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기대하는 당선자...
서울 은평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후보 선거사무소에 권미화씨는 매일 아침 출근해 밀걸레 청소를 했다. 그리고 온종일 전화를 돌려 “‘내 삶의 변호사’ 박주민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오병환씨는 길거리로 나가 해가 질 때까지 인형탈을 쓰고 춤을 췄다.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부부는 말없이 근처 찜질방으로 갔다. 부부는 2014년 4월16일 아들을 잃고 박 후보를 만났다. 아들은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7반 고 오영석 학생이다.
박 후보는 지난 2년간 세월호 유가족의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해왔다. 박 후보 선거사무소의 최일곤 보좌관은 “주변에서 세월호 이야기는 선거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노란 옷과 세월호 리본을 떼고 묵묵히 주어진 일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게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권씨는 “인품과 실력을 갖춘 그가 국회에서 바른말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월호 변호사’의 국회 진입이 유력해졌다. 박 후보는 14일 오전 1시 기준(18.9% 개표) 54.1%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 새누리당 최홍재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차이로 앞섰다. 앞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54.3%의 득표율로 최 후보를 12.4%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박 후보는 출구조사와 개표 진행 결과에 대해 “이미경 의원의 전폭적인 지지와 전국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의 힘”이라며 “새로운 각오로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선거운동 기간 박 후보의 선거사무소에는 자원봉사자와 후원금이 쏟아졌다. 사장은 가게 문을 닫고, 퀵서비스 기사는 일당을 포기하고, 회사원은 휴가와 반차를 쓰며 박 후보의 곁을 지켰다. 세월호 참사뿐 아니라 제주 강정마을, 밀양 송전탑 등 사회적 약자와 함께 거리와 법정에서 싸워온 박 후보의 발자취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후원회 통장도 1만~3만원 소액 후원자가 빼곡히 이름을 올려 금세 1억5천만원을 채웠다.
사실 박 후보는 지난달 20일에야 뒤늦게 공천이 확정됐다. 은평갑 지역구에서 내리 5선을 한 이미경 의원이 사무실부터 보좌관까지 내주며 지원사격을 했지만 새누리당 후보한테 밀렸다. 그러나 선거를 사흘 앞둔 10일 국민의당 김신호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판세와 분위기가 달라졌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진 건 서울에서 이곳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