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씨, 웃음이 나오나? (제목수정)
"빠' 현상이 있는 독자들의 맘을 위로할 필요가 있을 때 올리는 노래, 러브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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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북서쪽으로 마주보이는 청와대
숙소 남향창으로 보이는 남산과 익선동 한옥마을
민심은 천심일까? 누가 그 말을 하느냐에 따라 맞는 말일 수도 있고 틀린 말일 수도 있다. 당선되서는 안 될 인간들이 어쩌다 선거에서 이겨놓고 만면에 웃음을 띠며 지껄일 때 이 말은 곧바로 개소리가 된다. 아울러 그런 말은 파쇼체제가 지배하는 독재국가에서나 환호를 받을 말이지 국민주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국가에서는 한 번 걸러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말이다.
미국인들은 지난 몇 달간 시끄러웠던 '트럼프쇼'가 미국의 가치와 이미지에 얼마나 심각한 훼손을 가했는지 이제야 깨닫고 있는듯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부끄러움을 느끼고 먼저 비판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미국인들은 이 나라 보수가치를 대변한다는 공화당 주류 지지자들과 우파보수언론이었다. 트럼프쇼의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개인이 아니라, 그의 증오마케팅에 마당쇠처럼 부화뇌동한 일부 미국 시민들의 문제였다. 그들 대부분은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큰 가치와 자기 처지만을 생각하는 작은 가치간에 어떤 구별이 있고 어떻게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키며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할 지력과 양식이 결여된 사람들이다.
보통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유권자의 지력과 양식에 따라 투표권을 주고 말고 할 수도 없고, 지력과 양식의 기준을 정해서 측정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1 인 1 표 제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유권자 전체평균수준에 따라 그 나라의 운명이 결정될 수 밖에 없다. 다만 그 무한책임은 권력이 아니라 그 권력을 탄생시킨 국민이 오롯이 져야 한다.
올 봄 한국여행 기간 중 총선거가 있었다. 싸르니아는 유권자가 아니므로 그 나라 선거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게 좋겠다.
그렇다고 전혀 하지 않을 수는 없고,,, 감상문 정도로 이야기를 좀 돌려서 하겠다.
누구나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고장에 애착을 느끼고 마음과 팔이 동시에 안으로 굽는 건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 맞다. 싸르니아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이번에 내가 종로구에서 하루라도 잠을 자보고 싶어 인사동 근처에 숙소를 정한 이유도 그런 마음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마음, 즉 '우리가 남이가' 하는 애향심은 거기까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서울 종로구 출신 누군가가 캐나다에서 총선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내가 그 후보자가 같은 한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나아가 동향이라는 이유로 그 사람에게 투표할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단연코 '노' 다. 실제로 이런 비슷한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심지어 "한국출신후보라는 이유만으로 그 후보에게 투표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는 바람에 미움도 많이 받았었다.
나는 보수건 뭐건, 유권자가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가치에 따라 투표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싸르니아는 일부 경제정책을 제외한 사회-문화 부문에서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지만,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을지언정, 그들을 적대시하거나 경멸하지는 않는다.
내가 적대시 하거나 경멸하는 유권자들은 따로 있다. 출신지역-출신학교 등, 선택적 교체가 불가능한 배경을 기준으로 투표하는 일부 유권자들이다. 이들은 인종주의자와 그 양식의 본질이 크게 다르지 않다. 앞에서 트럼프쇼를 언급하긴 했지만, 사실 트럼프에 열광했던 미국의 일부 백인 하류층이 인종주의적 배경에서 그를 지지하고 있다는 외부의 단순한 시각에는 상당한 오해가 있기는 하다. 그들 대부분은 백인이냐 흑인이냐 따위의 인종적 배경에 피아의 구분을 둔다기보다는, 자신의 일자리 보호와 자기에게 익숙한 종교문화적 가치 같은 것에 더 관심이 있을 뿐이다.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사상최악의 미세먼지와 황사에 시달린 여행 와중에서도, 한국 총선거 결과는 재미와 희망, 그리고 의구심을 동시에 가져다 주었다. 의외의 결과라는 후일담은 엉터리 여론조사 때문에 빚어진 착시일 뿐, 무능하면서 동시에 오만했던 집권 새누리당의 패배는 사필귀정이었다. 도대체 오만과 무능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롤모델을 보여 준 박근혜 대통령과 주변 간신배들이 최근 두 달 여 간에 걸쳐 집권세력 내부에서 공공연하게 벌여 온 공작정치를 보면 새누리당이 이번에 두 자리 수의 궤멸적 패배를 당했다 하더라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적어도 수도권에서 나온 선거결과는 정상에 가까웠고 수긍이 가는 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예비역 종로구민으로서 종로구의 선거결과가 가장 흐믓했다. 싸르니아와 작접적 연고는 없지만 외가 일부가 있는 대구 수성구(갑) 의 선거결과도 훌륭했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두 작자가 동시에 낙선해 줘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강남구(을)도 훌륭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선거구의 투표결과를 보면서 갑자기 이런 구호가 떠 올랐다. '말죽거리도 하면 된다' ... 농담이다. 혹시 강남구 주민께서 이 글 읽더라도 화내시지 말기 바란다. 말죽거리는 사실 강남구가 아니고 양재동이 있는 서초구다. 먼 길 떠나는 말에게 먹을 것을 공급했다는 훌륭한 기능을 한 동네 이름이기도 하다. 싸르니아는 강남-서초구를 통칭할 때 말죽거리라는 간편하고 귀염성있는 애칭을 종종 사용한다.
재미와 희망을 알겠는데 의구심은 뭐냐??
한국 총선거를 현지에서 보면서 들었던 최대의 의구심은 안철수 선생의 선거 후 반응이었다. 나는 그가 왜 저렇게 공개적으로 좋아하는지 당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잠깐 당췌 라는 말을 쓰다보니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다. 내가 고등학생 때 인가,, 농담 퀴즈 중 중국에서 가장 무식한 형제이름은? 이란 게 있었는데, 막내 이름이 영 몰라, 둘째 이름이 영 몰라, 였고 가장 큰 형 이름이 당췌 몰라 였던 거 같다. 당췌 라는 말은 중국말이 아니고 순수 우리말이라는 걸 그 때 알았다. 어쨌든 이번에 국민의 당은 비례대표를 제외하면 지역구에서 25 석을 얻었다는데, 시대착오적인 지역당을 또 한 번 탄생시킨 결과 이외에는 이 나라 정치발전에 의미있는 공을 세운 게 하나도 없는 거 같다. 수도권에서 국민의 당이 새누리당 지지표를 일부 가져갔다고 하지만, 그 새누리당 이탈표는 국민의 당이 안 나왔더라도 온전히 새누리당으로 되돌아가지는 않았을 분노의 이탈표라고 보는 게 옳다. 아마 그 중 대부분 기권했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새누리당에서 가져간 표보다는 더불어민주당에서 가져간 표가 더 많았을 것 같다.
싸르니아가 선거결과를 놓고 표를 분석할 처지에 있지는 않고, 그게 그닥 의미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므로 그만하기로 하자.
중요한 것은 특정지역을 제외하면 건진 지역구의석이 거의 없는 입장에서 제대로 양식이 박힌 '큰 인물'이라면 만면에 저토록 웃음이 감돌지는 못할 것 같다. 안철수 선생 이야기가 나와서 얼마 전에 있었던 지인과의 농반진반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겠다. 누군가가 내게 만일 당신이 노원구(병) 유권자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고 물어봤었다. 그는 덧붙이기를 '단 기권은 안 된다' 고 이야기 했었다. 그 때는 '엉터리 여론조사 기관들'이 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와 새누리당 이준석 후보가 박빙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을 때였고, 그런 이유로 이 지역 동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을 무렵이어서 이런 질문이 나왔던 것 같다.
참 어려운 질문이었는데, 나는 고심 끝에 이런 대답을 내 놓았었다. 새누리당 이준석 후보에게 전략투표하고 비례대표는 정의당에 하겠다고 답변했었다. 싸르니아가 새누리당 후보에게 전략투표를 고려했을만큼 그 정치행보에서 혐오스러움을 안겨 준 인물이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함박웃음을 머금고 있으니 너무너무 어처구니가 없고 착잡했다. 여행말미 특히 총선 다음 날부터 컨디션이 더 안 좋아진 이유가 황사나 미세먼지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일부 결과는 희망적이라 에너지가 솟은 반면, 다른 모습에서는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혐오감이 드는 등, 기분의 밸런스가 깨지는 바람에 생긴 현상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