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을 가망이 안 보이는 대통령의 복통과 고열
4. 29 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선전했다. 의외의 결과에 청와대는 긴장과 충격에 빠졌다. 국회권력과 청와대권력간에 벌어져왔던 암투에서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한 방 먹은 셈이다. 정윤회와 십상시 사건에서 김무성 섹트가 소정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 4.29 보선은 그들에게 다시 칼자루를 안겨줬다.
내국인이건 외국인이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이 권력투쟁은 단순한 계파싸움이 아니다. 당파싸움은 더더욱 아니다. 대한민국 상층부의 권력배분구조 재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전방위적 설계논쟁이다. 본회의장이나 카메라 앞에서는 새누리니 새정연이니 목소리 칼라가 나뉘어지지만 무대 뒤에서는 서로 형님 누님 하며 패밀리처럼 행동한다. 그들의 암묵적 공동목표는 그 패밀리집단이 행정부와 사법부 권력 상당부분을 가로채는 것이다.
암튼 이 이야기는 오늘 주제가 아니니 이쯤하고 본론으로 넘어가자.
박근혜 대통령이 남미 순방 중 브라질에서 병을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에는 고산병이라고 둘러대다가 나중에야 고열과 복통 설사 구토 오한을 동반한 위경련과 인두염이라고 실토했다. 무언가에 충격을 받았거나 심히 마음 상하는 일이 생겼기 때문에 일어난 증상일 가능성이 많다. 공식 비공식 행사가 쉴새없이 계속되고 비행기 여행을 해야하는 와중에 이런 병을 생겼다는것은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4 월 24 일 즈음 그에게 위경련을 일으킬만큼 충격을 안겨준 사건이 무엇일까?
싸르니아가 추측하건대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아베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이 환한 표정으로 악수하는 한 장의 사진이 바로 그 날 그의 비위를 확 뒤집어 놓았을 것이다. 아베 충리는 전쟁에 대해 명확하게 반성의사를 표명한 반면 식만지배에 대해서는 일절 사과하지 않았다. 여기서 전쟁이라함은 1941 년 12 월 7 일부터 1945 년 8 월 10 일 까지 전개됐던 태평양전쟁과 1937 년에 발발한 중일전쟁을 의미한다. 이 두 전쟁은 일본이 선제공격을 한 침략전쟁이었다.
미국을 방문한 아베 총리에 대한 백악관의 경이로을 정도의 환대는 1951 년 샌프란시스코 조약 이래 일정한 거리감으로 규정되어 왔던 양국간의 반세기에 걸친 애매한 애증관계를 완전히 청산하고 명실상부한 동맹국 관계가 새로 시작되었음을 내외에 선포하는 자리였다. 지난 2 월 있었던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차관의 망언은 망언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경고였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참모들이 이를 알아듣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끄는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정책은 마치 민비 일파가 나라를 이끌던 19 세기 말 만큼이나 처참하게 실패했다. 그 처참한 실패는 무능한 정보행정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다. 댓글이나 달고 가짜간첩을 만들기 위해 남의 나라 서류나 위조하는 저열한 인간들이 모인 첩보조직의 수준이 결국 이런 결과를 초래하고야 말았을 것이다.
오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상하원 합동연설을 했다.
자신의 외할아버지이자 중국침략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인 기시 노부스케가 지금으로부터 58 년 전인 1957 년 바로 이 자리에서 연설했다는 회상으로부터 시작한 그의 연설은 캘리포니아에서의 유학시절 에피소드, 2 차 대전 중 아오지마 상륙작전에 참전한 로렌스 스토든 예비역 해병대 중장과 그의 옆에 함께 앉아 있는 구리바야시 다다마치 아오지마 수비대 사령관의 손자에 대한 소개 등등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자유와 공존의 가차를 자연스럽고도 세련된 흐름으로 설파해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연설이 끝나자 상하양원의 모든 의원들은 기립해 아베에게 박수를 보냈다.
미국은 정치외교적 명분에서만 일본의 손을들어 준 게 아니다. 일본판 양적완화로 인한 엔저가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경제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 같은 것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견제하기는 커녕 쌍수를 들어 응원해 주는 분위기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에서 비롯된 외교고립은 식민지배에 사과를 하느냐 마느냐 같은 명분 문제 뿐 아니라 안보와 생존의 위기까지 걱정하기 시작해야 하는 초대형 재난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박근혜 정권은 1948 년 8 월 15 일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래 가장 무능한 정권으로 기록될 것이 거의 분명하다. 그 이유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외교전에서의 참패다.
어쨌든 박근혜 대통령의 신경성 복통이 당분간 지속될 게 분명해 보인다. 믿고 믿었던 미국에 대한 배신감으로 가뜩이나 골치가 지끈거리는데 4.29 보선으로 내부의 적들이 칼자루를 쥐고 흔드는 꼴까지 보게 생겼으니 대통령의 위는 당분간 바람잘 날이 없을 것이다.
대통령 주치의는 우선 다른 거 다 제쳐두고 아베 총리의 상하원 합동연설을 듣지도 말고 읽지도 말라고 권고하기 바란다. 싸르니아가 비록 박근혜 대통령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픈 사람에 대한 걱정과 연민은 인지상정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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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의 대통령이 해바라기 노래들을 좋아한다기에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행복을 주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음) 그 중 하나 병문안 선물로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