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의 생각
1천만 명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도 박근혜는 하야하지 않는다.
국민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중요시하는 국개의원이 있는 한 탄핵도 믿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시민은, 국민은 패배한 것일까?
민주주의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저들은 꼼수와 사기극으로 버티고 있지만,
우리는 민주적인 방식으로 저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당장 저들이 물러나지 않는다고 비관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수십 년, 아니 동학농민혁명부터 따지면
120여 년 동안 움켜쥐고 있던 기득권을
저들이 그렇게 쉽게 내려놓을 거라고 생각했는가?
세상의 그 어떤 마약보다도 황홀한 권력을
순순히 포기할 정도로 저들이 양심적이라고 믿는가?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한다.
저들은 언젠가는 물러나게 되어 있다.
일주일 뒤일 수도 있고 한 달 뒤일 수도 있고
1년 뒤일 수도 있다.
아니, 몇 번의 대통령이 더 바뀌어야 할지도 모른다.
민주주의는 벼락처럼, 천둥처럼 오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피눈물을 먹고 자란다.
시민들의 피눈물이 많아질수록 저들의 저항도 커진다.
박정희가 사법 살인을 저질렀어도
전두환이 양민 학살을 자행했어도
김영삼이 IMF 사태를 초래했어도
이명박이 대국민사기극을 벌였어도
그렇게, 위정자들이 끊임없이 깽판을 쳐왔어도
대한민국은 무너지지 않고 전진해왔다.
위대한 국민들이 이 나라를 지탱해왔다.
당장 박근혜가 물러나고 새누리당이 해체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저들은 절대로 순순히 물러나지 않는다.
온갖 사악한 술수로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발버둥 칠 것이다.
박근혜가 물러나면 새로운 아바타가 등장할 것이고
새누리당이 해체하면 이름만 바꾼 당이 등장할 것이다.
한번이라도 광장에 나가본 사람은 안다.
우리 국민이 얼마나 다양하고 화려하게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고 있는가를.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경상도 사람부터 전라도 사람까지,
누구 가르쳐주지 않아도 민주주의를 배우고 실천하고 있다.
그것이 광장의 힘이고 광장의 민주주의다.
박근혜가 언제 물러날 건지
국개의원들이 탄핵을 성공시킬 건지는 중요하지 않다.
저들이 버티면 버틸수록, 우리 국민은 더욱 진화할 것이다.
그 어떤 비바람에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크고 튼튼한,
민주주의라는 나무를 꽃 피우고 열매 맺게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미 승리한 것이다.
저기 광장에 모인 수백만 개의 촛불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박근혜가 물러나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촛불을 들 것이다.
그 광장에서 맘껏 욕하고 배우고 즐길 것이다.
국개위원이 탄핵을 성공하지 못하면, 우리는 그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노무현 탄핵 이후 사라진 국개의원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다. 또 그렇게 하면 된다.
서두르는 자가 결국 실패한다. 흥분하는 자가 먼저 무너진다.
우리가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다음 정권을 준비하는 것이다.
나라를 싸그리 바꾸어놓을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뽑아야 한다.
기득권 세력의 엄청난 반발로 노무현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다음 정권은 성공할 수 있다.
국민들은 지금 광장에서 저들의 실체를 깨닫고 있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몸으로 배우고 있다.
박근혜가 버티면 버틸수록,
국민들은 더욱 더 강한 대통령을 원한다.
그리하여 혁명적 수준으로 나라를 바꿔놓기를 바란다.
그렇게 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이 나라를 제대로 바꾸어놓을지를
지금부터 두 눈 똑바로 뜨고 살펴보아야 한다.
내년이 봄이 될지 겨울이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내년의 대통령선거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가 될 것이다.
분열을 조장하는 세력이 누구인지,
국민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는 세력이 누구인지,
잘 판단해서 투표해야 한다.
미국처럼 엉뚱한 놈 좋은 일 시켜주지 말고
면밀하게 알아보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편하고 내 가족이 편하고 우리 이웃이 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