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코리아가 역사를 새로 쓰던 날 한국 대통령은......
북미대결 군사지형을 한순간에 뒤집어 놓은 8.24 북코리아 SLBM 성공 직후 남측 보수진영의 군사전문가 신인균의 발언이 싸르니아의 주목을 끌었다. 그는 종편 A채널에 출연하여 남측 전문가로서는 처음으로 다음과 같은 요지의 발언을 했다.
첫째, 북한(북코리아)가 발사시험에 사용한 유도탄에는 고체연료가 사용됐다.
둘째, 북한은 자신들의 계획에 따라 SLBM 의 시험단계를 수중사출, 공중점화, 자세제어, 대기권돌파, 대기권재진입 순서로 진행했으며 이 모든 과정을 성공시켰다.
셋째, 우리 (한국) 정부는 북한의 SLBM 능력을 비합리적으로 평가절하해 온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보수진영에 소속된 군사전문가치고는 매우 빠르게 정직하고 정확한 의견을 개진했는데, 사실 신인균의 이같은 발언은 정직하고 정확하기는해도 새삼스런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청와대와 국방부가 북의 SLBM에 대해 한국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유포했기 때문에 그의 정직한 평가가 돋보이는 것 뿐이지, 한국정부 외에는 누구나 다 알고 있던 사실을 뒤늦게 인정한 것에 불과했다. 북측이 SLBM 시험과정은 시험단계마다 시험의 성격을 발표했기 때문에 북측매체의 보도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들이었다.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싸르니아는 지난 5 월 23 일 올린 '여권없이 한국을 들락거릴 수 있는 사람들' 이라는 글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클래퍼 국장이 불법입국을 한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첫째는 북미평화협정 체결의 불가피성에 대해 한국측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었고, 둘째는 북코리아군의 미사일 수중 (잠수함) 발사능력에 대해 한국측이 잘못된 정보로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클래퍼 국장의 주요면담대상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아니라 외교안보관계 의사결정에 핵심적 역할을 구사하는 국가정보원의 한국측 파트너였다고 추정하는 게 좀 더 논리적이다. (지난 5 월 23 일 올렸던 싸르니아의 글 '여권없이 한국을 들락거릴 수 있는 사람들' 중에서 발췌)
하지만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일부러 한국을 방문해서 한국측 파트너에게 북의 SLBM의 실제능력을 설명해주기 휠씬 전에 북코리아 스스로 그들의 보도기관을 통해 다음과 같은 요지로 각각의 시험단계에 대한 각각의 개념설명을 한 바 있다.
첫째, 올해 초 시험과정에서는 대형잠수함이 아닌 중형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을 밀어올리는데 필요한 고압력을 생산해내는 고난도 기술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 둘째, 수중사출장치가 고압력에 견디고 미사일이 수면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손상되거나 자세균형을 잃지않도록 제어하는 기술검증을 완료했다는 점 등이 그것이었다.
이어서 지난 4 월 시험 직후에는 탄도미사일의 수직비행체제에서의 비행동력학적 특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었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탄도미사일이 강력한 압력을 받아 수면위로 상승해서 공중에서 점화한 후 수직비행자세를 유지하고 희망하는 고도에서 타격목표지점을 향해 비행방향을 수정하는 자세제어기술을 두 번 째 시험에서 확인했다는 의미다. 이미 이 때의 시험을 통해 두 차례에 걸친 단분리 과정을 성공시키고 탄두부 (북측 용어는 전투부)에 내장된 기폭장치가 예정된 낙하지점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역시 확인했다고 발표했었다.
북코리아는 이 두 단계의 시험에서 시험미사일들을 각각 수면돌파 직후와 자세의 안정적 제어가 확인된 예정고도에서 폭파시켰다. 시험목표에 필요한 비행이외의 행동을 중지시킴으로써 미국과 일본의 항의를 막기위한 절제된 행동이었는데, 한국 국방부는 어처구니없게도 이를 두고 시험이 실패했다는 엉뚱깽뚱한 소리를 늘어놓았었다.
한국정부의 헛소리에 북코리아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반면 정작 크게 당황한 것은 미국이었는데, 그 엉뚱한 소리가 국민을 안심시키기위한 선전용이 아니라 한국정부가 정보무능으로 진짜 그렇게 믿고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한 미국정부가 지난 5 월 초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을 비롯한 정보전문가들을 한국에 직접 파견해서 한국측의 잘못된 상황인식을 교정시킨 것으로 보인다.
고체연료를 사용했다는 정보역시 한국에서는 마치 신인균이 발사체의 분사불꽃의 형태를 보고 처음 발견했기라도 한 것 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실은 북측매체가 지난 4 월 23 일 실시된 자세제어 시험 직후 정보를 공개한 바 있다. "대출력 고체발동기를 사용하여 북극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의 공중점화와 비행을 시험하였다" 고 북측매체들이 보도한 것이다. 발동기란 비행추친기, 즉 엔진을 의미하는데 엔진을 액체나 기체로 만들수는 없으므로 여기서 말하는 고체발동기의 고체란 당연히 고체연료를 의미한다.
고체연료는 액체연료와는 달리 연료를 미사일에 장전시킨 채 반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으므로 액체연료 주입시 발사 3 일 전 지상기지에서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번거롭고 위험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액체연료주입과정이 위험한 이유는 주입을 지상에서 할 수 밖에 없는데 금속접촉부위를 빠른 속도로 부식시키는 산화제의 특성상 연료주입은 최대 3 일 이내 발사로 간주될 수 있으므로 위치가 사전탐지될 경우 미국에게 선제공격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사전문가들은 2016 년 8 월 24 일 이전과 이후의 북코리아를 각각 전혀 다른 위상의 나라로 평가하고 있다. 적어도 이론상으로 전쟁상대국인 미국의 선제공격을 제어할 수 있는 전략적 능력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과거 미국과 소비에트연방의 군사력 대칭균형이 만들어지면서 냉전이 시작된 계기는 핵무기 자체가 아니라 SLBM 이라는 것이 상식이다. 즉 한 쪽이 상대에게 핵선제공격으로 궤멸적 타격을 입히더라도 잠대지핵미사일을 발사할 능력을 지닌 잠수함 전력이 존재하는 한 선제공격 당사국 영토에 대한 보복타격이 가능하므로 서로 선제공격을 하지 못한다는 이론이다. SLBM 의 종결자적 전쟁억지력은 이미 미소냉전을 통해 증명된 실전이론이다.
북코리아는 미국 러시아 영국 중국 프랑스 인도에 이어 SLBM 을 보유한 세계 7 대 군사강국으로 부상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2016 년 8 월 24 일은 광명성 3 호를 우주궤도에 진입시킨 2012 년 12 월 12 일보다도 의미있는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북코리아가 북미대결의 군사지형을 스스로의 힘으로 뒤집어 엎으며 역사를 새로 쓰던 바로 그 날, 박근혜 대통령이 고작 '김정은의 성격' 타령을 늘어놓으며 화풀이나 하는 황당한 모습에 절로 한숨을 쉬는 사람들이 한 두 명은 아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