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투표 관련 제가 겪은 일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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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투표 관련 제가 겪은 일 풀어봅니다.

Robbine 10 312

 

참 힘든 한 해 였습니다.

일적으로도, 인간관계 면으로도,

게다가 내 돈도 아니지만 명박이가 떼먹는 수 많은 돈 때문에도..

힘이라곤 쥐뿔도 없는 하층 국민 나부랭이 주제에 나라걱정은 혼자 다 한 해였습니다.

 

 

뭐라도 해볼까 싶어서 씹팔대 대선 투표소 참관인으로 신청을 했습니다.

당시 제가 있던 곳은 경상남도 진주였습니다.

경상남도 중에서도 제일 빨간색 짙은 곳이 진주입니다.

거기서 무려 대선 투표의 야당 참관인이 공석이라고 지원자 받는다는 트윗을 보고 지원했던것 같습니다.

지역명은 표기되어 있지 않았지만 전국 곳곳에 모자라니 지원해주세요. 수고비도 줍니다 하면서 트윗이 돌았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물어보니 근처 문산 투표소에 빈 자리가 있답니다.

새벽 5시 반 까지 였나 가야 하는데 그 시간엔 대중교통이 없어서 자차가 있어야 할 수 있답니다.

다행스럽게도 오래됐지만 자차가 있었습니다.

당시 민주당 참관인은 노란 잠바를 입은 민주당 관련 분이었습니다.

다음 무슨 선거에 후보가 없으면 자신이 시의원인가 구의원인가로 출마해야 한다고 당에서 떠밀고 있다며 이야기를 해주신 아주머니 분이었습니다. (이것도 제 성향을 파악하시고 약간 서로 눈치를 보며 탐색한 후 믿을만 하다 싶어서 이야기 해주신겁니다.)

밤인지 새벽인지 모를 깜깜한 길을 헤치고 해당 투표소로 갔습니다.

저는 완전 일찍 가서 아직 사람들이 다 오지 않았더군요.

그런 일 처음이라 좀 긴장도 되고 어찌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그냥 서성거렸습니다.

 

눈이 두 개 달려있는지라 보이는걸 봤는데 입이 떡 벌어집니다.

공무원들이 죄다 빨간색 아이템을 장착하고 왔습니다.

당시 유행이었다고는 하나 피아노껍데기 연상되는 빨간 목도리, 빨간 잠바 등등

아무리 공무원조직의 특성이 보수라 보수정권과 가깝다고해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는데

제 자격으로 뭐라 할 처지는 아니라 말은 못했습니다.

 

슬슬 사람들이 모이고 당시 한나라당이었죠? 새누리엿나? 헷갈리니까 똥누리로 쓰겠습니다.

하도 똥을 싸고다녀서

여튼 똥누리당 참관인도 왔습니다.

진행하시는 분이 투표함 앞에 나란히 놓인 의자에 앉으라고 안내를 해줍니다.

일단 앉으래서 앉았습니다.

나이가 꽤 있어보이는 할저씨가 투표함을 들고 나와서 봉인하려고 합니다.

 

나: '어? 어?'

 

부정선거 하지 않는걸 감시하라고 간 사람이므로 제 자격에 맞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급히 나서 봉인을 막았습니다.

투표함 안에 아무것도 안들어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투표함 안팎을 꼼꼼히 살피고

뒤집어 흔들어도 보고 별 짓을 다 했습니다.

 

할저씨 및 대다수가 어이없어 합니다.

새파랗게 젊은게 어디서 나서서 까부냐 느낌입니다.

그래도 뭐 신경 안씁니다.

우호적인 분위기 기대하고 간거 아니니까요.

 

친구는 유일한 벗 민주당 아줌마 뿐이었죠 ㅋㅋ


투표함 봉인 후에도 꼼꼼히 잘 봉인이 됐는지 확인 했습니다.

일당이나 받고 시간떼우러 오신 몇몇 분들 어이없어 합니다.


제 체크가 다 끝나고 뒤로 물러서자

할저씨가 비꼬듯 확인합니다.

"이제 다 확인 했습니까? 투표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투표가 시작되었습니다.

 

꼭 잠궈둔 동사무소 밖,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는 먹이를 찾아다니는 좀비떼마냥

문을 열어주길 기다리는 투표인들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그들 모두 쓸데없이 시간을 지채하는 저를 못마땅하다는 듯 노려보았습니다.

 

그렇게 투표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방심할 수 없었습니다.

매의 눈으로 지켜봐야 합니다.


그래서 의자에 앉지 않고(투표함에서 몇 발자국 떨어진 자리였음)

투표함 바로 앞에 서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한 장만 넣는게 맞는지를 체크하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동사무소 직원이 당연히 투표지를 한 장만 줬을테니..

그래도 왠지 확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가까이 있고싶었습니다.

투표함과 사랑에 빠진 변태마냥;;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투표하겠다고 새벽같이 나오셔서 힘들게 자기 권리 찾는 모습이

왠지 대단하단 생각이 들어서

투표함에 넣고 비틀비틀 가시는 분들께 한 분 한 분 인사를 드렸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러길 얼마나 했을까..

시작하고 한 삼십 분 지나서였을까요..

어떤 할아버지가 더 꼬부랑 할머니를 부축해서 투표소로 들어갔습니다.

그 할아버지의 어머니로 보이는 그 할머니는,

지팡이가 있어도 혼자 서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할아버지가 할머니 투표하시는데 머리를 쑥 집어넣고 여기 찍어라 저기 찍어라 하는게 들렸다는겁니다. (그 할머니는 너무 할머니라 그런지 그렇게 이야기 하는데도 한 번에 잘 알아듣는것 같진 않았습니다.)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어이가 없어서 또 '새파랗게 젊은' 제가 나섰습니다.

 

"거기 들어가시면 안돼요!"

 

"아, 할머니가 부축을 받으셔야 하는데 어떡해요 그럼!!!! (짜증가득)"

 

"그래도 들어가시면 안돼요. 부정투표입니다. 나오세요"

 

그랬더니 겨우 나오긴 하는데 할머니가 위태해 보이긴 했습니다.

머리는 빼시고 팔은 넣으셔도 돼요. 했나 그랬던 걸로 기억합니다.

잘은 모르겠으나 여튼 할머니는 투표소 안에, 할아버지는 투표소 밖에서 할머니를 부축해서 투표가 진행되었습니다.

 

투표함에 넣고 가실 때 다른 분들께 보다 더 깊이 인사드렸습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해가 떠오르고 사람들이 밀물처럼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밖의 상황을 살펴야 할 것 같아서 민주당 아줌마와 역할분담을 했습니다.

아줌마는 투표함을 지키고 (둘이 있어봐야 쓸모 없으니)

저는 밖에 나가서 차로 데려오는 무리가 있는지 감시하기로 했습니다.

그럴 목적으로 밧데리 풀충전 디카를 챙겨갔거든요. (으쓱)

 

초록색 승합차가 주기적으로 왔다갔다 합니다.

사진 찍었습니다.

 

교회에서 교회차로 오시더군요.

 

장애인 시설 같은 곳에서도 차로 왔습니다.

 

처음엔 어버버 하면서 사진만 찍었습니다.

제가 막을 새도 없이 우르르 내려서 들어가시더라고요.

정신차리고 나서

인파로 인한 차량 진입 곤란 때문에 입구에서 기어 들어오던 장애인 시설의 승합차를 세웁니다.


"잠깐만요! 들어가시면 안돼요. 혹시 선관위 직원 동승하고 오시는건가요?"


"아니요. 그냥 우리 시설에서 다같이 온건데요"


"그럼 들어가시면 안돼요. 단체로 차량을 이용해 투표소로 오실 경우엔 미리 신청해서 선관위 직원 동승하고 오셔야 해요. 부정투표라 들어가실 수 없어요."

 

"아, 그럼 장애인은 권리행사도 못합니까?? 혼자 올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닌데!!"

 

속으로 (아 씨발 나 그런거 모르겠고 뻔히 혼자 못오는 사람들 차 태워 데려올랬으면 미리 준비하고 허가 받아 왔었어야지-_- 개짜증)

 

하지만 겉으론 표정 바뀌지 않고

"여튼 규정 위반입니다. 잠시 기다리세요."

 

그리곤 저 여기 가라고 한 야당 사무소 관련자에게 전화 합니다.

이런저런 상황인데 어째요? 물으니

잠시 후 전화 주겠다 하더니 윗 사람한테 물어보고 다시 답을 줍니다.

어쩔 수 없으니 일단 그냥 들여보내랍니다.

 

전 또 잘못한 것도 없이 죄송하다 사과하며 권리행사 잘 하시라 말씀드리고 들여보내줬습니다.

 

물론 사진 다 찍어 뒀습니다. 동영상도.

 

초록 승합차 기사아저씨가 대기하고 있다가 무슨 마을 단위로 하는건지 할머니 할아버지들 집에 가시려면 이거 타시라고 모집을 합니다.

제가 다가가서 물었습니다.

 

"어디서 나오셨어요?"

 

대답은 잘 기억 안나지만 선관위 관련자도 아니었고 그냥 아저씨 입니다.

왜 그렇게 나와서 주기적으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실어오고 실어가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촬영하는 것을 눈치채고 나서 부터는 동사무소 안으로 안들어오고

담장 밖에 차를 세워 셔틀을 하시더군요.

덕분에 전 더 걸어다니며 동사무소 정문 밖 골목도 찍어야 했습니다.

 

여튼 그렇게 춥디추운 날씨에 폭풍같은 반나절이 지났고,

민주당 아줌마에게 밖의 상황을 잘 이야기 해줬고,

절 보낸 사무실 관련자에게도 전화로 보고했고,

이메일 주소를 받아서 사진 및 동영상을 증거자료로 보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오전반 참관인 일을 다 마치고 점심을 사주시던데

(그런 일 하는 사람들에게 원래 사주는 그런거였나보더라고요. 일 시키고 밥은 먹여 보내다니 인간적이긴 하더군요.)

그 투표함 할저씨와 같은 테이블에서 먹게 됐습니다;

할저씨가 저한테 약간의 공격적 오라를 내뿜으며 호구조사를 하시더군요.

 

고향이 진주냐, 어쩌다가 오게 됐냐 등등

 

고향은 부산이고 진주에선 공부하느라 학교를 오래 다녀 10년 살았다 했더니

경남권이라고 그런건지, 아니면 입학성적 높은 학부에 대학원까지 해서 그런건지

공격적 오라를 좀 가라앉히고는 제 칭찬을 하기 시작하시더군요.

처음엔 좀 이상하게 봤는데

계속 보니까 사람이 참 괜찮은거 같다는 식으로.. 제가 투표하고 나가시는 분들께 인사하고 그런걸 칭찬하시더라구요.

다른 참관인은 의자에 앉아서 멍때렸거든요.

저랑 민주당 아줌마만 바빴어요 ㅠㅠ

 

여튼 그렇게 밥먹고 일당받고

녹초가 되어 집에 와서는 이메일 보내고 개표방송 기다리며 수고비 받은 돈으로 칙힌도 시키고

경건하게 티비를 시청하고 있는데

소개팅남 문자

 

"투표 했어요?"

 

"당근이죠! 참관인도 하고 왔어요. 개표방송 보고 있어요."

 

"박근혜가 되겠죠?"

 

"박근혜가 됐으면 좋겠어요?"

 

"경상도 사람은 박근혜죠! 여자니까 더 박근혜 응원해야 하는거 아니에요?ㅎㅎ"

 

"아.. 이런 멍청한 말은 참.. 배우신 분한테 듣게 될 줄은 몰랐네요. 박근혜 열심히 응원하세요."

 

일찍 알게 되어 다행인 경우였습니다.

 

개같은 기분으로 씩씩거리며 개표방송 보다가

새벽부터 설친 탓에 기절을 하고 말았는데

10시 쯤이었나? 눈 뜨고 결과를 보고나선 울었습니다.

 

내가 뽑지도 않았는데, 원한것도 아닌데

별 등신같은 것들 때문에 내 인생 또 졸라게 힘들어지겠구나. 생각하니 매우 억울하고 화가 났습니다.

 

명약관화 같은 것이 왜 그들 눈에는 안보이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눈이 있으되 보이질 않으니

눈이 발바닥에 붙었나 봅니다.

 

 덧) 저는 비밀선거 원칙 깨지 않았습니다. 누굴 뽑지 않았다고 했지 누구를 뽑았다고 하진 않았으니 여러분은 제가 누굴 뽑았는지 아직 모르시는 겁니다.

 

덧2) 저도 내일 살겁니다. 덤프트럭 같은데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하지도 않을거고, 원인불명의 심장마비로 죽을 계획도 없습니다. 모레도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반복 백만번) 계속 살겁니다.

 



#2015-07-20 18:09:07 그냥암꺼나에서 이동 됨]
10 Comments
필리핀 2015.07.19 09:07  
할배 할매들 차로 실어나르는 것...

경상도 뿐만 아니라 전라도 시골에서도 해요...

그래서 그런 데는 정치적 이상이나 이념과 상관없이

지역 토호들이 계속 국회의원 해먹는 거고...

새누리야 원래 그런 집단이니까 포기했다 쳐도

새정치도 아직 그러고 있으니까 전라도에서 욕 먹는 거고...

암튼, 나도 1987년 대선 때 투표 참관위원했었는데...

로빈님보다 한참 선배네요... ㅎㅎ

그때는 지금으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살벌했어요... ㅜㅜ

나는 서울 서대문 선거구에서 했었는데,

대부분의 참관위원들이 민정당 쪽이었고...

수시로 사복경찰들이 들락거리면서 투표소 상황을 체크했고...

암튼, 그렇게 살벌한 상황 속에서 투표가 끝나자

투표함이 바꿔치기 되지 않고 잘 도착하는지 감시하려고

개표장으로 먼저 이동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백골단 수십 명이 들이닥쳐서

곤동을 휘두르며 나처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내쫓더군요...

그래서 투표함이 제대로 도착했는지 확인도 못했으며,

나를 비롯한 몇몇은 근처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면서

개표소 앞에서 벌어진 폭력 상황을 알렸으며,

그러자 흥분해서 뛰쳐나온 동네 청년 몇몇과 합세하여

부정투표함이 발견되었다는 구로구청 개표소로 몰려갔죠...

구로구청 개표소 부정투표함 사건은

역사에 잘 기록되어 있으므로 별도의 설명은 필요없겠고...

암튼 자유당, 공화당, 민정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이 나라의 보수 정당은 이제까지 부정투표 안 하고 당선된 적이 한번도 없을 걸요?

완벽한 승리가 보장되는 선거에서도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심정이었으며,

그래야 국정원이나 선관위도 충성심을 과시할 기회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국가기관은 5천만 국민에게 충성해야 하잖아요?

근데 왜 일개 대통령에게 충성하죠?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이 아니라 호갱인 나라에요... ㅜㅜ
Robbine 2015.07.19 19:23  
노인층의 투표 참여율이 높은 이유가 이해되는 경험이었어요.
하지 말라는거 기를 쓰고 오지게도 마ㄹ 안듣는 것들 참 많다 싶었어요. 부모나 선생님 속 꽤나 썩이고 자랐겠구나.. 하는 느낌
타이생각 2015.07.19 22:40  
(운영자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사유:인신공격)
Robbine 2015.07.19 23:00  
(운영자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사유:인신공격)
motu 2015.07.20 04:23  
(운영자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사유:인신공격)
Robbine 2015.07.20 18:36  
저 인신공격 한 적 없는데요 요왕님?
바람여행2 2015.07.21 21:49  
덧)  테클은  아니구요....
비밀선거의 원칙이란................
누구를찍는지 감사하는것이 비밀선거를 위반하는것이지..
내가 누구를 찍었다 라고 공개하는건 비밀선거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입니다
Robbine 2015.07.22 02:08  
아, 그래요? ㅎㅎ
대왕람세스 2015.08.25 06:59  
애~~효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이런 선무당때문에 나라가 시끄럽지요  여기가 싫으면 북으로
 가던지 ,,,ㅉㅉㅉ
Robbine 2015.08.25 13:51  
ㅉㅉㅉㅉㅉ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