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고 넘어갈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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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덮고 넘어가려해도 안되는 일이 있다. 요즘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둘러싼 천편일률적인 왜곡찬양도 그런 일들 중 하나다.
하긴 김건희(윤석열) 정부가 건재한 상태에서 트럼프를 상대했다면 모르긴 몰라도 한국은 하루아침에 알거지 신세로 추락하는 봉변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이재명 정부는 그런 봉변은 피해나갔다. 약탈의 시기와 피해의 규모를 분산시키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성과가 있다면 사실만을 토대로 이야기해야지 과장하면 안된다.
엄연한 한미 FTA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관세문제에 대해 다른 나라들, 이를테면 중국, 인도, EU, 캐나다, 브라질 처럼 거세고 줄기차게 저항하지 않았다. 일본을 제외한다면 한국은 트럼프의 날강도같은 요구에 가장 많은 것을 양보한 나라의 반열에 오른 셈이다.
오늘은 다른 이야기 그만두고,
한국의 모든 리버럴매체들은 물론이고 보수매체까지 가담해서 칭송을 늘어놓고 있는 핵추진잠수함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
나는 4 년 전 올린 글에서 다음과 같은 정보를 공유한 적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동북아 가상적국들의 잠수함전력에 대응할 4 천 톤급 핵추진 잠수함 개발에 착수하기로 결정하고 미국의 허락을 받아내기 위해 당시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 2 차장을 대통령 특사로 미국에 파견해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계획을 밝히고 핵잠가동을 위한 핵연료를 공급해 줄 것을 타진했다가 미국측으로부터 거절당했다.”
내가 당시 언급한 이 사건이 발생한 것은 2020 년 이었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사업이 김영삼 정부 이래 숙원사업 이었다는 하는 말이 있다. 그 당시는 그저 뜬구름잡는 희망사항이었을 뿐이다.
구체적인 기술설계를 바탕으로 개발착수의지를 나타낸 건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갑자기 핵잠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선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2019 년 2 월 말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는 한국군 군사력 증강을 위한 특별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 프로젝트에는 미사일 사거리 확장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또는 폐기가 포함되어 있었다.
지난 주 경주에서 열린 한미확대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던진 위딩이 느닷없이 불쑥 던져진 말이었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없다.
사전에 합의된 각본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공식확대오찬에서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게 핵추진원료공급요청을 하고 미국 대통령은 한미원자력협정 폐기같은 경천동지할 부속조치들이 필요한 이 사안에 대해 불과 하룻만에 핵잠을 건조할 장소까지 명시하며 승인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가 아니다.
노태우의 6.29 선언을 전두환이 수용하는 각본쇼도 48 시간이 걸렸는데 이재명 대통령의 요청을 트럼프가 승인하는데는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
미국측은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승인을 요청할 때 다음과 같은 문구를 반드시 넣을 것을 요구했을 것이다.
‘중국 잠수함들을 추적하고 대항하기 위한’
실제로 정상확대오찬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 디젤잠수함들의 잠항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잠시 머뭇거리다가) 중국쪽 잠수함들 추적활동에 제한이 있습니다”
중국 주석을 APEC 정상회담에 국빈으로 초대한 자리에서 주최국 대통령에게 핵잠 적대활동의 대상국으로 중국을 명시해서 공개발언하라는 요구는 지극히 비외교적일 뿐 아니라 비상식적인 것이지만 한국정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미국측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가 이재명 대통령의 위딩을 오늘 처음 다 듣고나서 하는 말인데,
중국에는 변명할 말이라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분명히 “중국쪽”에서 오는 잠수함들이라고 했지 중국잠수함들이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우기면 된다.
근데,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건은 따로 있다.
그 사건에 대한 설명은 내가 며칠 전 쓴 다음 글로 대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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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이 한국에 빡친 정도가 예상대로 심각하군요.
한국정부와 트럼프에게 동시에 조롱과 욕설을 퍼붓는 콘텐츠가 난무하는데,
트럼프가 신라금관을 쓰고 멜라니아와 탱고를 추는 동영상에서부터,
‘미국으로 돌아오지말고 이참에 한국에서 눌러앉아 살아라’는 고함에 이르기까지..
어쨌든 한국에 대한 원성이 자자한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마침 발표된 이코노미스트 트럼프 지지율은 몇 달 째 하락세를 지속하더니 결국 30 퍼센트대로 내려 앉았습니다.
막판에도 40 퍼센트 초반은 유지했던 1 기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입니다.
선납이고 분납이고 썩은 동앗줄 무서워할 이유는 처음부터 별로 없었을 수 있지만 그건 논외로 치고,
이 난리법석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그에 필적할만한 값어치가 있는 건 핵잠인데,
그게 진짜루 실현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이니 문제고,,
별 의도없이 불쑥 내민 선물이 미국의 정세와 정면충돌하는 악재 중 악재라,
처음에는 혹시 한국이 트럼프 골려먹으려고 준 회심의 엿선물이 아닐까 긴가민가하다가,
그게 아니라는 게 드러나자 어이없음이 분노로 확산되는 황당한 분위기라고나 할까요..
다른 이유가 있어서 이런 글을 올린 건 아니고요.
스스로를 ‘진보’라고 규정하는 매체와 논객들의 앞뒤 가리지 않는 찬양일색 깨춤에 한심한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