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체포조에 의해 끌려나오기 전에......
모든 계산에 앞서는 분명한 명제가 있다. 박근혜 씨가 대통령 자리에 하루라도 더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건 너무 위험하다, 사람들은 아직 박근혜 사태의 내밀한 진실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마찬가지다. 외국인들의 경우는 더 그렇다. 스무 손가락 안에는 들어간다는 국가의 대통령이 자기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에서부터 국가예산편성과 무기체계도입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만사를 자기가 어린 시절부터 푹 빠져 따라다니던 어느 박수무당의 딸이자 수제자에게 그 결정권을 넘겨줬다는 기상천외한 이 사건에 마냥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뿐이다.
애시당초부터 박근혜의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면서 시치미를 뚝 떼고 박수무당의 딸에게 로비한 록히드마틴같은 미국 군수기업은 자회사의 명운이 걸린 대 한국 전투기 수출과 미사일 방어체계 수주가 한 순간에 날아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심지어 이런 엄청난 로비 스캔들 조차 박근혜 사태를 구성하고 있는 드라마 요소에서는 단역 장면에 불과하다. 지난 번에 싸르니아는 박근혜 사태를 가리켜 보수핵심의 쿠데타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들의 쿠데타 역시 이 사태를 기획하고 촉발했을지언정 현재의 핵심적 관심대상은 아니다.
박근혜가 조만간 청와대에서 쫓겨난 후 누가 최후에 웃는 자가 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지금 알 바가 아니라고 생각할만큼 별로 관심이 없다. 지금으로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그만큼 박근혜 사태는 놀라운 괴사건이고 세계사의 미스테리로 기록될 엽기적 사건이라고 확신한다.
다만 이 와중에도 늘 함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 한 가지 있기는 하다. 제대로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한 유권자들의 불완전한 판단력이 한 나라를 순식간에 파탄나게 할 수도 있다는 교훈 중의 무서운 교훈이 그것이다.
투표결과에 대한 책임은 금수저가 지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지는 것이다. 결자해지라고 했다. 2012 년 12 월 19 일, 잘못된 판단으로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51.6 퍼센트, 그 유권자들이 할 일이 있다. 물대포와 최루액을 뒤집어 쓸 각오를 하고 오는 12 일 열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제 3 차 국민대회 전열의 맨 앞에서서 '그 손'으로 박근혜 씨의 손을 잡고 청와대에서 도로 데리고 나오기 바란다.
담화문을 들으면서, 저 사람이 조금 더 벼랑끝으로 몰리게되면 계엄령을 선포해서라도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바보천치같은 생각을 할 인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옆에 최순실이 있었다면 그런 조언은 하지 않았겠지만, 박근혜 씨 스스로의 지력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고도 남겠다는 판단이 들만큼 담화문은 멍청하기 짝이없는 오기로 가득차 있었다.
"비리를 저질렀다고 하니" 라는 그 짧은 표현은 변명이나 거짓말이 아니다. '네까짓것들한테 한 발짝도 밀리지 않겠다'는 폭언이었다. 담화문의 문장은 누가 대신 써 줬겠지만 '대통령 자리 절대 못내놔!." 라는 딱 하나의 가이드라인은 본인의 의지에서 나온 것이 분명했다. 담화문의 요지는 하나다. '네까짓것들에게 밀려 대통령 못내놓겠다'는 말이다. 담화문을 들으면서 생뚱맞게 떠오른 문장이 최순실 딸인가 하는 아이가 썼다는 SNS 글이 생각났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멍청한 분노라는 점에서 둘이 아주 닮았다.
박근혜 사태의 출발이자 본질이 도사리고 있는 지점은 최순실이 아니라 최태민이다, 박근혜와 최태민의 관계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없이는 오늘 벌어지고 있는 박근혜 사태의 본질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
온나라를 40 년 넘게 시끄럽게 흔들고 있는 그 박수무당은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달동네 전셋집 골방에서 벽을 보고 졸다가 갑자기 자기를 가리켜 태자마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데, 그 태자마마로 거듭난 박수무당이 당시 대통령 박정희 씨의 둘째딸이었던 박근혜 씨를 자신의 첫 의뢰인으로 지목했다는데서 오늘의 비극이 시작됐다.
1975 년 3 월 6 일 태자마마는 박근혜 씨 앞에서 7 개월 전 죽은 박 씨의 어머니 고 육영수 씨의 생전 음성과 표정을 연기했다. 당시의 태자마마의 모습이 연기였는지 진짜 빙의였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중요한 것은 당시 태자마마의 모습을 본 만 23 세의 박근혜 씨가 까무러쳤다가 깨어난 뒤 그때부터 사람이 좀 이상해 졌다는 것이 지금까지 밝혀진 정설이라는 점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과 전두환 신군부 시절 수사기관들은 처음에 박근혜와 최태민의 관계를 연인관계로 오해했던 것 같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생전에 "그 x이 최태민이 때문에 시집을 가려고 해야 말이지" 라고 푸념하는 말을 직접 들었다는 김계원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증언을 들어봐도 그런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다만 처음에 잘못 판단했던 그들도 사태의 내막을 바로 알고나서 경악했다.
한국의 수사기관들로부터 정보를 넘겨받은 주한미국대사관 보고서가 그것을 잘 말해준다. 그들의 보고서에는 "최태민이 박근혜의 몸과 영혼을 완전하게 통제했었다 (...had completely controlled her body and soul)" 고 쓰여있다. 이건 단순한 연인관계라는 말하고는 의미가 아주 다른 말이다. 그들의 보고서가 과거완료로 되어있는 이유는 이 보고서가 작성된 시기가 2007 년으로 최태민이 사망한 지 13 년 이 지난 시점이고, 그때까지는 주한미국대사관이 비록 딸 최순실의 존재를 알았더라도 그가 그의 아버지 태자마마로부터 박근혜의 몸과 영혼에 대한 통제권을 물려받은 상속권자 였던 것 까지는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
샤머니즘 정권이라는 말은 밑도 끝도 없이 떠도는 말이 아니라, 측근들의 증언과 조사업무를 전문으로하는 수사기관들의 수사보고서를 토대로 나온 근거있는 결론이었다. 당시 정확한 고급정보를 알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이 점을 부인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제와서야 자기가 알았던 사실들을 실실 털어놓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나타나 증언을 하고 있는 인물 중에 허화평도 있다. 전두환 정권 출범 직전 최태민을 정밀 재조사한 인물은 당시 계엄사 합동수사본부 수사국장 이학봉 (후에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이 재조사 결과를 토대로 최태민을 삼청교육대로 보내기로 결정한 사람이 허화평이었다. 당시 그는 보안사령관 비서실장이었고 이후에는 청와대 보좌관이라는 청와대 직제에도 없는 자리에 앉아 국정 전분야를 주무르던 사실상의 권력이었다. 최 씨는 결국 삼청교육대로 보내지는 대신 강원도 양구군에 주둔하고 있는 제 21 보병사단 (백두산부대)에 1 년 이상 격리되는 비정상적인 처분을 받았다. 박근혜 씨가 전두환 정권에게 독기를 품고 포한들린 목수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바로 최태민 군부대 격리 사건이었다. (청와대 금고에서 나온 9 억 원 중 3 억권을 떼어먹은 사건이 아니고)
박근혜 씨는 담화문에서 '자기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둘 중의 하나다. 영세교가 사이비 종교가 아니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거나, 혹은 박근혜 씨가 영세교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교주 최태민 만큼은 자신과 어머니를 영적으로 매개하는 영매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영력을 상속받은 최순실은 아버지만큼은 능력이 안되어 영매 역할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조언을 받고 이런 저런 일을 하는동안 선거의 여왕 소리를 들을만큼 하는 일들이 잘되어 열심히 신봉하고 따랐을 것이다.
아마 수 많은 시간 동안 이 두 여성은 청와대 골방에서 태자마마의 신통력을 회상하며 둘 만의 영매예식을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 둘 만이 함께 보냈던 그 별처럼 많은 시간 들 중 그들로서는 정말 재수없이 랜덤에 걸린 2014 년 4 월 16 일 낮 시간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시간에 대한 알리바이를 '결코' 댈 수 없는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박근혜 사태가 발발하기 전, 한국의 어느 지인은 세월호 침몰이 진행되고 있는 그 시간에 최순실과 둘이 관저에서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는 풍문을 전하기도 했지만, 어쨌건 하늘이 두 쪽나는 한이 있어도 결코 밝힐 수 없는 '이상한 짓'을 하고 있었던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김기춘 씨는 그 시간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에 게셨다"고 했는데 근무시간 중 본관이 아닌 관저에 있었기 때문에 그냥 두리뭉수리하게 '경내'라고 표현했을 것이다.
이 괴상망칙한 사건에 나라가 절단나기 전에 하야하든 끌어내리든 대통령은 당장 교체해야한다. 정신상태가 온전하지 않은 사태의 주범이 최고헌법기관의 자리에 그대로 앉아 권력과 권한을 휘두르게 놔두는 것은 차라리 대통령이 궐위되고 헌정이 잠정중단되는 상황보다도 열 배는 더 위험해 보인다. 박근혜 씨는 곧 대통령 자리를 내놓은 후 구속수사를 피할 수 없겠지만, 지난 번에 이야기했듯 유죄판결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될지 감호치료를 받게될지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단에 달렸다.
세계는 지금 한국이 어떻게 대통령 교체과정을 신속하고 질서있게 이루어나가는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