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넘들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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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을 포괄적 반중동맹으로 재포섭하는 공작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측의 일방적 주도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공동성명의 내용은 내외신기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미국측이 벌인 사전공작외교의 편린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작은 부분에서부터 드러난 바 있다. 한미정상회담이 있기 일주일 전인 14 일 (한국시간), 청와대를 방문한 한국 여당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미국 바이든정부가 지금 탄소중립화를 위해서 소형모듈원전(SMR) 분야를 전문연구하고 있는데, 중국, 러시아가 지배하는 세계 원전 시장에 대해서 우리 한·미 간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그것을 좀 견지(견제의 오자인듯: 필자 주)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 대표의 이 발언에 대해 당시 청와대 참모진들과 여권핵심은 ‘무슨 개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반응을 보였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반응도 당연히 뜨악했다.
그런 일이 있은지 불과 일주일 만에 열린 한미정상회담 Joint Statement에 난데없이 한미원자력산업 공동참여 운운하는 문장이 등장한 걸 보고 도대체 그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확산됐다.
미국측이 치밀하게 준비한 포섭공작외교의 팡파르는 첫 날 첫 만남의 장소에서 부터 일어났다. 백악관측은 뜬금없이 한국전 참전군인 메달수여식을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에 들어서는 시간에 맞추어 준비했다.
중요한 것은 메달수여식 주인공 Ralph Puckett Jr. 예비역 대령이 어떤 인물인가일 것이다.
그는 한국전에 참전은 했으되 조선인민군이 아닌 중국인민의용군과 전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세웠다는 공으로 이번에 유공메달을 수여받았다. 그는 당시 8213 Army Unit으로 알려진 제 8 군단 소속 경보병 유격부대 팀장(Squad Leader)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그가 공을 세웠다는 이른바 Hill 205 전투는 1950 년 11 월 25 일에 있었는데, 71 년이나 지나고 나서 하필이면 한국방미단이 DC에 도착한 시점에 갑자기 그 공을 기리고 메달을 수여한다며 거동도 불편하고 정신도 오락가락하는 96 세의 호호백발 노인을 억지춘향으로 조지아 주 컬럼부스에서 백악관까지 데려오는 법석을 떤 것이다.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과 미국이 태생적 반중혈맹이라는 점을 한국측 방미단에게 강조하고 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미국측이 준비한 이 행사를 한국 방미단측이 어느 시점에 인지했으며 행사참석여부를 두고 어떤 줄다리기가 오갔는지를 밝혀내는 것도 소소한 것 같지만 핵심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한미미사일지침 해제 역시 절묘하다. 한국측 입장에서는 대단히 훌륭한 선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이번에 한국측 방미단이 적극적으로 제안한 주요의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미미사일지침은 그냥 미사일지침(Missile Guideline)이 정식명칭이며, 1979 년 당시 지미 카터 행정부가 박정희 정부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해 맺은 굴욕적인 미사일 가이드라인이다.
일부 한국매체들은 이른바 ‘한미미사일협정’이라는 잘못된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협정(Agreement)이 아닌 미사일의 규격, 사거리, 탄두중량에 대해 미국측이 일방적으로 정한 제한제원을 한국측에 강요한 지침(Guideline)이었다는 것을 여기서 분명하게 밝혀둘 필요가 있다.
이 지침은 41 년 7 개월이 지나는 동안 여러차례 바뀌어 사거리는 800 km 로 늘어났고 탄두중량 제한은 해제되었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거리 제한도 폐지되었는데, 그 수혜대상으로 문재인 정부를 염두에 두었다기 보다는 미국이 한국에서 집권해 주기를 고대하고 있는 친미반중세력에게 이제부터 중국을 향한 군사적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는 사전 메시지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대북문제에 대해서는 임기상 시간이 충분한 바이든 대통령 이 임기가 1 년도 남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보다 절대 유리하기 때문에 한국측이 얻어갈 게 없을 것이라는 미국매체들의 사전평가가 적중했다.
‘그동안의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서로의 믿음을 재확인한다’는 식의 하나마나한 원론적 표현외에 평화프로세스든 전쟁프로세스든 코리아반도에 대한 구체적 타임플랜은 하나도 제시되지 않았다.
반면 포괄적 반중동맹에 대한 표현은 다음과 같이 매우 구체적으로 적시되었다.
“한국과 미국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저해, 불안정 또는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하며, 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유지할 것을 약속하였다. 우리는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하였다.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다원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우리는 국내외에서 인권 및 법치를 증진할 의지를 공유하였다.”
이 문장에서 명백한 반중동맹임을 시사하는 핵심단어는 ‘남중국해’ ‘방해받지 않는 항행의 자유’, 그리고 ‘대만해협’이다.
한국측으로서 사활이 걸린 의제는 두 말할 것도 없이 백신이었다. 한국측 방미단이 원했던 건 백신허브같은 뜬구름잡는 미래계획같은 게 아니라 백신의 즉시 대량구매였다.
수 개월 안에 시민생활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국경을 재개방할 수 있는 집단면역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절대절명의 과제였기 때문이다. 그게 백신구걸이 되었든 백신 스와프가 되었든 용어에 관계없이 한국측 방미단의 사활적 최우선 목표였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미국측은 한국측 요구를 야멸차게 거절했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다 급한데 한국에게만 특별혜택을 부여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거절하는 와중에도 한국이 미국의 군사동맹임을 강조하기 위해 전시작전을 함께 할 동맹국 병력을 보호한다는 의미에서 55 만 명 분의 백신물량을 인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듣기에 따라 조롱으로 들릴 수 있는 소리를 하면서도 언제 인도하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한국의 사활적 요구사항이었던 백신인도를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주요 요구사항이었던 반도체 투자는 모조리 관철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돌아온 미국’이 자신들의 노선과 코드가 맞지 않았던 외국정부를 어떻게 눈에 띄는 외상을 입히지 않고 자기노선으로 포섭-회귀시키는가, 그 냉혹한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가 이번 한미정상회담이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2021. 5. 22 0800 (MST) sar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