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그렇다고 당신들이 떠나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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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그렇다고 당신들이 떠나면 어쩌나?

sarnia 7 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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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서(처형)부부와 친하다. 

와이프하고는 20 년 전에 bye 했어도 한 번 동서는 영원한 동서라는 신조아래 여전히 빈번한 교류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내가 거소증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럴 필요가 없어졌지만, 얼마 전까지 한국에서 필요한 위임사무도 거의 모두 동서부부를 통해 처리했다. 

내 한국통장을 도장과 함께 맡길 정도로 신뢰관계도 두텁다. 


동서부부에게는 딸이 둘 있다. 

맏딸은 한국 의사고 둘째는 캐나다 + 한국 약사다.

처형은 둘째 딸을 중학생 때 캐나다로 유학을 보내면서 이모(자기 동생)가 사는 스몰타운이 아닌 내가 사는 에드먼튼으로 보냈다.   

그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내가 대도시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얼마 전 톡을 하면서 처형이 지나가는 말로 “00이(맏딸)가 토론토에 가는데 수속이 급히 진행되고 있어서 저도 그때 함께 갈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기 전까지만해도 그저 교환교수로 오는가보다 하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처형의 말 중에 ‘수속’, ‘급히’ 이 두 단어를 듣는 순간 번쩍하고 눈 앞에 스쳐 지나가는 번개를 보았다.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취재본능과 촉이 발동한 것이다. 


처형 맏딸의 캐나다 이주가 교환교수니 뭐니하는 평범한 게 아니라, 보다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지난 주말 토론토에서 만난 엑스와이프를 상대로 이리저리 유도심문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건성으로 대답하던 엑스가 ‘스파이처럼 뭘 알아내려 하자말라’며 갑자기 빽하고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취재는 일단 거기서 중단됐다. 

(언젠가도 이런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어 취재가 중단된 적이 있었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아들과 조카(처형 둘째딸)에게 얻어낸 파편정보들을 토대로 마침내 사태의 전말을 알아낼 수 있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한국의사 때려치고 아예 그 나라를 떠나기로 결심한 게 분명해 보였다. 


처형 둘째딸 말로는 UT에 리서치 자리가 나서 오는 거라는데, 그게 얼마나 의미가 없는 말인지 모를 정도로 내가 바보는 아니었다. 


(여기서 말하는 UT는 한국 우버택시 UT가 아니라 토론토대학교를 부르는 이름 UT이니 혼동하면 안된다. 전자는 우티고 후자는 유티라고 다르게 발음한다.) 


조카일로 심란해하는 엑스에게 ‘그래도 QS 평가에 따르면 UT가 서울대보다 훨씬 좋은 학교라고 하니 그래도 위로가 되지 아니한가?’라는 말을 하려다가 엑스가 위로를 받기전에 내가 먼저 봉변을 당할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무엇이 처형의 맏딸로 하여금 S대 교수 자리를 내던지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2020 년 2 월, 한국에 코비드19 이 창궐하기 시작했을때 처형은 자기 딸이 KBS 아침마당에 나와 코비드에 대해 강연하는 영상을 단톡방을 통해 보내주기도 했었다. 


당시에는 다른 S대 병원 감염내과 교수로 재직했을 때인데, 그때로부터 3 년 동안 이어진 코비드대전 최전선에서 죽을 고생을 했고, 결국 세계 어느 나라보다 혁혁한 전공을 세우며 전쟁을 승리로 이끈 멤버 중 한 명이었다는 것에 자부심도 대단했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자기의 거의 모든 생애에 걸친 에너지와 열정을 쏟아부었던 그 나라를 떠나려고 하고 있다.


처형의 맏딸 뿐 아니다. 

그 한 명에 국한된 일이었다면 그건 그야말로 '집안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런 글을 올릴 생각을 안 했을 것이다.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를 비롯한 핵심필수 바이탈 과목의 교수급 의사들이 미국이나 캐나다로 떠나려고 수속러시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이런 건 왜 한국매체에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    


한국 대학병원 교수들이 아침 6 시부터 밤 10 시 까지 매일 격무에 시달리는데 연봉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낮다는 말도 들었다.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환경도 전혀 아니고 삶의 질은 말조차 꺼낼 수 없는 수준이라 한마디로 한국에서 의사로 일하는 게 worth 하지도 않고 worthy 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결정적으로는,, 


최근 의사들의 자존감마저 무참하게 짖밟히는 사태가 발생하자 드디어 분노가 폭발한 게 아닌가 이런 추정은 가능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교수들이 이 정도인데 4 년 동안 말도 안되는 노동착취를 당해왔던 전공의들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 한국이 세금도 별로 들이지 않으면서 저 정도의 의료서비스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게 의사들 (특히 전공의들)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인데, 그 배신감은 상상을 초월할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한국 의료붕괴니 뭐니 이런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바로 옆에서 벌어지는 걸 목격하고 나니 취재본능에 이어 보도본능이 발동하는 걸 어쩔 수 없어 내가 취합한 정보 중 극히 일부를 공개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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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썼지만, 

보통 일이 아니야...... 

7 Comments
sin12 09.27 21:25  
한국의 의료서비스가(특히 공공의료) 여타 국가에 비해서 좋은 것은 분명합니다만 그렇다고 그러한 의료환경이 그들만이 공이 아닌것 또한 분명합니다. 말그대로 그들이 일조한 것은 맞지만 그 모든것이 의사집단 덕분에 이루어진것은 아닙니다.
한국의 의료환경은 공공재로서 보건복지에 종사하는 모두와 국민들의 뜻과 마음이 모여 수십여녀간 쌓여온 것입니다.
때론 정권이 공공재를 포기하고 사적 이익만을 보장하려할때 국민들이 나서서 투쟁(?)하고 의사를 제외한 보건의료 집단이 힘을 모아 막아내기도 수차례 였습니다.

그런데 의대증원(의사가 아닙니다)2천명 증원한다고 이제 그 열매의 가장 탐스러운 부분을 독차지하던 집단이 그 과실의 독점권이 사라질 위기에처하자(의대 증원 2천명 된다고 이게 사라질지 의문입니다만) 잽싸게 튈 생각들을 한다니... 이기적이다라는 생각을 넘어 참 치졸함? 옹졸함?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유치함에 헛웃음이 나오네요.

윤씨가 문제라는 생각은 당연지사지만 의사집단도 그에 못지않은 소시오패스라는 생각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암튼 같태면 가라 단 호적은 파고가라고 시원하게 말하고 싶은 심정입니다만 그들이 떠나면 힘들어할 환자들을 생각하니 속시원히 뇌까릴수도 없는 달레마에 빠지게 되네요.

저같은 냉담자도 병원과 길거리에서 헤며고 있는 환자들의 소식을 접할때면 마음이 쓰리고 때론 아프기까지 한데 의료를 업으로 삼고있는 그들은 도데체 어떤 강철심장을 지니고 있길래 돈과 인정욕구를 쫒아서 그리도 과감한 결단을 내리시는지.... 정말 그 호연지기가 부러울따릅입니다
sarnia 09.27 23:34  
[@sin12] 대학병원 교수급 의사들이 떠나는 이유는 의대증원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전공의 이탈로 시스템이 붕괴되어 지속가능한 업무수행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예요.
환자들은 아우성이고 응급실과 ICU 에서는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대책이 없이 현장을 지켜야하는 스트레스를 누가 견디겠습니까?
전쟁통의 슈바이처가 와도 못 견딜겁니다.
연봉이나 사회적 존중감은 둘째고, 지속적으로 수행불가능한 업무현장에 좌절감을 느끼는건 어쩔 수 없겠지요.
필리핀 09.29 09:18  
[@sin12] 구구절절 맞는 얘깁니다
깊이 공감합니다
sarnia 09.29 11:17  
[@필리핀] 문제는 구구절절 맞는 말이 현실을 타개하는데는 하나도 도움이 될 가망이 없다는 거죠.
떠나는 의사들에게 욕을 퍼부어봐야 잠깐 속이 시원하다는 거 외에 무슨 소득이 있겠어요.
검사권력과 의사집단의 싸움에 끼어들어 양비론을 펼쳐봐야 일반 국민들의 손에 남는 건 아무것도 없을 뿐.

한국 의료시스템은 어차피 재편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고 해요.
오바마 행정부 시절 한국을 배우러 왔다는 미국역시 한국의 의료시스템(보험제도 포함)이 롤모델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어요.

바이탈(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필수진료) 분야에 대한 수가를 파격적으로 인상해야 하고,
대학병원 전공의에 대한 살인적인 수탈구조(이게 말이 됩니까?)가 사라져야 하는데,
이 두 가지 문제를 타파하고 정상으로 돌려놓으면 지금의 의료보험시스템은 유지할 수가 없게 되겠죠.
한국의 의료보험시스템이 유지되는데 일반국민들(의료수요자들)이 공헌을 했다는 말씀을 했는데 이건 내가 들은 이야기하고는 정반대네요.
오히려 수요자들이 쓸데없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편중 가수요가 시스템을 악화시켰고, 비필수분야에 속하는 피부과 성형외과 수요폭증이 산업내 인재편성구조를 왜곡시켰다고 하는군요. 

공공재라고 해서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고, 어차피 세금을 투척해야 하고 (그것도 전체 예산에서 아주 많은 비율로), 그래도 모자라는 걸 보충하기 위해 의료분야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기부와 자원봉사가 있어야 가까스로 운영되는 게 의료예요. 돈이 많이 들잖아요. 

저는 한국의 의료붕괴사태와 관련해서는 누구도(심지어 이 사태를 초래한 게 분명해 보이는 한남동 김박사 조차도) 비난하고 싶지 않아요.
어차피 김박사 아니었어도 일어날 일...

그냥 드러나는 문제의 현상과 그 원인들을 좀 더 객관적으로 알고 싶을 뿐이죠. 

누구의 밥그릇 문제로 치환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더 알아야 할게 많은 것 같아서요.
필리핀 09.29 14:05  
[@sarnia] 구구절절 공감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관점이 달라서
의견 합의는 어려우므로
반론은 생략합니다.
sin12 09.29 14:33  
아... 이 문제에서 검사집단과 의사집단 사이에 양비론은 애초에 필요하지 않은 논쟁입니다.
아무리 애둘러 현상을 갖고 사실을 외곡해본들  핵심내용은 두가지, 검찰을 위시한 정치권력의 정치와 철학의 부재와 의사집단의 돈과 그 돈이되는 독점권한을 소수인 그들만이 대대손손누려야한다는 허무맹랑함.

그둘의 밥그릇을 위한 개싸움에는 결코 환자와 국민은 없고 저열한 모략과 치졸한 계산만이 있을 뿐입니다.

현재의 이러한 문제때문에 의로시스템을 재편해야 한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방향은 철저하게 수요자 중심이 되어야 할것입니다. 다시말해 여타 OECD국가에 비해 현저하게 취약한 공공성이 복원,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의료정책이 재편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언급하신 부분(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과수요)과도 내용이 일치한다고 보여집니다
또한 전근대적이고 봉건적인 의사집단의 서열화와 엘리트주의,이로인한 전공의들의 노예화를(의사집단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구조)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의료시스템은 개혁이 필요하고 재편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의미에서 얼마전 통과된 간호사법은 이 개밥그릇 싸움의 와중에 일보전진이라고 보여집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멈추라고 하면서 양보만을 요구하는 이 치킨게임에 승자가 있을수 없습니다. 피해자만이 양산될뿐입니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지옥도는 당장은 국민에게 피해를 입히겠지만 결국 화살은 정권과 의사집단(지금 이시간도 모든것을 갈아넣으며 환자에게 헌신하고 있는 분들을 칭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한시라도 빨리 깨닫기를 바랍니다.(권력은 탄핵과 낙선으로 책임지지만 의사집단은 별다른 책임을 지지않는다는 부분에서는 난감함을 금할길이 없네요...)

뭐 어쩌면 돈과 함께 역사적 지탄에 대한 면죄부를 얻기위해 다른 나라로 튀는 것일수도 있겠네요...
MeM 10.02 10:11  
의사들이 월급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하시면 오햅니다. 약간의 월급과 대부분의 수입은 리베이트입니다. 제약사 리베이트가 월급의 몇배가 되는 지 물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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