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의 필리버스터 중단을 바라보며
새누리를 지지하지 않는 야권성향의 사람들에게 필리버스터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가장 큰 충격은 바로 돈먹는 하마라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자질 검증이었다.
필리버스터의 특성상 시간끌기 라는 특성이 오히려 더더욱 자세히 의원들의 자질과 성실함을 드러내 준 것이다.
5분 질문 3분 대답이라는 인스턴트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진국을 맛보았다고 할까?
충실한 자료 준비와 자세한 설명은 우리가 국해(國害)의원이라 부르던 이들에 대한 불신감을 어느 정도는 불식시켜 주었다고 본다.
새정치가 국회의원 숫자 줄이기라는 한심한 발상에 즉흥적으로 찬성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모르지만, 국회의원도 대통령만큼이나 우리 국민수준에 맞는 사람이 뽑힌다는걸 생각해보면, 이번 필리버스터에 나선 의원 면면을 보면 상당한 수준의 사람을 뽑았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필리버스터를 중단한단다.
역풍이 불까 두려워서란다. 그리고 솔직한 심정으로는 선거 준비해야 하는데 못하는게 두렵다는 거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점은 막상 선거에 나갈 당사자들의 모임인 의원 총회의 의견은 필리버스터 계속 진행인데, 비대위에서 그만하라고 스탑을 걸었다는 거다.
물론 현역 의원 모두가 공천을 받을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공천을 받고 출마를 할 것이다. 가장 큰 이해 당사자인 의원들이 자신들의 유불리를 따져보지 않았을리 없었을텐데, 비대위는 무슨 계산으로 중단을 결정한 것일까?
그동안 속칭 민주당(이름도 자주 바뀌어서 헷갈리니 민주당으로 퉁칩니다.)이 선거때마다 지고 무기력하고 무능력하다고 욕쳐먹은게 왜 그랬는지를 생각해보면 이번 중단은 이해가 안간다.
어차피 필리버스터를 계속해도 테러법은 통과된다. 그러하기에 새누리는 원안에서 일점일획도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틴거고.
스포츠와 정치의 공통점이 뭔가? 바로 감동이다. 승패를 떠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 이런 아름다운 패배에는 모든 관중이 적아를 떠나 박수를 보낼수 밖에 없다. 노무현이 그래서 대통령까지 하게 된 거고.
축구에서 5대 0으로 지더라도 어떤 모습으로 지느냐에 따라 관중들의 모습은 천양지차다. 관중 대부분이 어차피 우리가 질건 알고 있다. 기적같은 승리를 바라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패배에도 감동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는게 관중이고 다음을 또 기약하며 가열찬 응원을 보내는게 사람 심리다.
그런데 무기력한 모습으로 어차피 질 게임이란 모습을 보이면 열이 받고 그간의 지지를 철회하며 감독과 선수 모두에게 욕질을 하는게 또한 인지상정이다.
이번 필리버스터도 마찬가지다.
화장실도 못가며 아픈 다리 주므르고 허리 두드려가며 남들 잠 잘 시간에 외로이 단상에 서서 테러법의 부당함과 위법성을 들추어 낼때, 국민들은 이게 뭐가 문제인가 의문을 품게되고, 고액 연봉받으며 똥폼만 잡는다고 생각했던 의원들이 절실함을 드러낼때 세금 값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선거 망치면 누가 책임 질거냐고? 이념 프레임으로 가면 망한다고? 경제로 프레임 재설정해야 한다고?
미친 노인네 같으니라고.
더민주가 선거 망친게 한두번인가? 이번 망친다고 뭐 그리 쪽팔릴 일 있나? 그냥 지들 정치 자영업자 밥줄이 조금 더 걱정될 뿐이지.
테러법이 이념 논쟁인가? 국민 기본권에 관한 문제 아닌가? 더더욱 받아쳐야할 문제지, 테러법을 제정하지 말자는게 아닌 개정하자는 문제 제기로 빨갱이 몰이가 쉬울까?
만약 그 정도로 쉬운 문제라면 민주당이 바라는데로 경제 문제로 프레임이 돌아올까? 돌아오기는 하겠지.
박근혜 대통령이 노상 얘기한데로 야당이 발목잡아서 경제가 이 지경이라고, 경제 프레임이 돌아오겠지.
비대위라고 해서 공천과 당의 내부 시스템 정비인줄 알았더니, 이건 뭐 과거 야당 총재하고 위상이 똑같구만.
금배지들 모임의 의견도 적수공권의 사내가 한 방에 다 날려버리는걸 보면.
더민주가 부족했던게 박근혜같은 제왕적 독재자, 레이저 한 방에 다 날려버릴 그런 앙칼진 사람이 필요했던 모양이구나. 말로 설득하고 행동으로 희생하는 지도자를 뽑고자 했던게 아니었구나.
지금 철수 꼴을 보고도 느끼는게 없나?
필리버스터에 되도 않는 양비론이나 내세우니까 지지율 폭락하는거 안보이나?
국민은, 특히 야권을 지지하는 국민은 제대로 된 싸우는 야당을, 자신의 의견을 타협하되 큰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야당을 원한다. 그동안 무능하고 무기력했다고 욕한게 다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일테고.
필리버스터 중단은 아름다운 패배도 아니고, 애초에 왜 시작했나? 하는 의문만 던져준다.
정말 쓸데없이 발목만 잡는 야당 모습 제대로 보여줬다. 그냥 니들 금배지 달기에만 몰두하는 알흠다운 모습 제대로 보여준거다.
이번 선거만큼은 더민주에 내 표는 없다. 차라리 망해라. 니들 밥줄 끊어져야 뭐가 잘못된건지 깨달을테고, 깨닫지못하면 니들도 망한 자영업자의 대열에 들어서면 되는 거겠지.
국민 입장에서 어차피 자영업은 수없이 생겨나고 망해나가는 업종. 니들 끽해야 100여명의 정치 자영업자가 굶어죽건 말건 그게 뭐 대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