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국군, 결국 한국에서 철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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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해외주둔군 철수의지는 집요하고도 강력하다. 지난 번에 소개한 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에서 특히 그의 철군의지가 얼마나 집요하고도 강력한지 확연하게 발견할 수 있다. 병력이 적어 절차의 번잡함은 적으면서도 국제정치적 파장은 심각할 정도로 민감한 시리아 주둔군을 첫 시범케이스로 삼은 게 여러가지를 시사한다.
취임초기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를 가리켜 예측이 불가능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했었다. 지금은 전혀 달라졌다. 그는 예측이 매우 쉬운 사람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예측이 쉬운 이유는 역설적이다. 그의 행동패턴이 어린이들의 행동심리를 다루는 상담사의 진단과 예측범위 안에 들어올만큼 단순하고 childish 하기때문에 그렇다. 도널드 트럼프의 말과 행동을 분석해서 그의 정책을 추론해내는데는 외교전문가보다 FBI Behavioural Science Unit (연방수사국 행동과학부) 소속 프로파일러들의 의견을 듣는 게 더 정확하다.
그런 행동예측에 따르면 그는 아마도 아프칸 주둔군과 이라크 주둔군에 이어 결국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것으로 해외주둔군 철군공약을 일단 차례로 실천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이런 예측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는 걸 알면 어린 아이처럼 화가 난 그가 철군 순서를 확 뒤바꿀지는 모르나 그는 머지않은 미래에 주한미국군을 코리아반도 바깥으로 내보내는데 결국 성공할 것이다.
주한미국군철수에 가장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해 온 제임스 매티스를 자의반타의반으로 밀어낸데 이어, 합참의장 조셉 던포드까지 쫓아내고나면 일단 주한미국군철수반대론자들은 그의 주변에서 거의 사라지게 된다. 그는 내년 벽두부터 주한미국군철수를 거래도구로 삼아 조미협상을 의미있는 수준으로 타결하려 할 것이다.
한국국내의 일부 보수논객들은 아직도 ‘미국의 동북아 패권전략’ 운운하며 ‘중국을 제압하고 감시하는데 최상의 위치에 있는 주한미국군철수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진단을 하는데, 군대의 철수여부에 대한 그들의 진단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우선 진단의 대상과 방법부터 틀렸다. 트럼프 정권이 출범한지 23 개월이나 지났는데도 그들은 아직까지 트럼프와 대안우파 조언자들의 속성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트럼프와 대안우파 조언자들의 주한미국군 철수와 관련한 관심목표는 두 가지다. 첫째는 그들의 새로운 인도-태평양전략에 따라 중국을 포위하는 국면에서 쓸데없는 적을 줄이는 것이고, 둘째는 쓸데없는 적을 줄임으로써 발생하는 비용감소를 미국내 사회기간시설을 보수하고 교체하는데 사용해 대선공약을 실천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들의 계산법이 특이하기 때문에 과거의 공식으로는 그들의 딜방법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들의 계산법은 단순명쾌하다. 한국에서 주둔군에 소요되는 미국부담금 연간 12 억 달러 (9 억 달러는 한국이 부담하고 있다)를 아끼면 뉴욕의 라구아디아 공항처럼 노숙자 합숙소를 방불케 하는 낡은 시설물들을 단 시간 안에 새 시설물로 교체할 수 있다는 식이다. 그들에게 군대를 철수했을 때 발생하는 추가감시비용이나 위험부담같은 것을 아무리 설명해 보았자 다 뜬구름잡는 소리이거나 귀신 씨나락까먹는 소리다. 맥메스터도 캘리도 매티스도 두 손 두 발 다 들고 설득을 포기했다. 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에 보면 트럼프는 주한미국군 주둔비용을 35 억 달러라고 우기고 있는데 이들은 트럼프의 그 뜬금없는 비용주장조차 교정해주지 못했다.
트럼프와 대안우파의 속성과 비용계산법, 그리고 그 수장의 막무가내식 고집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들이 백악관을 지배하고 있는 한 주한미국군 조기철수는 기정사실로 확정하는데 동의할 것이다. 여기에는 사실상 이론의 여지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전혀 다른 곳에 있다.
즉, 최악의 궁지에 몰려있는 트럼프에게 미국 주류연대의 공세를 막아낼 힘과 조직이 남아있느냐 하는 거다. 어제 NYT 에는 Time for G.O.P. to Threaten to Fire Trump 라는 제하의 긴 칼럼이 실렸다. 이제는 공화당이 나서서 트럼프를 백악관 오벌오피스로부터 축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G.O.P 란 Grand Old Party 의 약자로 공화당을 의미한다.
반트럼프 주류연대는 광대하고도 강력하다. 유대계가 장악하고 있는 군산복합체와 거대금융자본은 물론 민주당, 리버럴, 실리콘밸리, 대도시 중산층, 전체인구의 40 퍼센트에 달하는 소수민족 등이 연대하고 있다. 소수민족 중 욕을 먹으면서도 트럼프를 향해 많은 지지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소수계는 한국계(Korean American) 뿐이다. 코리아반도 평화딜 이라는 특수한 여건 때문에 그렇다. 진보성향 동포들뿐 아니라, 보수성향 동포들역시 그들나름의 요구를 하며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립된 트럼프를 향해 사방에서 쏟아지는 무자비한 공세를 그가 버텨내 임기라도 채울 수 있게 된다면, 주한미국군 철수시기는 아마도 한미연합사의 전시작전권반환시기보다 일찍 도래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얼마 전 어떤 분과의 대화를 통해 조금 언급한 적이 있다. 지난 5 일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전군지휘관회의에서 정경두 국방장관이 한 황당무계한 발언을 인용하면서였다.
한국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정 장관은 그 자리에서 ‘내년 전작권회수에 대비하여 한국군이 한미연합전력을 주도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말을 해석하면 한미연합사를 해체하지 않은 조건에서 한국군 대장이 한미연합사 사령관을 맡아 한미연합사에 편제되어 있는 주한미국군을 통제하겠다는 의미다. 당시 나는 한국포털사이트 에서 내가 최초로 접한 그 기사가 한국 국방장관의 말을 잘못 인용했나 싶어 다른 신문들과 교차확인했었다. 놀랍게도 그가 그런 식으로 발언한 건 사실이었다.
나는 그 때 다음과 같이 한 두 마디로 축약해서 한국국방장관의 이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비판한 적이 있다. '군사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기초지식을 획득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국 국방장관의 말이 전혀 납득이 안되는 소리라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 는것 '1941 년 12 월 8 일 이후 지금까지 77 년 동안 거의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전 세계 곳곳에서 실전을 벌여 온 전쟁국가의 전투병력을 1950 년 6 월 25 일부터 1950 년 7 월 12 일까지 단 17 일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전쟁(전투가 아니라)을 기획하고 지휘해 본 경험이 전무한 나라의 장성이 통제할 수 있느냐 하는 미국의 자존심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정찰첩보위성과 첨단정찰기, 한미연합사보다 상위부대인 태평양사령부의 직접 통제를 받는 정보여단 등을 지휘통제해 본 경험은 커녕 보유하지도 않고 있는 군대의 수장이 그것을 보유하고 있는 군대를 지휘한다는 게 우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는 것 등이 내 말의 요지였다. (참고로 1950 년 7 월 12 일은 대전협정에 따라 한국군에 대한 지휘권이 유엔군사령관에게 넘겨진 날이다. 7 월 14 일로 착각했던 나머지 그 때 7 월 14 일이라고 했었는데. 다시 확인해 보니 7 월 12 일이었다.)
주한미국군이 한국군 사령관이 지휘하는 연합부대에 편제되어 그의 지휘받는 일은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다.
이른바 ‘an adult day care center’(현재 미국에서 통용되는 트럼프 백악관의 별명)에서 주한미국군철수 절대반대론의 거두 제임스 매티스가 물러난 지금은 상황은 훨씬 더 확정적으로 굳어지고 있다. 미국의 군부를 대표해서 대통령을 향한 항명사태를 주도해 온 대표적인 주한미국군철수반대론자 제임스 매티스가 내년 2 월 말 물러나겠다는 사임의사를 밝혔으나 도널드 트럼프는 올해 연말에 사무실 비우라는 통보를 날렸다.
(참고로 an adult day care center 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어른 보호소가 아니라 '정신박약아 보호소'라고 해야 맞는다. 여기서 말하는 정신박약아란 물론 도널드 트럼프를 말한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역사가 펼쳐질 기해년을 일주일 앞 둔 오늘,
조선과 두 쪽으로 갈라진 미국의 대타협의 진짜 의제가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예감할 수 있다.
주한미국군 철수가 바로 그것이다.
어차피 한반도(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무적 최종단계에서는 한국과 조선 전역에 있는 핵관련 시설과 탄두에 대한 조미간 상호 물리적 검증을 해야한다. 이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역사상 자국 대사관을 포함한 정부시설과 군부대를 외국 기관이 정밀검증을 하도록 허용한 사례가 없다. 이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6.12 합의에 ‘노력한다’는 말을 끼워넣어 미래과제로 남겨놓은 것이다.
미국시설물과 인원에 대한 조선의 상호검증없이 코리아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길은 주한미국군 전체가 한국으로부터 철수하는 방법 이외에 다른 선택은 없다.
조선과 미국의 대안우파가 6 개월 여 전 타결한 ‘코리아반도 비핵화’ 그 의제의 반쪽이 이제서야 비로소 등장하고 있는 중이다.
2018 년 크리스마스 아침 (MST) sar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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