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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큰초짜 3 266
뭐..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전 좌측도 우측도 아닙니다.
다만 지지하는 사람들이 요즘 소위 말하는 진보에 좀 가깝다보니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에 의해서 'Left'로 분류가 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물론 그런 평가에 개의치도 괘념치도 않습니다.
전 보편적인 타당성에 근거를 두고 정상적으로 교육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성장해온 사람들의 평균과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만 어떤 논리적인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고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길거리에 쓰레기 버리지 않는다, 무단횡단을 하지 않는다, 남이 싫어할만한 일은 공공장소에서 하지 않는다....뭐 그런 정도???

인정할건 어느날부터 집과 회사에서 구독하던 신문 중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를 모두 끊고 경향신문과 한겨레로 바꿨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생각과 논조도 그 신문들과 비슷해진다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좋게 얘기하면 조중동을 볼때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논조를 확인하게 된 셈이죠.

전에도 태사랑에서 비슷한 얘기를 한적이 있는데...

저는 1인 기업을 운영합니다. 직장생활할때만큼의 업무 스트레스는 없지만, 그 이상의 재정스트레스가 아주 크군요. 창업한지 2년차에 접어들고 있고 제대로 된 회사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한두번의 기회를 잘 살려야 하는데...늘상 하던 일만 하다보니 사실 비전이 잘 보이지 않고 현상유지에 급급해하는 제 자신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러던중 지난 2월부터, 어르신 한분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고문이죠. 영업에 도움을 좀 얻고자 졸지에 서류상의 대표이사 자리 내드리고 저는 영업부장으로 몇단계 스스로 강등시켰습니다. 회사와 가정을 살리는 길이라면야...

이 분은 행시 패스 후 노동부장관 비서관, 국회부의장 비서관, 정통부장관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 등을 두루 거친 관계에 잔뼈가 굵고 통신업계에 신망이 두터운 분이십니다. 정통부장관 비서관을 마지막으로 이동통신 시공회사를 창업하셔서 TOP3에 들 정도로 큰 회사도 경영하셨습니다. 6-7년 알고 지내던 분이셨는데, 얼마전 사업체가 부도났다고 하셔서 삼고초려 끝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해당업계에 대한 신망이나 여러 인맥은 살아있어서 지금도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 분의 거주지나 출신지 뭐 그런걸 따지지 않고서라도 누가봐도 이분은 MB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자이십니다. 처음에는 이런 분과 같은 사무실내에, 방을 따로 만들긴 했지만, 일하는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4대강, 세종시, 천안함, 지방선거 등 최근의 일련의 이슈사항들이 있을때마다 이분과 저는 생각이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거리로 치면 한국에서 아르헨티나 쯤 되는듯 싶고, 각도로 치면 180도에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식사중에 천안함 얘기가 나오자...외국 신문에서는 미국 잠수함이 부딪힌거에 대해 조심스럽게 언급하던데요...하자 숟가락 놓으시고 30분에 걸쳐 장황하게 정신교육을 하셨습니다. 결론은 제가 말한 그 생각이 조평통과 같다는 것이지요. 그런 위험한 생각하지 말라고 합니다. 저는 AP 통신의 보도를 보고 말씀드린건데...

4대강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언급하면서 정부가 귀를 좀 열고 대화해서 속도를 조절하든 수위를 좀 조절하면 좋겠다라고 지나가는 말로 하니..하시던 업무 다 접고 일장연설을 하십니다. 결론은 왜 믿음을 갖고 기다리지 않냐는 것입니다. 졸갑증을 내고 난리 피면 사업이 더 안되는데....이럴수록 국민만 더 힘들어지니 당신(간큰초짜)부터 생각을 바꿔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이라이트는 지방선거 하루전날 제 방으로 오셔서 앉으시더니...느닷없이 노무현 얘기를 꺼내십니다. 그가 훗날 역사가 새로 평가할 부분이 있는건 인정하겠다(그게 뭔지는 말씀을 안하셨습니다)...저와 제 가족들은 이미 누굴 찍을지 다 정했는데 무슨 말씀을 하셔도 생각이 안바뀔텐데...또 연설을 시작하셨습니다. 30분에 걸친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비판..아니 비난을 하셨습니다. 노대통령도 노무현전대통령도 아닌 '노무현'이라는 호칭으로 강남사는 사람들을 모두 도둑놈 취급했다는게 그 분이 저에게 하신 말씀의 요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노동부 비서관 있을때 노무현 의원의 국정조사 대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 자료를 준비하면서 노무현이 얼마나 교활하고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인지 알게 됐다는 것이죠. 그 때 노무현이 국정조사에서 만든 질문방법이 아직도 국회의원들 중에 즐겨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유행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분의 논리는 정말 빈틈 없고 말씀을 잘하셔서 저처럼 설렁설렁 사는 사람은 반박을 못합니다. 그나마 저는 고집과 아집이 좀 있어서 옆에서 뭐라하던 귀만 좀 팔랑이다가 생각 자체는 잘 바꾸지 않습니다.

오늘 MB의 무슨 내용인지 크게 관심은 없지만, 무슨 발표가 있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니 TV를 보고 계시더니 차 한잔 같이 하자고 하시길래 MB 얘기하시겠다 싶어 자리를 피했습니다.

앞으로 이분과는 1-2년을 더 함께 일을 해야 합니다. 사람관계라는게 일만 하면서 지낼 수 없기에 더더욱 괴롭습니다. 생각이 다른걸 인정을 좀 해주면 좋을텐데, 젊은 사람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저만 잡고 흔들어대시니 거..참 환장을 할 노릇입니다.

일을 도와주시는 분인데다가 어르신이라 반박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거의 매일 듣고 있자니 맘이 괴롭군요.
3 Comments
sarnia 2010.06.14 14:26  
거 참, 괴로운 일이군요.

저는 일 관계에서는 정치-사회적 쟁점이 될 만 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편 입니다. 프로패셔날한 공간에서 서로 동의하는 경우가 아닌데 쟁점이 될 말한 사항에 대해 자기 주장을 계속하는 것은 무례한 짓 이지요. 

제가 만일 비슷한 관계에서 그런 분을 만난다면...... 아마 "우리는 생각이 너무 다른 것 같으니 직무와 관계된 이야기 이외에는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정식으로 요구할 것 같습니다.

문화상 말로 그런 제의를 하는 것이 불편하다면 정중하게 서면으로 전달하는 것도 한 방법일 듯 한데요. 그 분 입장에서는 처음에는 좀 충격이더라도 제의가 합리적이라면 받아들일 듯 하구요. 잘 모르겠지만 나이나 성격과 관계없이 조직생활을 그만큼 하신 분이라면 의외로 그런 방법이 잘 통할 수도 있을 겁니다.

저는 이런 경험이 몇 번 있는데...... 이런 official 한 행동으로 인간관계가 깨진 기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제 의견이었습니다.           
필리핀 2010.06.14 18:02  
음... 
저는 성격이 좀 지랄 맞아서
제가 차라리 손해를 보고 말지
뜻 안 맞는 사람,
뜻만 안 맞으면 모르지만,
자신의 뜻을 강요하는 사람하고는
절대로 같이 일 못합니다... ^^;
암튼 직원이 많은 것도 아니고
단 둘이라니,
마음고생이 심하시겠어요... ㅠ.ㅠ
세븐 2010.06.25 20:24  
제가 
좋아하는 분도

윗분과 같은 경향이어서.. 마음 많이 상하다가
티 안내고 그저 그런듯이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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