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축하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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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축하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 이유

sarnia 6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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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탄핵표결 결과가 나오기 여섯 시간 전 쯤 에드먼튼에 있는 한인식당 'Korean Grill' 에서 지인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당연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야기가 나왔는데 싸르니아는 그 자리에서 "230 표 이상으로 탄핵안이 가결될 것" 이라는 예측을 했다. 

 

정보분석에 기반한 과학적 예측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 예측숫자가 맞았다 한들 별 의미는 없지만, 그 날 밤 잠을 깨운 두 건의 카톡이 싸르니아의 기분을 묘하게 했다. 한국의 지인이 현지시간 오후 4 시 경 (에드먼튼 시간 자정 경)에 보낸 그 두 건의 카톡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234 대 56" "대한민국 만세" 

 

싸르니아가 그 카톡을 받고 다시 잠자리에 든 지 한 시간 쯤 후, 

 

고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에서 두 가지 중요한 일을 침착하고도 신속하게 처리했다. 

 

그 하나는 최재경 민정수석비서관의 사표를 보류 18 일 만에 전격 수리한 후 그 자리에 '세월호 특조위 깽판꾼'으로 유명한 초강경 친박 법조인 조대환을 임명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국무위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이제부터 자신이 탄핵이 헌재에서 기각되도록 최선을 다해 대통령 직무에 화려하게 복귀하고야 말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하는 강력한 시사성 회동자리를 마련한 것 이었다. 

 

국회 사무처 의안과장 일행을 태운 승용차가 청와대 영풍문을 통과하여 위민관에 도착,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탄핵소추 의결서 사본을 전달한 시각은 이 날 저녁 7 시 3 분 이었다. 대통령은 탄핵표결 결과에 대한 정보를 접수하자마자 국회 직원들이 의결서 사본을 들고 청와대로 들이닥치기 전에 두 건의 중요 인사 결재와 국무위원 소집 회동이라는 사전 계획된 행사를, 두 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일사천리로 처리한 것이다. 

 

국무위원 소집 회동은 박근혜 대통령이 늘상 거의 모든 시간을 숨어지내는 관저가 아닌 본관에서 이루어졌는데, 앞으로 헌재 판결이 날 때 까지, 혹은 그 결과에 따라 영원히 못 들어오게 될 본관에서 국무위원들을 맞이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표정은 어느때보다도 밝고 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단 탄핵절차가 개시됨에 따라 일단 즉각 퇴진 위험으로부터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그 기간을 기약할 수 없는 헌재재판과정에서 반격할 시간을 벌게되었고, 헌재판결보다 그 조사기간이 짧을 수도 있는 특검을 의전상 대통령의 신분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만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각 퇴진이란 곧바로 민간인 신분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고, 신분전환은 구속수사와 직결되므로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죽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그 위험으로부터 벗어났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일단 탄핵에 대한 헌재의 재판절차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시민항쟁의 목표가 일정 부분 성취되었다는 착시현상이 일어날 것이므로 그 착시현상이 확산되는 범위만큼 항쟁동력이 삭감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사태가 폭로된 초기 국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을 선호하는 듯한 시사를 하다가 중반 이후 마치 자기가 탄핵보다는 조기 명예퇴진을 더 바라고 있다는 듯한 연막전술을 구사하는 교활함을 보이기도 했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는 즉각 퇴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일정과 결과가 미리 정해져 있는 명예퇴진 조차 전혀 관심이 없었다. 될 수 있으면 그냥 뭉개고 임기를 마치고 싶었던 것이었고, 그게 불가능하다면 그 과정이 길고 obstacle 이 많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탄핵을 해 보라는 게 본심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왜 명예퇴진을 마다하고 탄핵을 줄곧 선호해 왔던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의 행동동기를 정치공학적으로 해석해서는 전혀 답이 나오지 않는다. 싸르니아가 몇 번 반복해서 이야기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장기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당장 눈 앞에 닥친 위기를 모면하는 단기 전술로 이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면 그의 행동동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 또는 정치인으로서의 명예보다 안위에 더 집착해 왔다. 여기서 말하는 안위란 지극히 일차원적인 일신상의 안위를 말한다. 그저 편안한 생활여건과 자기를 모셔 주는 의전, 그의 정신병리학적 특징인 obsessive compulssive personality 나 결벽증세 등과 관련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언젠가 지방자치단체 연두순시를 하다가 해당 단체장실에서 휴식을 취한 적이 있는데 당시 청와대 경호실이 그 단체장실의 화장실 변기를 모조리 뜯어내고 새 변기로 교체했다는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 그 해당자치단체는 인천광역시였고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단체장은 지금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송영길 씨다. 박근혜 대통령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른 사람과 저녁식사를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 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심지어 선생님으로 평생을 모시고 살았던 최순실 씨하고도 저녁식사는 함께 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를 죽어라고 떠나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대통령 자리 자체에 무슨 미련이 있어서인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정치적인 이유라면 오늘 (탄핵 직후 인사조치 등)과 같은 비정상적인 결정은 나올 수 없다. 

 

비정상적인 행동 중에는 조대환 같은 어처구니없는 인물을 탄핵이 가결된 직후에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임명한 것도 포함되고, 지난 11 월 8 일 느닷없이 국회를 찾아가 굴욕적인 대접을 받아가며 한 번 봐 주십사 굽신거린 예상밖의 기행도 포함된다. 

 

이 두 가지 뿐 아니라 나열하라면 백 개도 넘을 이상한 행동들은 하나같이 대통령 또는 정치인 박근혜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이라기보다는 정신에 문제가 있는 어느 개인이 자신의 일상의 안정적 지속을 깨는 외부의 압력에 저항하고 대응하는 수준을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를 더 망연자실하게 만든다. 

 

탄핵가결을 축하하기 전에, 

 

저 사람이 도대체 왜 저러는지,, 그 해괴망측한 행동들의 이유에 대한 합리적 추론과 사실정보에 도달하면 대한민국의 온 국민이 다시 한 번 좌절과 불면에 빠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단군이래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공포영화 비슷한 엽기극이 앞으로도 몇 달 더 상영될 것을 생각하면 모골이 다 송연해 진다. 

 

차라리 독재자와 싸우고 있다면 이런 불길한 예감은 들지 않겠지만, 영혼이 비정상인, 즉 정신과 치료를 요하는 사람이 대통령 자리를 점거농성하고 있는 바람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단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면 너무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6 Comments
jindalrea 2016.12.10 12:34  
아이고~ 밤 12시.. 왜 안주무시고 계시리라 생각했는지..
무례했어요! 죄송합니다. 꾸벅~~
저는 오늘도 광장에 갑니다.
헌재와 특검.. 김기춘과 우병우.. 황교안~~!!!
전희경이 젤로 싫었는데.. 김진태 등과 같은 이 부류보다는..
최근엔 꼰대 근성이 다분한.. 수학시간에 산수책 들이미는 보수 정치인들이
죄다 보기 싫어지네요.
아무튼.. 아직은 광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저 말고 이웃들의 이야기에 경청하는 오늘을 살겠습니다.
실은 좀 헷갈리는 지점이 있어서요~^^;
다람쥐 2016.12.10 18:13  
닭이 그런 머리가 있을까요?
sarnia 2016.12.11 03:19  
박근혜의 특징은 상상을 초월하는 강고한 아집과 함께 자기의 고집에 따르지 않는 다른 사람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다는 것 입니다.
저는 현재 박근혜의 의사결정에 누가 결정적인 조언을 하고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는 지금 정치적 대응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일종의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온 나라가 심각한 덫에 걸려있는 것 같은 위태로운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난리 속에서도 나름의 운동질서가 있는 법인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혼돈 그 자체입니다.
새누리 절반 또는 그 이상일지도 모르는 의원들이 가표를 던진 이유가 단지 민심에 밀려서라기보다는 박근혜의 계속되는 이상행동에 정치외적인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일 수 있겠지요.
참새하루 2016.12.12 04:45  
탄핵으로 위기를 넘긴 박근혜 대통령 집무정지자는
법적인 공방으로 특검을 시간 끌고 헌재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는
말씀은 정말 공감합니다
늘 어지러운 뉴스의 홍수속에서
sarnia님의 깔끔한 상황정리 글은 늘 사이다입니다

지금 혼이 비정상인 사람을 뽑은 사람들
후회하고 있을겁니다만
차떼기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간판만 바꿔달고
쥐에서 닭으로 얼굴만 바꿔나오면
언제든지 찍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
개돼지들이 있는한 아직도 갈길은 멀고 멀게 느껴집니다
Pole™ 2016.12.13 04:27  
쥐닭을 찍고 후회하는 많은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비난하면 그들은 더욱 똘똘 뭉치게 될것이고 분열의 역사는 계속 될것입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국민이기에 박근혜 탄핵을 이뤄낸 것이고 포용하고 설득하려는 마음을 갖고 노력하면 그들도 언젠가는 우리 편으로 올겁니다
manacau 2016.12.13 20:43  
지금 그네년이 탄핵이되고 안되고가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벌써 국민들 맘에서는 충분히 탄핵이 되었고 개누리도 폐족 상태이니 몇개월전의 암흑을 생각하면 상전벽해 입니다.
지금은 야권이 잘 해쳐나가 정권교체를 하고 피폐된 사회 시스템을 투명화하는 목표를 두고 움직여야 할때죠.

벌써 오늘 손학규가 개헌파 호헌파 짖어되며 분열책동에 나셨습니다.
이들이 진정 인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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