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먼저 하고 떠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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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와 화이저/비욘텍이 이번에 인류의학사에 길이남을 공적을 세운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개발한 새기술은 비단 코비드-19 백신 뿐 아니라 앞으로 모든 바이러스 질환과 각종 변이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처, 악성종양 등 난치병 치료에 혁명적 플랫폼을 마련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변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처란 스파이크 돌기단백질이 아닌 바이러스 본체를 타격하여 인체에 침입한 바이러스 군단자체를 궤멸시키는 참수전략을 말합니다.
백신과학의 혁명적 전환의 계기는 역설적이게도 코비드-19 팬데믹이라는 미증유의 전지구적 위기가 선사했지만, 결과는 좋았고, 앞으로도 희망적이라고 봅니다.
mRNA 백신을 개발한 제약회사들이 기술을 독점하고 인류의 생명을 볼모로 떼돈을 벌고 있다는 비난은 절반만 맞는 왜소한 시각입니다.
백신 공공재론을 주장하고 있는 어느 미국 하원의원은 제약회사들이 정부의 막대한 개발비용지원을 받았으므로 제조기술을 공유해야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지만, 이것도 절반만 맞는 말 입니다.
모더나는 몰라도 화이저는 미국정부로부터 단 1 센트도 지원받지 않았습니다. 화이저 경영진의 노골적인 반트럼프성향때문이었든 어쨌든 그들은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받았던 모든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제니퍼 사키(Jennifer Psaki) 백악관 대변인의 지적재산권 유예 언급은 그저 정치적 발언일 뿐 입니다. 백신공급확대를 위한 올바른 해결방안도 아닐 뿐 아니라 실효성도 별로 없습니다. 이런 정치적 발언에 환상과 기대를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철학-윤리적인 문제 이전에 기술적인 문제가 그렇다는 것 입니다.
세계무역기구 가입국들의 만장일치 승인 같은 게 문제가 아니라, 5 만 몇 천 단계에 이른다는 고난도 특수제조기법을 제대로 전수받고 복잡하고 까다롭기 짝이없는 원자재 확보라인과 완제품에 대한 초저온 콜드물류체인 및 보관허브를 운용할 수 있는 기업과 나라는 전 세계에 몇 되지 않습니다.
인수분해는 커녕 기초방정식의 원리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미적분 풀기 기술을 당장 이전하라는, 그저 듣기에만 착하고 아름다운 정치적 수사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 소리를 두고 찬반논쟁을 한다는 거 자체가 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곧 콜드체인이 필요없는 새로운 mRNA 백신 큐어백이 나온다고 하니까 이 타입의 백신에 대한 확대공급이 가능해 질 것 같기는 합니다)
다들 말은 안 하고 있지만, 지적재산권 잠정유예의 표적대상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모더나와 화이저/비욘텍, 이 두 회사입니다. 모더나와 화이저/비욘텍을 표적대상으로 백신공공재론이 나온 이유는 이해할만 합니다.
사실 (쉽게 말해) 바이러스 조각을 직접 주입하는 옛날식 백신이 아닌, RNA 유전자 설계도를 인체의 면역체계로 하여금 리딩하게하고 그 설계도를 기반으로 항원의 초정밀 몽타주를 만들어 기억하게 하는 이 획기적인 기술에 대해 불과 작년 말까지도 일부 국가에서는 그 나라 전문가들조차 ‘아직 상용화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작년 12 월 이후 지금까지 몇 개월간의 실전임상에서 방어율, 안전성, 부작용, 변이 대응력, 무증상감염축소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재래식 백신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은 성과가 드러나자 하루아침에 안면을 싹 바꾸고 이 두 회사 백신에 대한 ‘인류공공재론’을 설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좋습니다. 그러나
불과 얼마전 까지만해도 백신무용론을 설파했거나, 모더나와 화이저가 자기회사 주식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임상결과를 부풀렸다고 주장했거나, mRNA 백신은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이니 다른 나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고나서 도입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던 전문가들과 매체들은 ‘백신공공재론’에 무임승차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 전문가들과 매체들이 자신들의 실력이 미치지 못했거나 정보에 어두워 잘못된 예측을 한 것에 대해 비난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잘못된 예측과 주장으로 자기 나라 정부의 의사결정 오류를 유도해 백신공급을 지연시키는 엄청난 민폐를 남겨놓은 주제에, 그 잘못에 대해 사과는 커녕 인정조차 하지 않은 채 이제와서 딴 소리로 입을 놀리고 있는 꼴은 정말 눈뜨고 봐주기가 어렵습니다.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만 기다리던 군상들이 남들이 위험부담 모두 감수하고 개고생해서 만들어 놓은 좋은 결과물에 대해 뒤늦게 ‘공공재’ 운운하며 떠들어대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구역질 나는 일도 이 세상에 드물 것 입니다.
그건 그렇고,
백신효과에 대해서는 통계를 바탕으로 공정한 평가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백신을 맞고 항체가 형성되었다고해서 감염을 완벽하게 막아주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다만 플루샷보다는 훨씬 나은 방어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중증전환을 막아주는 효과가 거의 100 퍼센트에 달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고무적인 결과입니다.
코비드-19 바이러스의 중요한 변이는 앞으로 약 6 개월 정도 반복지속될 것으로 보는 것 같은데, 영국변이는 물론이고, 기존 백신 방어율에 일정한 타격을 가하고 있는 남아공-브라질 변이에 대해서도 mRNA 기반 백신의 경우 여전히 높은 방어율 (평균 75 퍼센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추후 변이에 강력하게 대응할 새 백신은 3 개월 정도 후에 개발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적어도 코비드 백신에 관한 한 제약회사들이 해 온 예측과 전망이 헛소리였던 적은 거의 없고 오히려 더 높은 효과로 그들이 당초 예상했던 시기보다 일찍 달성되어 왔으므로 이 말도 믿을만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