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 단상(주로 안철수)
호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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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6 01:30
비교적 장문입니다. 골치 아픈 분은 뒤로가기 버튼을!
단 사르니아님은 필독 바랍니다. 사르니아님 언급에 필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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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사르는 "주사위는 던져졌다!" 라는 명언을 남기고 루비콘을 건넜다.
그는 로마 제국의 기초를 놓았고 이는 팍스 로마나 시대를 연 초석이 되었다.
브루투스는 그 케사르를 암살하고 겁에 질려 신전으로 도피했고 이후 아름답지 못한 죽음을 맞이했다.
조조는 천자의 요청이 있자 곽가의 적극적인 권유를 받아들여 천자를 허도로 모셨다.
그는 협천자 영제후(挾天子 領諸侯) 하여 삼국 통일의 기반을 닦았고 악역이지만 매력적인 인간으로, 역사에서 보기 드문 예의 인간으로 남았다.
원소는 동탁의 전례를 꺼려하여 조조를 수수방관했고, 관도대전에서 패배하고 이후 피를 토하고 죽었다 한다.
나는 영웅사관은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
영웅이란 시대 열망의 산물이며, 이를 한 몸으로 투영하여 낸, 시대 정신을 온 몸으로 구현한 사람이라는 그 누군가의 사관에 동의한다.
즉, 영웅은 자신의 판단과 카리스마로 시대를 이끌어가는 사람이라기보다, 시대 요구를 포착하고 이를 실현시켜 나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성공해도 영웅이지만, 실패해도 영웅일수 있다.
시대 흐름에 거역하는 세력은 항상 있기 마련이고, 역사의 도도한 흐름은 결국 영웅의 피값을 결코 헛되이 하지는 않으니까.
노무현의 비극은 어쩌면 예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시대의 요구는 그의 부상을 예견하고 있었고, 또 그에 못지 않은 반동을 내재하고 있었다.
당시의 한나라당을 포함한 수구 기득권 세력은 표면으로 드러난 반동세력이었을 뿐, 그들의 위협은 보이는 칼날이었을 뿐이다.
그의 비극은 김대중 이후의 자칭 진보 또는 좌파 세력과 김대중을 따르던 보수적인 민주화 세력 어느 하나에도 속하지 못했다는데 있다.
진보는 노무현의 현실 타협적인 정책(이라크 파병과 FTA)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고, 보수 민주 세력은 지금껏 김대중을 따라 다니며 고생한건 누군데 엄한 놈이 벼락 출세 한 것으로 노무현을 인정할 수 없었다.
절차적, 형식적 민주주의에서 벗어나 탈권위적이며 실체적인 민주주의를 추구하고자했던 시대 정신은 노무현을 선택했지만 한국의 제반 여건은 그를 받아 들일 수 없었다.
나는 그가 언제쯤 재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내 살아서인가, 아니면 내 죽음 이후인가?
나는 그가 영웅이라 생각하기에 실로 궁금하다.
재평가 받지 못하고 그냥 묻혀버린다면, 그건 아마도 내 생각이 틀렸거나, 아니면 5년의 재임 기간으로는 세종대왕이 와도 어떠한 업적이나 시대의 나아갈 좌표를 설정하지 못한다는 물리적 한계이거나...둘 중의 하나가 그 이유가 될터.
이제 또 시간이 흘렀다.
나는 이미 반동의 시간을 충분히 경험했고(이 말은 아직도 부족한 사람 또한 있다는 의미이다.), 시대의 열망은 또다른 모습의 영웅을 요구하는 듯 싶다.
나는 정치에 관심이 많기에 포스트 노무현을 굉장히 궁금해했다.
노무현은 일찌감치 정치에 뛰어든 탓에 그를 오랜 기간 바라보며 언제고 싹을 틔울 사람이라고 기대하고 있었지만, 이명박 5년 동안은 과연 누가 부상할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사실, 영웅이란게 그리 아무때나 쉽게 나타나면 그게 영웅인가?
하다못해 이명박도 양심을 팔아서라도 돈을 벌고 싶다는 열망의 투사 아니던가?
같은 논리라면 이명박도 영웅이고 말고, 암!
근데 그게 시대 정신이라 칭하기엔 너무 거시기하지 않은감?
하여지간 지난 5년간의 염증에 어느 날 떠오르는 샛별은 안철수였다.
안철수가 급부상했을때 상당히 의외였다.
어느 분야던 10만 시간론, 즉 10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야 그 분야에 정통할수 있다고 하는데...하다못해 동장도 경험 못한 사람이 떠올랐을때 상당히 놀랐으며, 그러하기에 정치권만을 살핀 내가 포스트 노무현감을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를 알수 있었다.
그의 일생을 웹 검색으로 알아보았다.
소소하게 위장 전입, 뭐 이딴 거 말고 출신 성분과 그의 성장 과정에서의 노력 등등 말이다.
그는 대한민국 기득권 세력 중에서 양심적인 세력의 전형이다.
애초 친일 의혹이 있는 조부와 그 혜택을 받아 의사가 되어 편안하게 기득권에 편입한 아버지, 그 밑에서 역시 의대에 진학한 안철수.
그는 현재 대한민국 수준에서 평균 이상의 도덕적인 삶을 살았고, 나름 치열하게 노력하며 자신의 인생을 개척한 인물이다. 거기에 기득권의 후광까지 겹치니...
아마 대한민국 기득권에서 떳떳하게 내밀 수 있는 최고의 카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딱히 반대할 이유는 없었지만(이는 나의 기준으로 60점 이상의 점수를 의미한다.), 그렇다고 쌍수들어 환영할 이유 또한 없었다.
애초 문재인은 본인의 결벽성 때문에 대통령 감으로 저어했기에, 안철수를 영웅감은 아니어도 한 시대를 이어나가는 징검다리감으로 삼을만 하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게 뭔가?
안철수가 아닌 간철수가 아닌가?
앞서 케사르와 조조의 예를 들은 이유를 아시겠는가?
안철수는 한 번도 적극적인 결단도 없이, 끊임없이 간만 보고 있다가 스스로 주저앉았다.
이건 영웅이 못되는 건 둘째치고, 한 시대의 징검다리 역할도 못할 썩은 재목이다.
노무현의 단일화 결단. 그리고 과감한 승부수. 당연히 시대는 그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월드컵4강 오른게 축협회장과 무슨 상관이 있어 대통령감으로 급부상한게 대한민국 수준이라 우습기도 했지만...말이다.
안철수를 보면 개콘의 멘붕 스쿨에서 그 누구가 생각난다.
왜 왔냐는 말에 "아니 아니 그게 아니구요..."를 몇 번 씨부리다가 허무 개그를 토해내고 갑자기 도망가는 개그맨 말이다.
또한 고건이 생각난다.
이명박의 대항마로 여론의 지지를 일시적으로 받았지만 결국 과감한 결단도 없이 허무하게 주저앉은 사람 말이다.
고건 역시 기득권 세력의 에이스 카드로 손색없는 사람이었다는 점 까지도 안철수와 겹쳐 보인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시대 열망이 고건을 담아낼 정도로 강하지 못해 고건은 주저앉은 후 급속히 여론에서 사라졌지만, 지금은 시대 열망이 워낙 강렬하고 문재인의 부족함이 많이 엿보여 안철수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고 있다는 점이 다를뿐.
이쯤되면 그가 인생 항로를 의사에서 컴 바이러스 전문가, 그리고 회사 경영인 등으로 계속해서 바꾼 것은 그가 적극적으로 인생을 개척한게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애초에 자신과 적성에 맞지 않는 의대 진학이 계속해서 그의 인생을 꼬이게 만들었는데, 그게 마치 "인생은 초코렛 상자와도 같다."라는 말로 표현되는 포레스트 검프의 인생이 아니었는지 하는 억측마저 든다.
잠시 샛길로,
포레스트 검프를 안보신 분을 위해 조금 설명을 드리자면, 포레스트 검프라는 우직한 바보가 있었는데, 얘가 하는 일마다 행운이 따라 바보임에도 우직한 노력으로 세속적인 성공을 거두며 행복한 인생을 산다는 영화로 영화 말미에 나오는 문장의 첫 구절이다.
개인적으로 아주 아름다운 문장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인생은 초코렛 상자와 같다."를 검색해 보삼!
다시 본론으로
현재 상황은 애초에 문재인의 부족함이 원인이다. 그리고 과거 후단협으로 상징되는 현 민주당 내의 비주류들의 도발 결과이다.
애초에 노무현은 깔끔하게 단일화를 마무리 지었지만, 안철수는 혼자 눈물 흘리며 사퇴한다는 이상한 상황을 연출함으로써(문재인은 의도하지 않았다해도 이런 결과를 낳은 것만으로도 그의 부족함이 느껴진다.) 죽도 밥도 아닌 결과를 만들었다.
그리고 사퇴 이후 또다시 "아니아니 그게 아니고요"를 반복하며 문재인과 그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짜증을 극도로 돋구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이명박의 X맨이라는 소설을 넘어 그가 정치에 몸담는 것 자체가 한국 정치에 해악이다.
노무현이 이명박이라는 보이는 창에 당한 건 우리편에게 등뒤에서 난도질을 당해 이미 빈사 상태에 빠진 이후였다.
안철수의 선문답 화법과 공맹을 논하는 말은 하늘에서 이루어질 향연이지, 땅위에서 이룰 성찬은 아니다.
제단 앞에서, 불상 앞에서, 십자가 앞에서 구원과 영생을 기도하는 말이지, TV에서, 시장통에서, 저잣거리에서 삶을 살아가는 언어가 아니다.
이명박이 돈으로 구원을 살 수 있다고 미혹한 것은 아주 단순한 사기에 불과하다. 시간 지나보면 그 해악은 너무도 명확하다.
안철수의 정치 혁신을 위한 도덕적인 말은 고차원적인 사기다. 일종의 종교처럼 보인다. 시간이 흘러도 그 해악은 드러나지 않는다.
비록 그가 어떠한 의도로 이런 언사를 구사하는지 알수 없어도 그 언사가 가져오는 결과를 보면 참담하다.
그게 그의 습관일까? 이런 어리버리한 말로 안랩이라는 회사를 만들고 이끌수 있다고 보는가?
안랩 직원들은 죄다 관심법에 통달해서 안철수의 이런 어법을 정확하게 해석했겠는가?
안철수는 대한민국 평균 이상의 지능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언어 구사는 버릇이 아니라 의도해서 만들어진 결과이다.
어떤 의도인지 갈수록 의구심만 든다. 그가 계속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과연 어떤 언어를 구사할 것인지...관심을 두고 지켜볼 것이다.
그 관심은 대통령 감이나 국회의원 감이라는 걸 확인하는 관심이 아닌 것이 내게 불행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건 그렇고...문재인 잘해라 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