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분의 싸움을 보고 느낀 관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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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의 싸움을 보고 느낀 관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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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까지만해도 대한민국은 선진국이었다. 선진국이란 일인당 국민소득이 몇 만 달러 이상인 나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단세포적인 기준은 20 세기에나 통했던 개념이다. 요즘 이야기하는 선진국이란 탄탄한 경제적 기반을 토대로 정치적으로 민주화되고 관용의 사회법칙이 통용되는 문명화된 나라를 의미한다. 


대한민국은 비록 보편적 복지, 특히 노후생활안정보장성 정도와 사회 다양성에 대한 관용 등 두 가지 항목에서 여전히 치명적 낙제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민주주의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고 폭력을 동원한 정치적 탄압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유사 선진국이라고 불러줄만했다. 


작년 5 월 수준이하의 인물이 대통령에 취임하고 그 주변에 있는 그렇고 그런 인물들이 한 나라를 순식간에 엉망진창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기 전까지는 그랬다. 


요즘 대통령 부부와 측근들이 자기네 당 안에서 휘두르는 폭력적 행패를 보고 있으면 뜬금없이 1971 년의 대한민국이 떠 오른다. 1971 년은 이른바 10.2 항명파동이 일어났던 해다. 


10. 2 항명파동이란 당시 민주공화당 주류였던 4 인방이 박정희의 특명을 거부하고 야당과 협조하여 내무장관 오치성 해임결의안을 가결시킴으로서 박정희의 격노를 불러일으켰던 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으로 김성곤 당시 공화당 재정위원장 등 8 명이 중앙정보부 남산 본청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고 공화당으로부터 출당조치되어 정계에서 강제로 쫒겨났다. 


현재 대통령의 성향이나 수준으로 보아 당시의 내무부에 해당하는 행정안전부 수장인 이상민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었을 때 만일 여당 안에서 일부라도 탄핵소추안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나올 경우 52 년 전과 비슷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 예측될 정도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급격하게 쇠퇴해 버렸다.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는 나경원 전 기후환경대사에 대한 용산의 상식을 벗어난 전방위적 정치적 탄압은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 직접 길길이 날뛰며 진두지휘하고 있는데, 이 사건은 한국 내부정치 스캔들이면서도 국내 뿐 아니라 외신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매우 특이한 케이스다. 


나경원 케이스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는 국민의 힘 유승민 의원의 경우와 같이 윤석열 대통령이 정당정치에 폭력적으로 개입하는 불법행위의 희생자라는 면이 있고, 둘째는 정치적인 면 외에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와의 21 년 악연이 나경원 씨에 대한 초감정적 탄압의 형태로 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나경원 케이스를 가리켜 ‘서울법대 와 서울접대’ 가 벌이는 한판 승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서울법대란 서울시 관악구 관악로 1 번지에 있는 나경원 씨가 나온 모교를 의미하는데, 나경원 씨는 이 학교 82 학번으로 79 학번인 윤석열 대통령의 3 년 후배이기도 하다. 


서울접대란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231 번지에 있는 현재의 조선팰리스호텔 구역을 의미하는데, 구체적으로는 당시 이곳에 있었던 라마다 르네상스호텔 구내의 한 클럽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이런 비유를 만들어낸 장본인은 변 모라는 한국의 웬 듣보잡 논객인데, 서울법대나 서울접대나 분야가 다를 뿐 각각의 분야에서 그 나라의 명문이거나 명문이었던 만큼 (하나는 명문학교 하나는 명문클럽) 일견 문제가 없는 비유인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런 비유를 하는 사람들의 심리기저에는 상대적으로 강해보이는 쪽을 조롱으로 견제해 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은데, 온당한 비유도 아니고 좀 야비해 보이기까지하다.


겉으로 보기에 지금은 서울법대(나경원)가 서울접대(김건희)에게 일방적인 탄압을 당하고 있는 약한 존재로 비춰지고 있지만 그 둘 인연의 역사를 상식적으로 반추해보면 지난 21 년 동안 일방적으로 당해 온 쪽은 서울법대가 아니라 서울접대였을 가능성이 압도적이다. 


나경원은 출신학교가 문제가 아니라 그 이전에 대한민국 지배계급을 상징하는 이른바 명문가 출신이다. 내가 언젠가도 말했지만 해방이후 줄곧 미국을 상전으로 모시는 이 명문가들의 아이비리그 출신 패밀리들에게는 이상한 문화가 있는데, 자기들끼리 영어로만 지껄이는 바람에 그 집안에 멋도 모르고 시집 장가를 간 ‘일반인 출신’들이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뛰쳐나올만큼 계급차별의식이 유별나다. 


나경원은 비록 아이비리그출신은 아니지만 명문가의 일원으로서 그 계급차별의식이 뼛속까지 뿌리박혀 있는데다가, 그 차별의식을 겉으로 숨겨낼만큼 표정관리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아니라는 평가가 정설이다. 그런 그의 눈에 여관집 딸에다 1 차원적인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서울접대가 어떻게 보였을지, 그리고 어떤 표정으로 상대했을지 안 봐도 훤하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서울법대와 서울접대 간의 한판승부는 21 년 동안 일방적인 개무시를 당해 온 서울접대의 사무친 원한이 초감정적 복수의 형태로 한국정당정치현장에서 발현되고 있다는 것 뿐이다. 


한마디로, 


이제는 지배계급 뿐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는 촌스러운 우월주의나 차별문화가 작년에 나타난 윤석열 부부라는 수준이하의 인간들의 잘나고 싶은 권력욕구와 복잡하게 충돌하면서 어처구니없는 후진국형 개싸움으로 나타나고 있는 거라고 보면 된다. 


절간이 망하려면 새우젓장수가 들어온다고, 재수옴붙은 대한민국에 들이닥친 전형적인 perfect storm 인 셈이지.   

  

4 Comments
Drifter 2023.01.15 14:51  
나경원은 당대표 한번 해보는게 평생의 소원인 듯하여 출마는 강행할 듯 하네요.
sarnia 2023.01.16 01:54  
[@Drifter] 똑똑하지만 생각보다 기가 세지 않은 나경원이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퇴로도 마련해 주지 않고 몰아대는 꼴이 정치논리 이외에 누군가의 사적감정이 강력하게 개입되어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씨의 배신감도 작용했겠지만, 그 배신감을 김씨의 복수심이 크게 증폭시켰겠지요.
Vagabond 2023.01.16 13:57  
그녀가 국내,해외 할것없이 설치고 다니면서
대통령실 통해서 직접 제작한 화보사진으로 언론에 도배되는건 조용한 내조고
전직 대통령의 시골마을 책방개업은 명백한 정치활동이라고 못박아버리는
매우 높은 의식수준을 너무 폄훼 하시는거 아닌가요?
울산울주 2023.01.19 18:59  
나경원이 내려다 보자면 건희는 사람도 아니지요.
그냥 생각만 해도 현위치가 짜증이 폭발할 듯.
그래도 날마다 한 침대 쓰는 여자가 대세...

결국은 석렬이를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던
문재인이 개 팔푼이라는 역사적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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