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메리 크리스마스'
언젠가부터 서양에서 '메리 크리스마스' 라는 인사를 잘 하지 않지요.
다종교다문화 코뮤니티에서 살아가는 매너가 확산된 결과라고도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더 중요한 이유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유럽에 이어 캐나다 교회들도 빠른 속도로 문을 닫아가고 있는 중 입니다.
유럽과 캐나다에서 종교적 의미의 탈기독교화가 일어난 것은 오래 된 현상이지만,
이제는 일상생활과 문화부문에서도 탈기독교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해서인지,
이 나라를 대표하는 최대 개신교단인 캐나다연합교회 (UCC) 토론토 연회는 Rev. Gretta Vosper 를 비롯한 무신론자 목사를 수용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주류교단이 무신론 교역자를 수용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역사적 사건입니다.
종교는 일종의 초월적 개념인데, 초월적 개념을 '존재'에 제한해 놓은 전통적 교회의 논리적 모순과 자가당착을 수정하는 혁명적 사건이기도 합니다.
탈종교 현상과 교회의 무신론 clergy 수용은 바로 수명이 다한 특정 '신'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서구에서 전통적 기독교가 모래성처럼 무너져내리는 탈기독교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갈 다음 차례는
미국 동부와 서부가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본거지에서 퇴출현상이 가장 먼저 가속화되고 있는 기독교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원래 유대교의 작은 종파에 불과했던 기독교를 글로벌 상품으로 재탄생시킨 사람의 이름은 Paul 입니다.
기독교경전(신약)에서 Apostle Paul (사도바울)이라는 호칭으로 널리 알려진 사람입니다.
지금의 터키지역에서 출생한 유대계 로마시민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크리스마스가 글로벌 명절이 되게 한 최초의 공로자 역시 이 사람이지만,
바울감독이 제작하고 연출한 기독교라는 대서사드라마 원본대사에는 예수선생 탄생 이야기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바울감독은 자신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이 드라마 주인공 예수라는 등장인물을 단 한 차례도 만나 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예수선생의 탄생을 포함한 그의 역사적 행적에 대해서 일체 관심을 표명한 적도 없었습니다.
탄생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한 적이 없습니다.
바울감독은 자신이 제작한 드라마 주인공 예수선생을 역사적 인물로 묘사할 의도가 없었기 때문일 것 입니다.
바울 '감독'과 예수 '배우'은 서로 만난 적은 없지만,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동시대 사람입니다.
그 시대에 예수의 동정녀 탄생 신화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던 게 분명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감독이 알지 못하는 등장인물의 탄생 이야기 같은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건 후대 사람들이 나중에 만들어 낸 이야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드라마 감독이 언급한 적 없는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도대체 어떤 작자가 무슨 목적으로 나중에 끼워 넣어 무려 2 천 년이 넘도록 멀쩡한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었는지 이제와서 따지는 건 중요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예수선생 어머니의 비합법적 임신(당시 유대율법으로서는)을 동정녀탄생신화로 각색한 이 스토리는 '마태오복음'에 나와 있는데,
그 최초의 스토리텔러가 누구였는지에 대해서는 성서학자에 따라 말이 서로 다릅니다.
마태오 라는 설과 '헬라어와 히브리어를 함께 구사할 줄 아는 다른 사람이라는 설로 나뉘어 있습니다.
덮어놓고 신화를 추종하지 않고, 일단 사실을 확인하는 경향이 확산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을 확인한 후 그 사실 이면에 나타난 스토리의 의미를 읽고나서 감동을 하든 은혜를 받고 굽실거리든 그건 각자 스스로 알아서 결정할 문제입니다.
교리로 만들어 집단적으로 강요할 일이 아니구요.
오래 전부터 매년 이맘때만 되면
아무나 보고 '메리 크리스마스' 라고 인사해도 무방한지,
'해피 할러데이'라고 인사하는 게 더 나은 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는 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라는 인삿말도 역사속으로 사라질 날이 그다지 멀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하며..
굿바이 메리 크리스마스.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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