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씨 가문의 저승사자, NYT 의 불길한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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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 가문의 저승사자, NYT 의 불길한 직격탄

sarnia 6 370


어제 필리핀님이 올리신 NYT 사설을 다시 읽으면서 정리한 글 입니다. 

비슷한 내용의 간단한 댓글은 어제 달았지만, 조금 더 정리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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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이 사망하기 이틀 전인 지난 19 일, 뉴욕타임스에는 박근혜 정권의 운명을 예고하는 듯한 사설이 실렸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South Korea Targets Dissent' 가 그 제목이다. 


'박 정권'이나 '한국정부' 가 아닌 남코리아를 제목의 주어로 삼은데는 나름의 의미가 엿보인다. 이 나라에서 박근혜 정권에 반대하는 국민에 대한 광범위한 국가폭력사태가 벌어지고 있음을 은연 중 강조하기 위한 것인 듯 하다. 한국어건 영어건 언어의 뉘앙스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오묘하다. 


박 씨 가문과 뉴욕타임스는 '불구대천의 원수' 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비극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36 년 전에도 그랬다. 


궁정동에서 피비린내나는 서부활극이 벌어지게 된 직접적 원인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부마항쟁이었고, 둘째는 영애 박근혜 양과 최태민 목사의 월권과 전횡이었다. 그 중 부마항쟁을 유발한 직접적 원인이 오늘 새벽 사망한 고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 국회제명이었다. 


10. 4 제명사태라고 불리우는 김영삼 제명의 명분은 1979 년 9 월 16 일 있었던 김영삼의 뉴욕타임스 기자회견이었다. 이 기자회견에서 김영삼은 "미국의 카터 행정부가 박정희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김영삼이 아닌 박정희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지은 그 10 월 4 일 전날인 10 월 3 일, 


개천절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소접견실에는 다섯 명의 사내들이 모여서 대책을 숙의하고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 김계원 비서실장,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박준규 공화당 의장서리, 김정섭 중앙정보부 제 2 차장보가 그들이었다. 어쩐 일인지 차지철 경호실장은 이 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중 박정희를 제외하고는 모두 제명 불가론을 개진하고 있었다. 


특히 이 자리에는 국내정치정보전반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는 최고 실무책임자 김정섭 중앙정보부 국내담당 제 2 차장보의 의견이 가장 중요했는데, 그가 강력하게 제명불가론을 주장했다. 


한 시간 가량 갑론을박 시끄럽던 소접견실이 일순 조용해졌다. 박정희 대통령이 집어던진 크리스탈 재떨이가 직사포탄처럼 공중을 가로질러 날아가더니 대통령 맞은 편에 있던 장식장 유리창을 박살냈기 때문이다. 이 날 회의는 그것으로 종료됐고 다음 날 제명이 강행됐다.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새누리당의 한결같은 당론으로 결정된 것인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처음에는 반대의견이 우세했다고 하는데, 당직자들이 청와대에 차례로 불려가서 무슨 봉변을 당했는지 모두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박 씨 집안식구들에게 가재도구를 집어던지는 내력이 전해져 내려오는지는 모르겠으되, 지금의 청와대에는 재떨이가 비치되어 있는 방이 없으므로 박근혜 대통령이 재떨이를 집어던졌을 것 같지는 않다.  (참고로 부속실 직원들이 붙여준 박정희 대통령의 별명은 재떨이 박 이었다고 한다. 재떨이를 자주 집어던져서가 아니라, 명중률이 높아서 였다고 하는데, 1974 년 8 월 까지 대통령 경호실장을 역임했던 박종규 씨의 별명 피스톨 박을 패러디한 별명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정권 내부에서 처리해 온 과정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민주적인 토론절차가 아닌, 폭력적이고 위압적인 태도를 통해 정부와 새누리당을 통제하고 있다는 정황증거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취임 이후 3 년 동안 청와대 골방에서 기나긴 밤을 혼자 보내면서 그가 고작 생각해 낸 플랜이란 박 씨 가문을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운 국가영웅가문으로 등극시키고 그 후광으로 친박세력의 대한민국에 대한 정치적-정신적 지배구도를 확보하겠다는 거 같다.  영구집권음모나 다름없는, 꿈도 야무진 망상이지만, 어쨌든 그게 박근혜 구상의 결론인 것 같다. 


NYT 사설 본문에서 보다시피 박정희를 가리켜 결코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고, 제국 일본군 장교, 박 장군 또는 독재자라고 일관해서 부르고 있는 이 신문은 '박근혜 씨가 자기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 세탁이 교과서 국정화 시도의 동기일 거라는 점을 분명히 이야기하고 있다. 


그 무리한 시도, 즉 역사를 뜯어고치려고 하는 무리한 시도를 강행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폭압적 탄압이 한국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키고 있다는 점도 정확히 지적해 주고 있다. 


박정희 이미지 세탁 자체가 근본동기이자 최종목적이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무슨 음모를 획책하고 있는지까지를 이 사설이 말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걸어가고 있는 길이 마치 36 년 전 비극적으로 몰락한 유신독재의 유령이 걸어가는 길을 보는듯 소름끼치는 느낌이 전해져 온다. 


  


 


6 Comments
billythebass 2015.11.24 13:56  
2012년 12월 어느날...족발에 소주 먹으면서 그렇게 울어보긴 처음이었습니다!!!
배낭딸랑 2015.11.25 07:48  
눈과 비가 섞여 내리는 한국....
thaimiho 2015.11.27 14:37  
말도먾고 탈도 많은나라ㅡ동방예지지국?.. 글쎄,,,
참새하루 2015.12.01 03:33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교과서 밀어부치기가
박정희의 유신독재 미화에서 비롯된것은 다 아는 사실인데
문제는 그래도 지지율이 철벽이라는거죠...

말씀중에 잠깐 언급하신
둘째는 영애 박근혜 양과 최태민 목사의 월권과 전횡이었다에 대한
의견도 듣고싶습니다

당시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것은 정말 놀라운 사실인데요
sarnia 2015.12.01 09:56  
참새하루님,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정보기관은 대통령을 만들기도 하지만 대통령을 죽이기도 할만큼 치명적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1975 년부터 말썽이 된 박근혜 최태민 커플의 전횡과 횡포에 대한 이야기가 최초로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0.26 사태 재판과정에서 김재규 항소 이유서를 통해서 였습니다. 당시 항소이유서와 항소보충이유서에서는 각각 200자 원고지 다섯장 분량 정도가 박-최 문제에 할애됐는데, 김재규는 박-최 문제가 박정희를 살해한 원인 중 하나라고 분명히 언급한 바 있습니다.

박-최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개된 것은 2007 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였는데, 이 때 이명박 후보 쪽에 줄을 선 국정원 인맥이 자기들이 소장하고 있던 수사파일을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일대 파장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약 4 년 전 쯤 제가 태사랑에 글을 하나 올린 게 있으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korea&wr_id=1647&sca=&sfl=wr_name%2C1&stx=sarnia&sop=and&page=7

박-최 문제는 원래 1977 년까지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휘하는 경찰비선라인에서 조사했지만 비서실이 발칵 뒤집힐 정도로 박근혜의 압력이 거세지자 조사를 일단 중단했다고 합니다. 당시 비서실장은 김정렴 씨였는데 이 사람은 상공부장관 출신 경제통으로 정치적 바람막이를 할 힘이 없었겠지요. 당시 민정수석은 이 사건 조사를 그냥 중단하지는 않았고 수사파일 일체를 박근혜의 압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중앙정보부에 넘김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조사파일을 넘겨받은 김재규 당시 중정부장은 제 6 국(안전국)장 백광현으로 하여금 박-최 관계와 비리에 대한 매우 구체적이고 민감한 자료들을 취합해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여 박정희 씨에게 직접 보고하게 됩니다.

아까 말씀드린대로 2007 년 이명박 박근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이 수사파일 중 일부가 공개되어 신동아에 보도되는 바람에 사건의 일부가 폭로된 것 입니다. 이 사건은 정윤회 (최태민의 사위)- 십상시 사건과 함께 세월호 국면에 까지 등장함으로써 현재진행형인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참새하루 2015.12.01 19:31  
sarnia님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링크 걸어주신 글은 이미 그때 읽었던것 같네요^^
댓글은 안달았지만...

여전히 X 파일의 궁금증이 ...
혹시나 신통한 능력으로 X파일 예고편이라도  살짝 보여주실까 기대했는뎅...
언젠가는 밝혀질라나요
세상이 바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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