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를 포위할 때 주의할 점
법원의 '결단'으로 시민들이 청와대까지 진출할 수 있는 합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그 날 서울 지역의 날씨도 무난하다. 대체로 흐리고 비는 오지 않으며 기온은 오후 여섯 시 경 16 도까지 오른다.
12 일 서울로 들어오는 열차 좌석이 매진되고, 지방 각 도시에서 서울로 가는 전세버스가 동이 났다는 소식도 들린다. 토요일 광화문 광장에 모일 인파의 규모는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다. 안전사고 없이, 위태롭기 짝이없는 이 전대미문의 헌정중단사태를 시민의 힘으로 정상회복 시키기 바란다.
헌정중단사태를 정상회복시키려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능력을 상실한 박근혜 씨를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끌어내야한다.
끌어낸 후 누구를 그 자리에 대신 앉느냐는 그 다음에 생각할 문제다. 박근혜 사태가 이토록 적나라하게 알려지게 된 단초들을 제공했으면서도 사태가 자기들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자 크게 당황한 표정으로 엉거주춤 하고 있는 '저 놈들'을 색출하는 것도 나중 문제다.
새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하다못해 황교안 총리( 당신 아직 이임식 안했지?)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를 당분간 수행하더라도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사람이 잠시라도 그 권력과 권한을 행사하는 것만큼은 즉시 중단시켜야한다.
대통령 중심제를 하는 나라에서 책임총리나 거국내각은 잠꼬대같은 소리를 넘어 개가 풀 뜯어먹는 사기극에 불과하다. 헌법을 바꾸지 않는 한 그런 총리나 내각은 꿈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혼란을 최소화 할 올바른 방법은 길은 하야와 재선거 뿐이다.
그 날, 경찰은 예전처럼 일단 광화문 네거리 북쪽에 저지선을 구축할 것 이다. 예전에는 동화면세점과 일민미술관에 저지선을 쳐서 신문로-종로 라인을 확보하더니 지난 번에는 어찌된 일인지 경찰 저지선을 이막동 선생 동상까지 후퇴했다.
청와대까지의 거리행진을 막지 말라는 법원의 결정이 있었으므로 시민들의 거리행진을 이 지점에서 가로막는 건 불법이다. 당당하게 경찰저지선을 밀어부치고 북쪽으로 행진을 계속하자. 시민의 위력도 위력이지만 법원의 명령으로 경찰은 세종문화회관 쪽과 미국대사관 별관 쪽으로 시민들의 행진로를 개방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병목현상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광화문 (경복궁 정문)앞에 이르면 시민대열은 두 갈래로 나누어야 한다. 한 갈래는 정부종합청사 쪽으로 죄회전하여 통의동 파출소와 코오롱빌딩을 지나는 효자동길로 올라가고, 다른 한 갈래는 우회전하여 폴란드 대사관과 브라질 대사관을 지나는 삼청동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이 두 대열은 경복궁 북쪽 청와대로에서 합류하게 된다.
동쪽 대열이 지나게 될 삼청동길
시민들의 청와대 행진이 시작되어 광화문 광장을 출발하는 순간부터 경복궁의 모든 문을 활짝 개방할 것을 문화재청에 요구한다. 양쪽으로 분리된 대열이 도중에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혹시 최순실 씨가 곁에 없는 박근혜 씨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백기항복을 하고 순순히 청와대에서 나오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박근혜 씨를 삼성동 사가까지 데리고 갈 VIP 호송조를 따로 조직한다. VIP 호송조는 경복궁 경내에서 대기한다.
그런 일이 생겼을 경우 VIP 호송조는 박근혜 씨가 아직은 현직 대통령이라는 점, 그리고 법원의 판결이 날 때 까지는 범인이기보다 환자로 추정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적절한 예의를 갖추어 사가까지 안전하게 호송한다.
청와대 11 문 바로 앞에서 벌이는 박근혜 퇴진을 위한 민중총궐기대회는 광화문광장에서 벌였던 집회와는 차원이 다르다. "나오라" 고 밖에서 외치는 소리를 청와대 경내에 있는 모든 사람이 똑똑하게 들을 수 있다. 박근혜 씨가 바겁자라면 그 날 안가로 피신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비상사태 발발시 근무자 정위치 원칙에 따라 본관 집무실에서 시민들이 외치는 소리를 잘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비상사태라도 전쟁이 발발한 것은 아니므로 지하벙커에 들어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청와대로에 집결한 대회참가자들은 각자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행동에 극도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 구역은 일반경찰이 아니라 청와대 경호실의 통제를받는다. 청와대가 보유하고 있는 무력은 다양하다. 청와대 남쪽은 주로 서울지방경찰청 101 경비단이 맡고 있다. 시민대열이 청와대 앞에서 가장 먼저 조우하게 될 부대도 101 경비단 소속 병력들일 것이다. 청와대 북쪽은 북악산인데 이 방면 경비는 수도방위사령부 제 1 경비단이 맡는다.
이 외에도 청와대 경호실에 파견 배속되어 직접 지휘를 받는 부대들이 있는데, 제 33 헌병경호대, 수방사 소속 파견부대인 제 55 경비단, 제 88 경호지원대가 그 부대들이다. 이 중 제 33 헌병경호대는 1979 년 12 월 12 일, 박근혜 씨와 철천지 원수로 알려진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의 지시를 받아 육군참모총장을 납치하는데 동원된 최정예 근위부대다.
이 부대들은 기본적으로 시위진압장비가 없는 병력이므로 만에 하나 사태가 험악해 질 경우라도 이들과 직접 충돌하지 않도록 행사지도부가 각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대회 지도부는 101 경비단장과 경내 주둔부대들을 지휘하는 경호실 책임자를 밖으로 호출하여 돌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육성 핫라인을 열어두는 것이 안전하다.
11 월 12 일 토요일,
단 한 사람의 부상자나 단 한 건의 불상사도 없이 박근혜 씨를 육성으로 설득해서 일단 자기 집으로 보냄으로써 이 어처구니없는 황당정국을 수습하는 위대한 첫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