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무식해서 그렇습니다.'
여우야여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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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0 10:49
지난 밤, 패배를 인정한 文이 울먹이는 지지자들을 위로하는 가운데,
한 남자가 말했다. '국민이 무식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발언은 K본부를 통해 전국에 생방으로 나가버렸다.
'국민이 무식해서 그렇습니다.'
아무것도 아닌말 같지만, 이것이 민심을 가른 중요한 철학이었다.
기득권 vs 비 기득권
상위 1% vs 하위 99%
멍청한 국민 vs 똑똑한 국민
이것이 민주당측에서 내세운 선거전략이었다.
먼저, 기득권 vs 비 기득권,
朴을 지지한 연령대는 50, 60대 계층이었고, 화면에 보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득권'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진 점은 20, 30대의 여권 지지가 늘어났다는 점인데,
다시말해 기득권 vs 비 기득권의 프레임은 올바로 멱혀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득권' 이라는 막연한 집단은 누가 속해 있는지, 자신이 기득권인지 아닌지 조차 불분명한 집단이 아닌가..?
상위 1%
'박근혜가 되면 부자 나라가 됩니다.'
모 후보가 내세운 말이다..
얼핏 들으면, 그래? 나라가 부자가 되면 좋은거 아닌가?
프래카드를 잘못 적은거라고 생각했다.
'박근혜가 되면 부자(를 위한) 나라가 됩니다.'
이게 본래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봤을때...
文이 당선이 되면, 가난한 자가 부자가 되고, 부자는 그 부를 잃거나 최소한 더이상 축적할 수 없다고 본다.
여기서, 가난하던 자가 부자가 되면 文을 떠나 朴으로 지지를 옮긴다는 묘한 상황이 생긴다.
왜냐하면, 文은 부자의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위의 기득권 vs 비 기득권 프레임의 연장에 선 이 전략도
부자를 혐오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먹혀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부자를 혐오하거나 증오하거나, 그들의 것을 빼앗아 내것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나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것이다.
올바르지 못한 부의 축적은 당연히 사회적 지탄과 함께 벌을 받아야 하지만
정직하게 일하고 그 댓가로 얻는 물질적 가치는 당연히 나의 것이다.
그리고. 이 전략은 강하게 먹혀들만큼 파워를 가진건 분명하지만,
공산당의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연상케 하는 위험성도 있는 것이 분명하다.
멍청한 국민 vs 똑똑한 국민
사실.. 온라인상에서 文을 지지하는 계층끼리, '깨어있는 시민'이라는 칭찬을 상호 주고 받는 것을
쉽지않게 볼 수 있다.
이 표현은 스스로 정치적인 우월함을 느끼게 하며 자신의 뛰어난 정치감각을 자위할 수는 있지만
나머지 '깨어있지 못한' 유권자들을 적으로 돌리는 소행이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나는 공부 잘해'하며 말하고 돌아다닌다면,
정말로 공부를 잘 한다 쳐도, 네가지 없다는 비판을 들어 마땅할 것이다,
정치에 있어서 선거유세 행위는 표를 구걸하는 행위이다.
누구나 한 표씩 가지고 있는 표를 나에게 달라고 겸허하게 말해야 한다.
"나에게 표를 주는 사람은 깨어 있는 사람입니다."
좀 거친 표현이지만,
우리나라의 거지는 '한푼 줍쇼' 라고 하지,
'내게 동냥하는 사람은 착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게 우리나라의 국민 정서다.
물론, 깨어있기 위해 표를 주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文을 지지하지 않으므로 깨어있지 않는 사람이란 말인가? 하는 자괴감들 들게하는 그런 발언은,
적잖은 불쾌감을 주는건 사실이다.
어제 패배감을 맛본 사람이 있다면 그 원인을 헤아려야 할 것이고,
어제 승리감을 느낀 사람이 있다면, 승리에 도취되지 말고 냉철한 마음가짐으로
비판적 지지자가 되어 감시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