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다
자기나라 영토에서 외국 군대가 위험천만한 세균전 음모를 획책하다 발각된 지 20 일이 지났는데도 별 반응이 없는 나라는 지구상에 대한민국 밖에 없을 것이다. 질병관리본부가 미국측에 주한미국군 오산기지 해당시설에 대한 공동조사를 부탁하다 매몰차게 거절당했는데도 박근혜 정부는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 일언반구의 항의나 재조사 요구조차 한 적이 없다. 이 정도라면 박근혜 정부가 무능한 게 아니라 아예 ‘오늘의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알려진대로 미국 국방부가 FedEx편으로 배달된 탄저균 표본을 폐기하라는 지시를 주한미국군사령부에 내린 이유는 ‘표본이 살아있을 가능성 때문’인 것이 전혀 아니고 배달사실에 대한 기밀이 외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국정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생물표본이 주한미국군 오산기지로 FedEx 라는 민간택배회사를 통해 인천국제공항 검역당국의 검역절차조차 거치지 않고 배달된 게 ‘오류에 의한 배달사고’ 였다는 미국 국방부측의 변명을 그대로 한국국민들에게 믿으라고 강요하는 쓸개빠진 짓을 했다.
중요한 것은 미국 국방부가 문제의 본질을 흩뜨려놓기 위해 민간연구기관 배달사고 사례들을 일부러 공개하고, 여기에 군사시설인 주한미국군 오산기지를 슬쩍 끼워넣었지만, 오산기지에는 전달되어야 할 물건이 정확하게 전달된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대부분의 한국 국민들은 주권국 정부로서 확인절차도 거치지 않고 미국 국방부의 대변인 노릇을 한 한국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믿은 것인지 이 대형사건에 대해 기가 막힐 정도로 무덤덤하다.
미국과 박근혜 정부는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코르스(Korea Respiratory Syndrome - KORS) 사태에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온통 집중된 사이 반미정서의 폭발적 뇌관이 될 세균전 음모 발각사태가 초래할 미증유의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 셈이 됐다.
다급해진 미국측의 암묵적 권고로 신속하게 결정된 듯 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일정 취소는 한국국민들의 관심을 코르스 사태로 일단 되돌려 놓음으로써, 생물표본의 오산기지도착과 관련해 확산되는 미국에 대한 의혹과 비난을 일단 연기시키는데 멋지게 성공했다. 한국언론은 두 개의 영어단어 cancel (취소)와 postpone (연기)를 잘 구별 못하는 것 같은데, 연기된 건 대통령의 방미가 아니라 반미여론의 폭발적 확산이다. 대통령의 방미는 한국 국민들의 대미관심을 차단하고 반미여론의 폭발적 확산을 연기시키는데 필요한 희생양으로 취소된 것이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지만 주한미국군 오산기지에는 생물학전을 수행하는 부대가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방사선처리를 한 죽은 균이 아닌, 냉동생물표본을 전달받아야 하는 부대란 보나마나 공격적 개념으로서의 생물학전을 연구하고 수행하는 부대다. 그 부대가 적의 생물학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활동하는 부대이든 세균전 등 생물학전을 공격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만든 부대이든 그 본질과 역할을 같다. 미국군은 이미 한국전쟁 당시 북코리아 지역에 폭격기를 통해 세균을 살포한 전과가 있는 집단이므로 그 부대의 후신인 현재의 주한미국군은 ‘방역’과 공격을 동시에 수행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부대로 분류하는 게 옳을 것이다.
미국군이 본토 유타주에 있는 생물학전 기지에서, 해외파견 군사기지로서는 유일하게 한국 경기도 오산에 있는 자국군 기지에 냉동생물표본을 보냈다는 사실의 의미는 무엇일까?
놀랍게도 이 사실은 주한미국군 오산기지에는 냉동생물표본을 해동-활성화하여 세균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증식시키는 시설과 전문요원들이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폭로해 주고 있다. 공군기지로만 알려진 이 부대에 세균전 기간분야인 분자생물학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운 일인데, 지금 그 시설이 폐쇄했다는 미국측의 말도 안되는 거짓말에 한국 정부도 한국 언론도 여론 조차도 거의 무반응이라는 것이 더욱 놀랍고 기이한 일이다.
강대국이 동맹국에 파견기지와 부대를 운영하는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남의 나라에서 화학무기나 생물학무기 시설을 운영하다가 발각된 사례는 아주 드물다. 발각됐을 경우 당사국 정부와 국민들의 강력한 반발과 항의가 일어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남의 나라에서 생물학전 무기 시설을 운영한사례가 있다면 1932 년 부터 1945 년 사이에 위만주국의 하얼빈에 존재했던 731 방역급수부대 정도일 것이다. 2 차 대전 종전 후, 유럽의 들끓는 전범처단여론으로 나치독일의 생물학전 전문가들과 비밀거래를 할 수 없었던 미국은 대신 비장의 생물학전 비법들을 731부대의 미생물 연구요원들로부터 전수받았다.
수 만 건의 잔혹한 생체실험들을 통해 축적된 지식으로 무장한 이 생물학전 수행자들은 미국에게 노하우를 전수한 후 그 댓가로 전범재판에 넘겨지지 않고 모두 사면되어 이후 의대 교수나 연구원으로 복무하며 편안하게 여생을 보냈다. 그 중 이 부대의 부대장 이시이 시로는 교토제국대학 의대 출신의 의사였는데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모자를 쓰고 한국전선에 파견된 미국군에게 무언가를 조언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비밀리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21 세기의 대한민국은 1931 년부터 1945 년 까지 제국일본의 후견아래 존재했던 만주국인가?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 씨는 만주국의 허수아비 황제 푸이 (강덕제)와 다름없는 미국의 허수아비 대통령인가? 코르스 파동에 가려 터무니없이 가볍게 묻혀버린 탄저균 배달 기밀 누출 사건을 보면서 다음과 같은 말이 비수처럼 실감나게 다가온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다”
June 20th, 2015, 21:48 (MST)
sar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