항들을 뒤집고 섬들사이를 선으로 연결한 뒤 그 선 북방에다 상대국 영토를 근거리에서 포위하는 선을 다시 그은 것으로서 마치 상대국 영토를 해상봉쇄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정전협정 제 2 조 15 항은 상대방 육지에 인접한 해면을 존중하여 어떠한 종류의 포위 봉쇄도 금지하고 있다.
NLL 을 합법적인 군사분계선이라고 주장하려면 협정당사자인 북코리아와 유엔사령부 측 대표가 다시 만나 정전협정의 해당 조항들부터 수정해야 하는데 가능한 일일까?
오늘은 서해 5 도의 정전협정상 법적지위 문제만을 다루기로 했으니 여기까지……
오늘의 싸르니아 생각: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덜 좋은 사람인지를 알 수 있는 기준 중 하나는 그 사람이 어떤 문제에 대한 옳고그름을 말하는데 있어서 소속된 패거리, 당파, 가족, 국가 등을 무조건 우선 순위에 놓는가, 아니면 보편적 원칙과 합리적 타당성을 기준으로 삼아 소신을 밝히는가 여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