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어젯밤에도 드라마를 보았다
아무래도 청와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다. 일촉측발의 위태로운 상황이다. 국무위원과 청와대 참모들 중 박근혜 사태의 알려지지 않은 비밀을 가장 먼저 파악한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이 역시 위험을 감지하고 잽싸게 탈출했다.
그 비밀의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검찰은 박근혜 문제의 핵심이 폭로되면 "촛불이 횃불" 될 거라고 경고했다. 세계일보 조한규 전 사장은 아직 공개하지 않은 문건 8 종류가 있는데 이것들이 폭로되면 정권이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근간이 무너질까봐 공개 못하겠다고 했다. 최순실 권력을 처음으로 공개한 박관천 씨는 "(박근혜 사태의 진짜 본질이 무엇인가는) 무덤까지 가져갈 것이다" 라는 말을 했다.
드디어 박근혜 사태의 핵심으로 접근하고 있는 느낌이다. 아마 전 세계는 곧 해괴하고도 충격적인 스캔들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 같다. 우리가 지금까지 들어 온 돈 갈취, 최순실, 정유라, 세월호 일곱 시간. 바이아그라 같은 말들하고는 전혀 차원이 다른 이야기들이 줄줄이 쏟아져나올 것이다.
지금 청와대의 위기는 1979 년 10 월 위기보다 훨씬 심각하다. 박정희는 독재자였지 미친놈은 아니었는데, 지금의 대통령 정신상태는 정상이 아니라는 점이 그 때와 다르다..
또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 그는 완벽한 혼자다. 나는 그걸 최근에야 알았다.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권력'이 그를 버렸는데도 그는 '권력'을 버리지 않고 몸에서 분리된 유령처럼 그 자리에 퍼질러 앉아있다. 동서고금을 통해 유래없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들이라면 지난 주부터 변호인과 대변인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들이 '박근혜 씨의 말 그대로' 라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요즘 가장 걱정되는 사람이 한 명 있는데 바로 청와대 대변인 정연국 씨다. 하루가 멀다하고 기자들 앞에 나타나 자기도 잘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소리를 대신 늘어놓아야 하는 자기 신세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한심할 것이다. 저 대변인이라는 사람은 앞으로 오랫동안 상담치료를 받아야 하는 수치심 증후군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5 천 만 국민은 현재 고약한 덫에 걸려 있다.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닌 현직 대통령의 청와대 점거농성에 '탄핵' 과 '평화시위'라고 하는 두 가지 '정상적인 해결수단의 프레임에 갇혀 옴짝달싹 할 수 없는 형국이다.
탄핵과 평화시위 밖에는 외부에서 자기를 공격할 수단이 없다는 것을 간파한 저 특이한 점거농성자는 오늘 저녁 무엇을 하면서 보낼까?
아마 평소와 다름없이 혼자 천천히 식사를 하면서 드라마를 보며 유유자적할 것이다. 그의 마음은 편안하고 맥박과 혈압은 정상임에 분명하다. 가끔 보는 뉴스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광화문에서 외치는 함성소리가 관저에까지 들릴 거라는 소리를 하는 걸 들을 때마다 그 가소로움에 저절로 웃음이 나올 것이다. 관저의 방음시설은 완벽하다. 레버 잠금장치가 있는 이중창을 닫으면 밖에서 무슨 난리가 터져도 그 소리가 안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그에게는 언제부턴가 한 번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 밤을 세워 보는 버릇이 생겼다. 한나라당 시절 데리고 다니던 대변인의 권유 때문에 보기 시작한 게 이젠 아주 중독이 되어 버렸다. 이 때문에 생긴 불면증 때문에 수면제를 먹어야 잠이 드는 증세가 생겼다. 이러다보니 나이트쉬프트를 뛰는 편의점 알바생처럼 아침 여덟 시에 자고 오후 다섯 시에 일어나는 습관이 생겼다.
4 월 16 일에도 그랬다. 아마 그는 딴에 이런 생각을 하며 속으로 무척 억울해 하고 있을 것이다.
언론에서는 그 날 무슨 셩형수술을 했다느니 주사를 맞았다느니 이상한 소리들을 하면서 자기들끼리 설레발을 떨고 있는데, 사실 그는 그 전 날, 전에도 몇 번이나 봤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열 편이나 보느라고 밤을 세웠다. 칠십 분 짜리 드라마 21 부작 중 열 편을 보는데 걸리는 소요시간은 열 한 시간이 넘었다. 나머지 11 부작은 그 다음 날 보려고 했는데 재수없이 "여객선사고"가 나는 바람에 지금까지도 못봤다. (교도소에서 나머지 11 부작 보면 된다)
어쨌든 그래서 다음 날 16 에는 낮에 잔거다. 그 날 그는 이런 꿈을 꾸었다. 거울 속에서 김주원이 나타났다. 김주원에게 물었다. '내가 이쁘니? 길라임이 이쁘니? 김주원이 말했다. '길라임이 이뻐요' 그 날 그는 사냥꾼이 숲 속에서 죽인 길라임의 심장을 요리해 먹는 꿈을 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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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더 이야기할 거리도 없고 대책도 없기 때문이다.
26 일이 다가오고 있기에 경찰청에 제안한다.
병력을 청와대 경내로 철수하고 율곡로 내자동길 효자동길 삼청동길 경복궁을 포함한 모든 공로를 개방하기 바란다. 그게 불의의 폭력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 아직은 현직 대통령인 박근혜의 신변안전을 보장받는 길이다.
경찰이 청와대 울타리 안에서만 경비를 선다면 시민들도 굳이 청와대 경내로는 진입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범죄자의 심신상태를 진료할 의료진과 체포영장을 소지한 수사관들만을 청와대 경내로 들여보낼 것이다.
이번 주 토요일에 모든 상황이 종료되고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이제는 이따위 주제로 글 쓰는 시간도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