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이야기
요즘 집안이 좀 시끄러워요.
우리집이 꽤 괜찮은 집안이었는데, 최근 10년간은 아주 미친듯이 계속 하락세네요.
(사실 그 전에도 꾸준히 하락세..ㅠㅠ 중간에 잠깐 반짝할 뻔 하긴 했지만..)
콩가루집안 된거 같아 걱정이에요.
집안일 하는 머슴을 뽑는걸 5년마다 하거든요.
4년마다 공채도 하고요.
지지난번 큰머슴 뽑을 때 좀 이상했어요.
후보자들 중에 제가 봐도 딱히 이 놈이다 싶은 놈은 없고..
집안 어른들도 그래서 막 뽑으셨나봐요.
인상도 더럽고 참.. 기분나쁘게 생긴 놈이라 매일 얼굴보는것도 기분나빴는데,
이 놈이 살아온 행적도 참 더러웠거든요.
그래도 더럽게 생긴 놈이니 더러운 일도 꺼리지 않고 잘할거라 생각하고 어른들이 뽑은거에요.
근데 왠걸..
이 놈이 아주 생긴대로 놀아서 집안 재산 다 빼돌리고..
한 재산 거덜이 났죠.
그래서 이번에 새로 뽑은 놈은 예전에 오래 큰머슴을 하던 놈 딸이라는 사람인데,
뭔가 이력서는 화려한데, 할 줄 아는건 하나도 없는..
뭔가 좀 이상한 애를 뽑아놨어요.
시키는 것도 제대로 못하고, 심지어 말귀도 잘 못알아듣는데..
계약을 해버렸으니 짜를 수도 없고
속이 뒤집어져요.
집안이 이꼬라진데, 저 혼자 잘먹고 잘 살아보려고 해도 걱정되는건 어쩔 수 없잖아요.
근데 어디서 갑자기 개가 나왔어요.
집에 있는지도 몰랐는데, 개가 있더라구요.
머슴이 데려온건지 모르겠는데, 이 개들이 머슴을 참 좋아하더라구요.
머슴한테 일 똑띠 잘하라고 머라 하면 어디서 듣고 와서는 막 짖고 지랄발광을 하는데
아주 주인도 물 기세에 난리도 아니에요.
머슴이 찬밥이라도 챙겨주는 개인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닌거 같아요.
세 끼 밥도 제대로 안챙겨주는거 같은데 눈만 마주치면 그저 좋다고 꼬리치고..
근데 생각보다 우리집에 개가 참 많더라구요.
한 집에 개 두 마리 이상만 돼도 할 일이 태산인데,
이런 분위기라면 사람보다 개가 많아질까봐 걱정이에요.
저는 꿈도 이뤄야 하고 할일이 참 많은데..
언니 오빠, 삼촌 이모, 할머니 할아버지들 모두 할 일이 많으신 바쁜 분들이시라
개가 자꾸 늘어나면 돌보기 힘들거든요.
어디가서 번식을 하는건지-_-
이눔 시끼들 왜 자꾸 늘어날까요?
머슴놈이 어디가서 번식을 시켜오는건가-_-
(심증은 가는데 증거가 없으니 머슴더러 뭐랄 수도 없고 참..)
여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우리집 망하면 안되는데..
=====================================================================
35년 전 오늘, 사람답게 사는 나라 만들기 위해 큰 희생하신 열사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걱정스러우시겠지만, 이젠 저희에게 맡기시고 편히 잠드소서.
저희가 어떻게든 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