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역적으로 몰린 어느 나라 50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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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역적으로 몰린 어느 나라 50 대

sarnia 2 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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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타 주가 타이타닉호 처럼 침몰하고 있다.

 

인구가 약 400 만 명 정도인 이 주에서는 연일 뉴 케이스가 1 천 5 백 명 수준으로 폭증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누적 케이스는 약 17 만 여 명이다.

 

백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구의 30 퍼센트가 넘는 125 만 명 정도가 1 차 접종을 끝냈다.

물론 수급에 차질은 있다. 미국이 무지막지한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 of 1950)을 발동하는 바람에 백신수급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모더나, 화이저에서 생산한 백신 완제품 뿐 아니라, 모든 백신제조에 필요한  필수물질들에 대해서도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이 바람에 현재 인도 등에 산재해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생산공장들이 조업을 중단해야할 위기에 봉착해 있다.

 

알버타 주의 문제는 집단면역 형성속도가 바이러스 군단의 폭주를 따라잡지 못하는데서 터졌다.

 

미국과는 달리 캐나다는 아스트라제네카를 승인했다. 다만 투입을 망설이고 있다가 상황이 위험해지자 주정부가 결단을 내리고 지난 4 6 일 부터 아직 모더나, 화이저 차례가 돌아오지 않은 1966 년 생 – 1957 년 생 일반인들에게 접종차례를 긴급부여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접종시작 열흘이 지나도록 이 연령대가 약속이라도 한듯 아스트라네네카 접종에 응하지 않은 것이다.     

 

감염자 수는 연일 폭증하는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는 약국과 클리닉은 하나같이 파리를 날리는 초유의 사태을 맞았다.  


이 연령대가 접종에 응하지 않은 이유는 자명했다. 다음 달 초가 되면 모더나, 화이저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모더나와 화이저를 맞을 수 있는 일반인 연령대는 1956 년 생 (원주민과 원주민 혼혈-Metis- 1971 년 생)까지다.

 

당혹한 주정부는 어제부터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연령대를 1981 년 생 까지로 대폭 확대했다.  

알버타 주 보건 책임자 디나 힌셔(슬픈표정의 여인)가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1975 년 생으로 접종자격이 부여된 그녀는 스스로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으며 알버타 주민들에게 호소했다.

 

'캐나다가 승인한 어떤 백신이라도 안전하니 차례가 오면 망설이지 말고 맞아주세요. 안 그러면 우리 다 죽어요'

 

차례가 왔는데도 백신 브랜드가 맘에 안 든다는 이유로 접종을 거부하고 있는 1966 년 생 – 1957 년 생 세대에게는 여러가지 비난이 쏟아졌다.

 

베이비부머 세대란 고생을 모르고 자라 늙어서도 철딱서니가 없는 이기주의자들의 집단이라느니, 공동체가 다 죽게 생긴 와중에도 시민의 의무를 다 하지 않는 역적들이라느니 하는 소리를 듣게됐다

어떤 분(한인)은 이번에 아스트라제네카를 거부한 1966-1957 은 접종 맨 후순위로 돌려야 한다는 말도 했다.  


수 십 만 분의 혈전확률이 무서워 시민의 의무를 거부하는 겁장이들이라는 비난도 있었다.

하긴 혈전이 무서워 아스트라제네카를 거부하는 사람은 화이저를 맞아서도 안된다는 것이 싸르니아의 생각이다.

화이저 맞으러가다 교통사고 나서 죽을 확률이 아스트라제네카 맞아 혈전생길 확률보다 열 배 이상은 높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웃기는 일은 맞으라고 할 땐 접종에 응하지 않던 1966-1957 이 이제서야 약국에 고개를 기웃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조카뻘인 1981 년 생도 맞는다니까 맘이 조급해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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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 만 명을 접종할 수 있는 에드먼튼 엑스포에 마련된 AZ 접종센터.  

4 14 일 예약인원은 고작 250 (사진과 기사는 CTV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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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타 주 처럼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라면 시민의 도리로서 자기가 선호하는 백신이 아니라도 차례가 돌아왔을 때 맞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아니면

 

백신접종이 시민의 좋은 행동이긴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강요받아야 할 시민의 의무는 아니며, 개인에게 백신접종자체를 거부할 권리는 물론이고 백신 브랜드를 선택할 권리도 있으므로 그러한 행동자체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2 Comments
다람쥐 2021.04.22 18:39  
그동안 제 개인적인 문제로 인간적 배신을 느겼어도,
사람에 대한 회의가 생기지 않았지만,

최근 발생한 여러가지 지구상 사람들의 행동에,
사람이라는 것 자체에 회의가 들기 시작하네요.

과연 사람으로 태어나 산다는게 의미가 있는 일인지 조차 의심이 들기 시작합니다.
sarnia 2021.04.23 08:55  
그래도 예상했던거보다는 평화롭게 잘 살고 있어요.
너무 촘촘한 규제를 강제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게 역설적으로 드러났지요.
여기는 오늘도 기록을 경신하여 1,857 명을 찍었지만,
그냥 무시하며 다들 할 거 다 하고 삽니다.
그래도 사망자가 확 줄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곧 끝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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