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6천짜리 서민
호루스
15
691
2012.07.19 00:52
모님을 보면서 한숨이 팍팍 나오기만 합니다.
대충 연령대를 보아하니 제 나이인데, 20대의 시간을 어찌 보내었는지 심히 의심스럽지만, 또 그게 사람이기도 하려니 하는 생각에 과거에(2008년) 모네타에(재테크 싸이트) 작성했던 글을 다시 가져왔습니다.
그 무렵에 주택 구입하느라 활발하게 들락거리던 시기였거든요.
노무현 정부 말기 주택 가격 상승이 장난아니었죠. 제가 이 글을 가져온 이유는 주택 가격이나 투기 가지고 논하자는게 아니고, 인간이 얼마나 자기 중심적인가, 꼴통이란 어떤 식으로 형성되는 것인가, 그리고 자신은 그것을 파악할 능력이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알면서 꼴통되긴 쉽지 않죠.) 등등을 느껴보고 싶어서 입니다.
누구 욕하자는 것이 아니라(그런 의도가 전혀 없을까요?-_-a), 살아가면서 좀 곱게 늙어갔으면 좋겠다는 개인의 희망을 담고 싶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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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 문제로 술자리가 떠들썩해질때마다...나는 냉소적인 말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든다.
까놓고 얘기하면 투기 세력이라 얘기하는 그 불분명한 실체가 바로 나 자신이고 너 자신인데...뭘 그리 욕하나 라는 논지 말이다.
대부분의 반응은 대놓고 반박하지 못하는...뭐 논리적으로 말은 맞으나 감정적으로는 수용하기 힘든 상태...모 이정도 되겠다.
지난 주말에는 팀 워크샾을 다녀왔다. 울 팀장...별로 인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불가근 불가원 정도랄까.
업무 추진 능력도 별로고, 그렇다고 부하들에 대한 리더쉽도 별로고, 하여지간 평균치 밑의 점수를 주고 있다.
워크샾 장소로 이동하느라 같은 자가용에 탔는데...
요즘 경제가 안좋아서 나같은 서민이 죽을 지경인데...촛불 시위가 어쩌구...
완벽한 조중동 논조 되겠다.
완벽한 조중동 논조 되겠다.
그렇다고 촛불이 잘했니 못했니라고 얘기하는건...미운털 백히기 딱 알맞으니 일단 외곽 찌르기.
나 : 아니 팀장님...팀장님이 서민이에요? 제 기준으론 가구 소득 2천 또는 3천 미만 정도로 생각하는데?
팀장 : 그 정도면 빈민층이지!
나 : 그럼 서민은 어느 정도 소득이 서민이죠?
팀장 : 연소득 6천 정도?
나 : 허걱! 6천이 서민이에요? 그럼 중산층은 연소득 얼마나 되어야 중산층이에요?
팀장 : 하~ 짜슥 피곤하게 따지네. 중산층은 에~ 그러니까 연소득 8천 정도..?
그러니까 답 나왔다. 우리 팀장 연봉 6천 정도인거다. 연봉 6천짜리 서민이라...-_-;;
연소득 6천~8천 정도가 중산층이면....우리나라 중산층은 전체 국민의 몇%나 될까?
하여간 이 대화에서 눈치챌수 있듯...우리 팀장 철저히 자기가 만물의 척도다.
자기가 얘기하면서도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는걸 알듯말듯 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니까...경우에 따라 진심으로 자기가 서민이라 여기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 자기가 좀 말도 안된다는 소리를 한다고 느끼기도 하는 수준이다.
그게 가능하다는거...솔직히 타인에게서 드물게 발견되는 현상이라는거....그렇지만 자기자신은 해당되는지 모르기도 하고 알기도 하는 애매한 상태...
하여지간, 계속 차안에서 얘기.
팀장 본인은 분당에서 살고 있고 가락 시영 아파트 (재건축 대상) 한 채를 사놓았으며 재건축 부담금이 애초에 1억 5천에서 3억 5천으로 올라서 자기는 은행 빚을 져서라도 하려고 하는데 그거 반대하는 인간들이 소송 중이라(뭔 소송인지 모르지만 하여지간 재건축 추진이 어려움) 투덜투덜.
그러면서 투기꾼들이 집값을 너무 올려놓는 바람에 서민 살기가 어렵다며 투덜투덜.
팀장은 조수석에 앉아있고 나는 뒷자리에 앉았으니 내 표정을 팀장이 보지 못했으니 다행일뿐.
표정관리 못하는 내가 얼마나 어처구니 없어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생각하면 말이다.
울 팀장을 너무 깠는지 모르겠다. 울 팀장, 내 기준으로 봐서 중간 밑이라 평하지만, 어쩌면 그 정도 위치에서 그 정도 방식으로 사는 것이 평균적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남을 판단하는 내 잣대가 너무 엄격한지 모르겠다. 아니, 이런 얘기를 꺼내면 나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나를 판단하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집사람과 이야기했더니, 집사람은 대답한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어. 다만 그렇게 말도 안통하는 사람과는 상종하지 않는게 좋아. 그런 사람 옆에 있다가 그런 물이 드는 것도 문제고, 설령 자기 소신껏 산다고 해도 그런 사람 옆에 있으면 결국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 꼴이 될수도 있어."
그래 맞다. 지금까지 느낀대로 불가근 불가원 하는 관계가 제일 적절할듯 싶다. 새삼 느끼지만, 연소득 6천짜리 서민을 본 감정은 복잡다단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