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이용호 외무상이 현지시간 3월 1일 0시, 한국시간 새벽 2시에 하노이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했다.

국제 외교계에서 이렇게 늦은 시간에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몹시 드문 일이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노이를 떠나면서 “북한이 완전 재제해제를 원해서 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용호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일부 해제만을 원했다.”고 트럼프의 말을 반박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번 회담이 결렬로 끝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이번 회담에 참석한 양측의 입장을 살펴보면 그 답을 구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북한의 경제사정이 최악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왔다.

때문에 북한은 완전 제재해제까지는 아니어도 당장의 곤궁을 면할 일부 재제해제만이라도 다급한 처지이다.

반면에 트럼프는 자국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자신과 관련된 여러 가지 추문을 덮을만한 빅 이벤트가 필요했다.

트럼프는, 한반도 안정이나 세계 평화를 위해 이번 회담에 응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자신의 이기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참여한 것이다.

때문에 가능하면 이 세기적 이벤트를 질질 끌면서 최대한 이용하고, 그 결과도 자신의 모든 치부를 가려줄 만한 빅딜을 원했다.

회담에 가까워지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는 1분이 아깝다.”는 말을 했으며, 트럼프는 “나는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한 것이 양측의 이런 처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회담 결렬의 직접적인 책임은 트럼프에게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트럼프는 북한이 제안한 일부 제재해제만으로는 자신의 치부를 가릴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아예 깽판을 놓아서 전 세계에 빅딜 대신 빅엿을 먹인 것이다.

3대 3으로 진행되던 회담에 볼턴이 끼어들면서 4대 3으로 균형이 맞지 않을 때부터 트럼프는 그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언론들마저 “트럼프의 외교실패”라고 평가하는 이번 회담의 결렬에 대해 김정은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은 레드 콤플렉스가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어쨌든, 회담이 결렬된 것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이유를 발표했지만,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비난을 하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아마도 양측은 아직은 상대를 이용할 가치가 남아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이 와중에 가장 손해를 본 것은 한반도의 사람들이며, 더욱 바빠지게 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여러 논객들의 예상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번 회담처럼 그 예상들의 대부분은 또다시 어긋나고 말 것이다.

오랜 세월동안 지구상에서 가장 적대적이었던 나라들끼리의 화해가 몇몇 논객의 정치적 식견으로 판단될 만큼 그리 단순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막중한 외교적 문제에 대해 신뢰할 만한 식견을 가진 사람들은 실무진에 참여하거나 자문을 하기에도 바쁠 텐데 언제 언론에 떠들어댈 틈이 있겠는가.

때문에 태사랑 대한민국방처럼 정치적 사회적 파급력이 미미한 공간에서 내 말이 맞다 네 말이 틀렸다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그저 각자 의견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떠들어대면서 사이좋게 놀면 족할 것이다.

아울러,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하루 속히 찾아오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면서 묵묵히 지켜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