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세력은 영구집권의 해답을 찾은거 같다.
보수세력은 영구집권의 해답을 찾은 것 같다 [326]
늙은도령 (jire****)
현재의 야권이 연전연패하는 과정을 과거의 보도자료와 현재의 보도자료를 찾아보고, 보수정당의 승리요인을 밝힌 수많은 책과 연구논문을 다시 읽어보고, 각종 인터넷 사이트들의 반응을 살펴본 결과, 대한민국의 보수세력은 영구집권의 해답을 찾은 것 같고, 진보세력은 과거보다 몇 배는 퇴보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보수세력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보였던 사건‧사고, 내부고백마저 모조리 뒤집어 야당에 불리한 프레임 속에 가둬버리는데 성공했습니다. 언론과 자본의 도움이 절대적이었지만 그들도 보수세력의 한축이라 진보세력이 정권을 잡는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습니다.
보수세력은 행동하는 지식인을 고대의 유물로 만들었고, 사이비 지식인이 활개 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국민의 눈높이를 최대한 낮추는데 성공했습니다. 청춘들은 각자도생(일종의 자발적 복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만들었고, 다양한 형태의 힐링을 통해 저항의 크기를 축소하고 있습니다.
노조를 기득권세력으로 만드는데 성공했고, 모든 파업이 불법이라는 인식을 국민의 의식에 각인시키는데도 성공했습니다. 시민단체는 생존이 목표인 이익집단으로 변질시켰고, 진보 성향의 국민들을 사이버 세상으로 몰아넣고, 밖에서 현실과의 통로를 걸어 잠그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결과 보수세력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새로운 아젠다을 발굴하고 탁월한 상징조작을 만들어내고 조직을 끊임없이 혁신시키는데 비해 진보세력은 분열된 채 그들만의 리그에서 횃불을 들고 혁명을 일으킬 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조직화는 별다른 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각종 집회에 참여하고, 현장 사진이나 인증샷을 올리지만 그것은 늘 개인적 차원이나 소수의 경험으로 공유될 뿐입니다. 외국에선 공동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여러 가지 결과물들을 내놓고 있는데, 한국에선 그것을 읽고 공부하고 토론해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너무 적습니다.
선거란 자기편을 투표장으로 많이 끌어내는 정치행위인데, 정치라 하면 질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공부하고 토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진보세력은 보편적 가치들을 추구하기 때문에 당장의 이익이나 개별적 욕망을 제시하는 싸움이 되면 절대 보수세력을 이길 수 없습니다.
특히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은 당장의 이익과 기존체제의 유지를 중시하고, 선거만이 자신의 존재를 정치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습니다. 그것을 탓하는 것은 역효과만 불러올 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그분들보다 더 많이 투표장에 나가야만 하는데 청춘들은 다른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시간적 여유 때문에 체념이나 포기가 빠릅니다. 특히 사이버 세상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곳에 둥지를 틀면 그만입니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싸우려하지 않는 경향은 이래서 더욱 강화됩니다.
그렇다보니 오랜 토론과 설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사이버 세상의 최대 약점은 현실적 공동체처럼 책임감과 공동체의식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나와 맞는 곳이 여러 개가 있는데 구태여 마음에 들지 않은 곳에서 끈질긴 토론과 열린 설득을 시도할 이유가 없겠지요?
몇 십~몇 백자 정도의 단문에 익숙해지면 책을 읽는 것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긴 기사나 글은 회피하는 경향이 생깁니다(이는 과학적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단문에 담을 수 있는 것은 즉시적 반응이 필요한 것이고, 사진이나 영상으로 대체하는 것은 인식의 수준을 높여주지 않지만 빠른 감정적 호응만 불러일으켰다 금세 수그러들게 합니다.
정권탈환을 위한 선거에서 심판론은 필수이지만, 보궐선거에서는 먹히지 않는 이유의 일부도 여기에 근거합니다. 최근에 들어서는 보수세력이 진보세력으로 하여금 '정권심판론'으로 몰고 가는 경향도 뚜렷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월호처럼 지긋지긋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그것 때문에 진보적 의제와 지역일꾼론이 모두 다 수장되고 맙니다.
그런 경험이 많아지면 자신도 모르게 정신적 우울증이 강화됩니다. 쉽게 달아올랐다가 쉽게 식어버립니다. 보수세력이 보기에 이런 특성들에 함몰돼 있는 진보세력은 오합지졸처럼 보입니다. 어차피 저들은 막판에 가면 저 잘났다고 분열하거나 지레 패배를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에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부패하되 방심하지 않는 보수세력을 이길 방법은 없습니다. 공동으로 연구(반대로 세상에 적응하기 힘들어 보이는 괴짜에게도 투자를 하고 기회를 줘야 한다)하고 공부하지 않는 진보세력이 정치의제나 프레임 설정에서 보수세력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언론들도 마음 놓고 보수세력에 빌붙어 살 수 있습니다. 자본도 깨놓고 보수세력과 손을 잡습니다, 미국과 유럽과는 달리.
진보세력이 완전히 탈바꿈되지 않는 한, 떠들어대는 만큼 책임을 지고 무수한 토론을 통해 중무장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행동하지 않는 한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싸움은 백전백패입니다. 동시에 끊임없이 별난 생각을 하고 이런저런 것에 도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전체주위적 획일화에서 벗어나지도 못하지만, 개별적 토론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합니다. 철학이 부재하면 수단은 목적에 귀속돼 반칙들이 난무하게 됩니다. 최근에 들어 TV토론에서 여당 토론자들이 야당을 걱정하고 조언하는 것이 일상화될 정도니 더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