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위 쿠데타 구상하고 있는 중
방금 제 6 차 촛불집회가 종료됐다. 12 월 3 일은 한국 기득권 부패집단이 역사상 처음으로 깊은 좌절감에 빠지고 간담이 서늘해진 날로 기록될 것이다. 청와대 코 앞까지 시민들이 진출했기 때문에 간담이 서늘해 졌다는 게 아니라, 우매하다고만 생각했던 시민들이 감히 자기들이 심혈을 기울여 마련한 '담화 사기극'에 넘어가지 않은 사상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29 년 전 6월항쟁 때는 어땠을까? 사실 말이야 바른말이지, 그때는 멋지게 속아넘어 갔었다. 6.29 선언이 있던 바로 그 날 DJ 는 "인간에 대한 신뢰라는 말이 떠 올랐다" 는 말을 했다. 시민들은 환호했다. 시청 부근에 있었던 어느 다방에서는 "오늘은 기쁜 날, 찻값은 무료" 라는 포스터를 내다붙이고 손님들에게 공짜 커피를 제공했다. 싸르니아의 기억이 맞다면 그 때 그 다방 이름은 '가화'였다.
솔직히 말해 그때는 전두환 연출 노태우 주연의 사기극에 언론과 야당을 포함한 온 국민이 통째로 속아넘어갔었다. 모든 시나리오는 독재정권의 사전 예측대로 진행됐다. 양김은 갈라섰다. 재야(지금의 용어로 바꾸면 진보진영)는 김영삼을 지지하는 후보단일화 계열과 김대중을 지지하는 비판적지지 계열, 백기완을 출마시킨 독자민중후보 계열로 분열했다. 그 해 12 월 대선에서는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당연히 승리했다.
지금은 그때하고는 다른 양상으로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 박근혜 집단의 집요하고도 간교한 반격에도 불구하고 시민혁명 대열은 흐트러짐없이 차분하게 범죄자들의 숨통을 조여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의식하고 있든 하지 못하고 있든 관계없이 시민혁명의 목표는 점점 본질에 접근해 가고 있다. 박근혜를 대통령 자리에서 즉각 축출하고 구속수사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백년 기득권 부패세력이 점거하고 있는 대한민국 제도권 전체를 송두리째 뒤집어 엎어버릴 기세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박인지 뭔지하는 저능아 비슷한 인간들은 말할 것도 없고, 개헌 따위를 염두에 두고 속절없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새누리의 비박을 포함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당 안에 상당수 포진하고 있는 정상모리배형 인간들 역시 철퇴의 표적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아울러 한 나라를 사실상 통째로 지배해 오면서 보이지 않는 군주 노릇을 해 온 이 나라 출신 다국적기업 "삼성' 역시 치명적 타격을 입을지도 모르겠다.
밤새 제 6 차 촛불집회 현장에서 몇 몇 지인들이 실시간으로 보내온 카톡 동영상이 들어와 있었다. 낯익은 율곡로와 경복궁 담장이 보이는 걸로 봐서 청와대 쪽으로 행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 나라 사법부는 시민들의 손으로 어서 빨리 박근혜 정권을 안락사 시켜주었으면 하는 자기들 나름의 간절한 염원에서 행진허용거리를 집회 때마다 점점 좁혀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제 7 차 촛불집회 전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 11 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하면 이번에는 헌법재판소가 제 7 차 촛불집회 전에 집시법 제 11 조에 명시돼 있는 100 미터 제한규정에 대한 위헌판결을 내려 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게되면 지난 번 글에서 싸르니아가 말했던대로 청와대 11 문 앞까지 행진이 가능해지고 경찰은 청와대 경내로 철수해야 할 것이다.
알려진대로 박근혜 집단은 3 차 담화를 전후해서 비박계 의원들을 상대로 비리폭로와 검찰수사를 도구로 탄핵에 반대하도록 위협하거나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30 년 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박근혜 집단이 유일하게 잘 할 줄 아는 정치는 정보정치다. 정보정치의 목표는 공작인데, 공작의 형태는 협박과 회유 분열책동이다. 제도권을 향한 정보정치는 협박과 회유, 분열공작으로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이들이 주시하고 있는 정보공작정치의 최종 목표는 시민항쟁대열이다.
확산일로에 있는 겨울항쟁의 열기는 박근혜 집단을 내심 당황하게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박근혜 집단 뿐 아니라, 제도권의 수혜영역 안에 있는 기득권 세력은 보수 진보 등 이념 차별성에 별로 관계없이 제도권력이 시민혁명에 의해 굴복하는 것 자체에 대해 공포를 느끼고 이런 현상에 본능적 거부감과 증오심을 느낀다.
박근혜 집단은 현재 시민항쟁대열을 폭력으로 진압하기 위한 기회와 수단을 모색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본인 역시 지금은 최순실보다도 훨씬 팽팽 잘 돌아가는 머리로 열심히 해골을 짜내고 있을 것이다. 주목할 필요가 있는 최근의 경찰 고위직 인사 역시 이런 수단 중 하나다. 친박핵심의 동생 등이 승진해 요직을 차지한 이 경찰인사는 경비와 진압책임을 맡고 있는 경찰조직에 대한 이탈방지 경고의 의미로 해석된다.
툭하면 아무데서나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박사모와 상습폭력배들의 맞불집회의 규모가 갈수록 커져가고 이들의 동선이 광화문 쪽으로 점점 접근하고 있다는 점도 수상한 일이다. 이들이 현재 외치고 있는 구호는 촛불진압과 계엄령 선포다. 이들이 말하는 계엄령 선포는 현행 헌법상의 계엄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기능 자체를 정지하는 친위 쿠데타를 의미한다. 미친 소리에 불과하지만 미친 놈도 만 명 이상 모이면 하나의 의견 반열에 올라오므로 주시할 필요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