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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이야기

Robbine 8 216

요즘 집안이 좀 시끄러워요.

우리집이 꽤 괜찮은 집안이었는데, 최근 10년간은 아주 미친듯이 계속 하락세네요.

(사실 그 전에도 꾸준히 하락세..ㅠㅠ 중간에 잠깐 반짝할 뻔 하긴 했지만..)

콩가루집안 된거 같아 걱정이에요.

 

집안일 하는 머슴을 뽑는걸 5년마다 하거든요.

4년마다 공채도 하고요.

지지난번 큰머슴 뽑을 때 좀 이상했어요.

후보자들 중에 제가 봐도 딱히 이 놈이다 싶은 놈은 없고..

집안 어른들도 그래서 막 뽑으셨나봐요.

인상도 더럽고 참.. 기분나쁘게 생긴 놈이라 매일 얼굴보는것도 기분나빴는데,

이 놈이 살아온 행적도 참 더러웠거든요.

그래도 더럽게 생긴 놈이니 더러운 일도 꺼리지 않고 잘할거라 생각하고 어른들이 뽑은거에요.

근데 왠걸..

이 놈이 아주 생긴대로 놀아서 집안 재산 다 빼돌리고..

한 재산 거덜이 났죠.

 

그래서 이번에 새로 뽑은 놈은 예전에 오래 큰머슴을 하던 놈 딸이라는 사람인데,

뭔가 이력서는 화려한데, 할 줄 아는건 하나도 없는..

뭔가 좀 이상한 애를 뽑아놨어요.

 

시키는 것도 제대로 못하고, 심지어 말귀도 잘 못알아듣는데..

계약을 해버렸으니 짜를 수도 없고

속이 뒤집어져요.

집안이 이꼬라진데, 저 혼자 잘먹고 잘 살아보려고 해도 걱정되는건 어쩔 수 없잖아요.

근데 어디서 갑자기 개가 나왔어요.

집에 있는지도 몰랐는데, 개가 있더라구요.

머슴이 데려온건지 모르겠는데, 이 개들이 머슴을 참 좋아하더라구요.

머슴한테 일 똑띠 잘하라고 머라 하면 어디서 듣고 와서는 막 짖고 지랄발광을 하는데

아주 주인도 물 기세에 난리도 아니에요.

머슴이 찬밥이라도 챙겨주는 개인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닌거 같아요.

세 끼 밥도 제대로 안챙겨주는거 같은데 눈만 마주치면 그저 좋다고 꼬리치고..

 

근데 생각보다 우리집에 개가 참 많더라구요.

한 집에 개 두 마리 이상만 돼도 할 일이 태산인데,

이런 분위기라면 사람보다 개가 많아질까봐 걱정이에요.

저는 꿈도 이뤄야 하고 할일이 참 많은데..

언니 오빠, 삼촌 이모, 할머니 할아버지들 모두 할 일이 많으신 바쁜 분들이시라

개가 자꾸 늘어나면 돌보기 힘들거든요.

어디가서 번식을 하는건지-_-

이눔 시끼들 왜 자꾸 늘어날까요?

 

머슴놈이 어디가서 번식을 시켜오는건가-_-

(심증은 가는데 증거가 없으니 머슴더러 뭐랄 수도 없고 참..)

 

여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우리집 망하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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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전 오늘, 사람답게 사는 나라 만들기 위해 큰 희생하신 열사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걱정스러우시겠지만, 이젠 저희에게 맡기시고 편히 잠드소서.

저희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8 Comments
필리핀 2015.05.18 06:36  
음... 집안 상황이 아주 개판이군요... ㅡ.ㅡ

대한민국의 역사를 돌아보면

머저리를 위한 역사였던 것 같아요...

예전에 우연히 알게 된

어느 노인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내가 알던 똑똑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은

벌써 다 죽었어...

일제 때 독립 운동하다가 잡혀서 죽고

6.25 때 나라 지키려다가 총 맞아 죽고

유신 때 데모하다가 고문 당해서 죽고

518 때 거리로 나섰다가 곤봉 맞아서 죽고...

멍청하거나 약삭 빠른 놈들만 살아남았지...

그래서 나라 꼴이 이 모양이야..."
Robbine 2015.05.18 06:43  
살아있어서 부끄러워지는 통찰이네요.
굉장한 통찰이에요.
이 정도의 통찰만 있어도 가스통을 들고 짖어대지는 않을텐데 말이에요.
못생김 2015.05.18 09:01  
어릴 때 본 시사풍자 만화가 생각나네요. 쏙쏙 들어옵니다^^
Robbine 2015.05.19 02:03  
시사 아니에요~
그냥 가슴아픈 가정사에요.
역류 2015.05.18 10:32  
그 정도의 머슴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서 뽑은 것은 머 차치하고라도, 그렇게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주인 말귀 못알아 먹고  씅질머리도 나쁜 머슴을 내치지 못하는 가장 이하 가족구성원이 참 무능하군요.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이 있는데도 말이지요.
개같은 하이에나인지 하이에나같은 개인지 모를 이것들은 어느 집안의 어느 머슴 아래에서도 항상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절대 사람은 이기지 못하더군요.
Robbine 2015.05.19 02:04  
그래서 이런 글 쓰는것도 사실 좀 집안망신이긴 하죠.
근데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답답하고 그래요.
참새하루 2015.05.18 20:07  
저만 순진한건지...ㅠㅠ
정말 Robbine님 집 사정인줄 알고
걱정하면서 읽어내려갔어요...

필리핀님 댓글 읽고 감잡고
다시 읽어보니...
이해가 되네요...

Robbine님의 재치있는 글과
진정성에 감탄을 금할수없네요
Robbine 2015.05.19 02:05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집안이 정말 콩가루도 이런 콩가루가 없어요 ㅠㅠ
저도 참 걱정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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