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무 7조 상소에 답한다(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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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무 7조 상소에 답한다(펌)

필리핀 24 497
하교_시무 7조 상소에 답한다

내 너의 상소문을 읽었다. 충정이 엿보이더구나. 네가 생업에 일념하도록 평안한 정사를 펼치지 못한 나 자신이 부끄럽고 미안하고 슬펐다. 국사가 다망해 상소에 일일이 답하지 않는다만, 너의 ‘시무 7조’가 내 눈을 찌르고 들어와 일신이 편치 않았다. 한 사람이 만백성이고 온 우주라 내 너의 가상한 고언에 답하여 짧은 글을 내린다.

나는 바로 말하겠다. 너의 문장은 화려하였으나 부실하였고, 충의를 흉내 내었으나 삿되었다. 너는 헌법을 들먹였고 탕평을 들먹였고 임금의 수신을 논하였다. 그것들을 논함에 내세운 너의 전거는 백성의 욕망이었고, 명분보다 실리였고, 감성보다 이성이었고, 4대강 치수의 가시성에 빗댄 재난지원금의 실효성이었다. 언뜻 그럴 듯했으나 호도하고 있었고, 유창했으나 혹세무민하고 있었다. 편파에 갇혀서 졸렬하고 억지스러웠고, 작위와 당위를 구분하지 못했고, 사실과 의견을 혼동했다. 나의 진실과 너의 진실은 너무 멀어서 애달팠고, 가닿을 수 없이 처연해서 아렸다.

너는 정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나는 선왕들의 어전을 기억한다. 선왕의 출신이 거칠고 칼을 내세워 말하는 시기에는 신하들이 머리를 조아려 따르고 아첨하기 일쑤였다. 의견이 있을 리 없었다. 문벌귀족과 권문세가들이 왕권을 쥐락펴락 위세를 떨칠 때에는 일치된 하나의 의견이 있었을 뿐이다. 지금은 어떠하냐? 아직도 흑과 백만 있는 세상을 원하느냐? 일사분란하지 않고 편전에서 분분하고, 국회에서 분분하고, 저잣거리에서 분분한, 그 활짝 핀 의견들이 지금의 헌법이 원하는 것 아니겠느냐?

너는 명분에 치우쳐 실리를 얻지 못하는 외교를 무능하다고 비난하였다. 너는 이 나라가 지금도 사대의 예를 바치고 그들이 던져주는 떡과 고기를 취하는 게 실리라고 믿는 것이냐? 대저 명분이란 게 무엇이냐? 그것은 백성에 대한 의리를 말하는 것이고, 이 나라의 자존과 주권을 말하는 것이 아니더냐. 가령, 너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힌 친구가 있다고 하자. 반성할 줄도 용서를 구할 줄도 모르는 그 친구에게 진심어린 사죄를 바라는 일이 화해를 해치는 일이더냐. 돈 몇 푼 받고 합의하고 아무 일 없던 듯이 친하게 지내는 것이 네가 생각하는 정의이고 실리더냐. 나에게 명분은 의의 살아있음이다. 고깃덩이가 아니라 치욕에 분노하고 맞서는 게 나의 실질이고, 백성에게 위임받은 통치의 근간이다. 너희의 평상어를 빌리면, 무릇 백성의 실리는 돈이 아니라 가오에 있지 않더냐. 나도 지지 않으려 버티고 있으니 너도 심지를 꿋꿋하게 가다듬어라.

너는 백성의 욕망을 인정하라고 하였다. 너의 그 백성은 어느 백성을 말하는 것이더냐. 가지고도 더 가지려고 탐욕에 눈 먼 자들을 백성이라는 이름으로 퉁 치는 것이냐. 나에게 백성은 집 없는 자들이고, 언제 쫓겨날지 몰라 전전긍긍 집주인의 눈치를 보는 세입자들이고, 집이 투기 물건이 아니라 가족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이다. 땅값이 풍선처럼 부풀고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수십 채씩 집을 사들여 장사를 해대는 투기꾼들 때문에 제 자식들이 출가해도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할까봐 불안하고 위화감에 분노하고 상심하는 보통 사람들이다. 나의 정치는 핍박받고 절망하고 노여워하는 그들을 향해 있고, 나는 밤마다 그들의 한숨소리를 듣는다.

너는 지금 이 정부가 이성적이지 않고 감성에 치우쳐 나랏일을 망치고 있다고 힐난하였다. 네가 말하는 이성과 감성의 의미를 나는 알지 못하겠다. 열 마리의 양을 모는 목동이 한 마리의 양을 잃었다. 아홉 마리의 양을 돌보지 않고 한 마리의 양을 찾아 헤매는 목동을 두고 너는 이성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가여워하는 그 긍휼한 상심이 너에겐 감성이고 감상으로 보일지 모르겠으나, 나에겐 그것이 지극한 이성이고 마땅한 도리라 여겨지는구나. 그 한 마리를 찾지 않는다면 아홉 마리가 곧 여덟이 될 것이고, 머지않아 남은 양이 없게 될 것이다. 그 한 마리가 너일 수도 있고, 너의 가족일 수도 있고, 나일 수도 있다. 너는 나를 내팽겨 칠 것이냐. 나는 너를 끝까지 찾을 것이다. 이것이 나의 대의이고, 나의 실리이고, 나의 이성이다.

세상에는 온갖 조작된 풍문이 떠돈다. 그릇된 찌라시가 진실로 둔갑하기도 한다. 나의 자리는 매일 욕을 먹는 자리다. 불철주야 정사에 여념이 없는 나의 일꾼들도 시시비비를 불문하고 싸잡아 비난받는다. 나는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정작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학문을 깨우치고 식견을 가진 너희 같은 지식인들이 그 가짜에 너무 쉽게 휩쓸리고 놀아나는 꼴이다. 무지는 스스로를 망치는데 쓰이지만, 섣부른 부화뇌동은 사악하기 이를 데 없어 모두를 병들게 한다. 내가 나를 경계하듯이 너도 너를 삼가고 경계하며 살기를 바란다. 나는 오늘도 백성의 한숨을 천명으로 받든다.
24 Comments
ND 2020.08.28 13:21  
청원 하루만에 20만이 넘어서 진짜 청와대에서 답을 하겠지요~~~
발악이 2020.08.28 13:46  
필리핀님
어느분인지 존경스럽네요 가슴에 담겨 울화통 터지는 이 심정을 이리 표현을 해주시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천민 자본주의로 빠지는 세계의 꼴을 보며 환장 무지 이옵니다.
필리핀 2020.08.28 14:26  
제 페친이 페북에 올린 글이에요

이분도 평범한 시민이에요^^
비육지탄 2020.08.28 13:49  
밑에꺼 안읽고 이것만 읽어도 대충 상황이 이해가 됩니다 ㅋ
필리핀 2020.08.28 14:27  
겨우 민주사회 이루었더니
온갖 개뼈다귀들이 설치고 있어요ㅠㅠ
ND 2020.08.28 14:34  
누가 개뼈다귀인줄은 아시나요?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이지..
자신들과 다르면 개뼈다귀 취급 하는게 ..글쎄요 그닥 그 개뼈다귀와 다르지 않은것 같구..볼쌍 사납슴다..열폭하는거
정익수 2020.08.28 14:05  
명문이네요^^
필리핀 2020.08.28 14:29  
"정작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학문을 깨우치고 식견을 가진 너희 같은 지식인들이 그 가짜에 너무 쉽게 휩쓸리고 놀아나는 꼴이다. 무지는 스스로를 망치는데 쓰이지만, 섣부른 부화뇌동은 사악하기 이를 데 없어 모두를 병들게 한다."

제가 제일 공감하는 대목이에요~^-^
정익수 2020.08.28 15:27  
작금의 대한민국이 지금 그런 상황이잖아요.
저도 깊이 공감합니다.
syshin 2020.08.28 14:08  
이제는 결심할 때....전체인구중 10%까지만 남기고  쓰레기같은 것들은 없애버려야할 때...모두조심... 삭제대상에 오르지 않도록....허나 대다수 잡초들은 언젠가는 삭제대상이니...구냥 되는대로 막 사러도 돼.......
ND 2020.08.28 14:35  
아마 본인도 90프로에 속하지 않으실까요..설마 본인은 10프로에 든다고 생각???
syshin 2020.08.29 01:20  
당연한 걸 뭘 물을까.... 잡것들과 다른 이유... 어찌됐든 지구 생태계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스스로 접을 각오정도는 되어 있어야쥐......세상 군상들의 모든 죄악은 나 빼고..나는 말고, 나만 아니면 돼라는 개돼지수준의 의식발달장애가 원인임..
ND 2020.08.29 09:20  
프훗..지구 생태계 미래..눼 눼..
syshin 2020.08.29 11:42  
어라~~~!!!  개돼지가 댓글을 다네...오호 지구종말이 멀지 않았군,,, 이건 뭐라고해야하나...개돼지형 미숙종자에 의한 생태계 교란...ㅋㅋ
ND 2020.08.29 12:49  
응 지구종말은 안와..걱정마.별 걱정을 다하네 우리 문재앙 똘마니 ..^^
ND 2020.08.28 16:19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356594?cds=news_edit
ㅎㅎ본인거 먼저 4억 올리고나서 올리지 못하게 제한 하는법 발효..
이것이 민주당 클라스지요..그들이 말하는 정의인가????
결국 미통이나 민주나 그 똥이 그 똥..
다람쥐 2020.08.28 17:32  
엄지 척!
멋지네요.
필리핀 2020.08.29 07:39  
양쪽 엄지 척! ^-^
공심채 2020.08.29 00:16  
아니 어찌된게 요즘 것들은 죄다 '원래 노정부 또는 문정부 지지자였다'면서 생구라를 까면서 마치 현 정부가 잘못해서 돌아선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시무7조 내용을 보면 그 글 작성자, 절대 노정부나 문정부 지지자였을 리가 없습니다. 기본 사고 자체가 완전히 꼴통에 천민자본주의자이던데 어찌 이런 인간이 노정부나 문정부를 지지했겠습니까. 초반에 좀 읽다가 너무 쓰레기 같은 글이라 더 볼 가치를 못 느끼겠더군요. 저 따위 글을 명문이라 하고, 세입자 흉내 내던 윤모씨의 국회연설이 화제가 되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소위 보수라는 것들의 지적 능력 자체가 의심스러워집니다.
필리핀 2020.08.29 07:41  
언론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실현되니까
온갖 가짜 뉴스와 엉터리들이 설치네요ㅠㅠ
다람쥐 2020.08.29 09:33  
개독과 미통닭 탈출은 지능과 양심 높은 순서입니다.
ND 2020.08.29 12:51  
ㅋㅋ 글쎄다 지능순이라...
우리 가게 알바 문빠 아주머니들 보면 글쎄다 맨날 가불 부탁이나 하구..것두 몇만원..지능은 글쎄...그리고 참고로 나 미통 겁나 싫고 문재앙이랑 같은 천주교라 겁나 짜증나..ㅎㅎ 지들이 똑똑한줄 아는 ㄷ 신들.그냥 재앙이 찬양하며 계속 사세요~
요술왕자 2020.08.2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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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자리 2020.08.30 11:18  
편파적이고 의도적인 소위 상소문에 대한 논리 정연한 반박문입니다. 속시원한 글에 박수를 보냅니다. 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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