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혜 씨의 말벗이 된 객실 경비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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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효자동에 있는 외곽 제 1 초소 앞에 단발머리 소녀가 나타났다. 하얀색 블라우스에 자주색 원피스를 받쳐 입고 있었다. 구두는 에스콰이어 단화였는데 검정색이었다. 민간인 통제구역 경계라인에 있는 그 초소에는 감색 정복을 입은 경찰 한 명과 국방색 제복을 입은 군인 한 명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순경 계급장을 단 경찰은 종로경찰서 소속이었고, 하사 계급장에 헌병 화이버를 쓴 군인은 수도경비사령부 (지금의 수도방위사령부) 제 30 경비단 소속이었다. 두 명 모두 청와대 경호실에 배속되어 있었다.
“어디 가니?”
순경 계급장을 단 경찰이 단발머리에게 물었다.
“청와대요. 제 2 부속실장님과 약속이 되어 있어요”
야무져 보이는 단발머리 소녀가 또박또박 대답하며 주민등록증을 내 밀었다.
단발머리 소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제 2 부속실장이라는 말에 보초들은 긴장했다. 하사 계급장을 단 군인이 정문초소에 전화를 걸었다.
“충성! 통신보안!! 제 1 초소 위병근무자 하사 000! 보고사항 있어 전화드렸습니다. 제 2 부속실장님과 약속이 되어 있다는 방문자가 있습니다. 성별 여자, 이름은 최......“
보초가 보고를 하다말고 갑자기 더듬거렸다. 그가 들고 있는 소녀의 주민등록증에는 이름이 한자로 쓰여 있었는데 그는 ‘崔’자 다음에 쓰여있는 소녀의 한자이름이 무슨 자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눈치빠른 소녀가 초소 앞으로 한 발 다가서며 예의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보초에게 자기 이름을 말해줬다.
“제 이름은 최순실 입니다”
잠시 후 정문 쪽에서 검은 색 뉴 코티나 승용차가 굴러나오더니 제 1 초소 앞에 멈춰섰다. 앞자리에서 검은색 정장을 한 30 대 사내가 튀어나와 소녀를 향해 깊이 머리를 숙여 인사한 다음 뒷 문을 열어주었다. 야무지게 생긴 단발머리 소녀는 보초들을 향해 “수고하세요” 라고 인사하고나서 냉큼 승용차 뒷자리에 올라탔다.
1976 년 봄 어느 날 오후였다.
알림: 위 글에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가미하여 제가 임의로 상황을 재구성한 부분이 있습니다. 두 여인 관계에 대해 이미 알려진 이야기들을 토대로 <사실>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연성을 최대한 고려하여 재구성했으나 관련자들의 <대사>나 디테일한 상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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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비선라인 해프닝을 권력투쟁의 시각으로 관전하면 곤란하다. 통상개념으로서의 권력투쟁이란 시스템 안에서의 계보와 인맥간에 벌어지는 헤게모니 쟁탈전을 의미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개싸움은 권력투쟁이 아니라 박씨 가문 집안싸움의 망령이 재연되고 있는 거다. 따라서 주인공은 정윤회나 십상시, 또는 그 반대편 계보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주인공은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남매다.
나머지는 모두 조연들이다. 따라서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나오고 있는 듣보잡 잔챙이들 이름까지 외우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1948 년 근대 공화정으로서의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래 이런 희한한 모습의 개싸움은 구경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정치권력을 중심으로 노선이나 이권갈등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가족간에 벌어졌던 해묵은 추악한 반목을 둘러싸고 최고권력기관인 청와대 인맥이 양쪽으로 패가 갈려 난투극을 벌이고 있는 양상은 전 세계를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중세 봉건왕조시대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이 21 세기 OECD 회원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현재 대한민국은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되어버린 나라다. 규칙도 없고 매뉴얼에 따라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작동하는 정부조직도 없다. 봉건왕조시대의 절대자와 그 가족들의 횡포와 심기에 따라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마당쇠나 양아치같은 무리들이 시스템의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는데 뭐 하나 온전하게 돌아갈 리가 없다. 그런 인간들을 시스템 상층부에 박아넣은 장본인은 임명권자고 그런 임명권자를 선출한 사람들은 유권자다. 누구를 원망할까?
많은 사람들이 조현아 사건이 십상시 사건을 덮을까봐 걱정하는 소릴 들었다. 걱정도 팔자다. 그런 걱정 안 해도 된다.
조현아 사건이 십상시 사건을 덮는다고?
천만에!
조현아 사건은 십상시 사건의 핵심적 본질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막간을 이용한 보충수업이라고 보면 된다. 박근혜가 봉건왕조의 무능한 절대자라면 조현아는 봉건영주의 철딱서니없는 딸이다. 대한민국을 프랑스의 시계에 대입한다면 붕괴 1 년 전의 부르봉왕조 말기, 즉 1788 년 쯤 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노파심' 같은 이야기를 해야겠다.
며칠 전,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한 명은 40 대 아저씨였고 다른 한 명은 20 대 초반 대학생이었다.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사람들답게 ‘정윤회 비선’ 이야기를 꺼내 자기 의견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싸르니아는 요즘 정치이야기하는 거 별로 즐기지 않는터라 하품을 해 가며 한참 하는 말을 듣다보니,,, 그들의 이야기가 겉도는 것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둘 다 정윤회가 정확하게 누구인지 어떤 히스토리를가지고 있는 인물인지 모르고 있었다. 20 대 학생은 정윤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숨겨놓은 보이프랜드인줄만 알았단다. 기가 막혔다.
어디서부터 이야기할까 하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평생 말벗 최순실 씨 이야기부터 시작했다.(이 글 서두에서 근혜양과 순실양의 만남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묘사했는데 내가 그 학생에게 이야기할 때 저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은 친구가 없는 사람으로 유명하다는 이야기. 1997 년 12 월 이회창 딩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지지선언을 하면서 정계에 입문한 이래 17 년이 지났는데도 오랜 관계를 유지해 온 정치적 동지도 없다는 이야기.
그에게는 친구나 동지가 없었던 대신 혈연보다 가깝던 평생 말벗이 딱 세 명 있었다는 이야기. 그래서 하늘은 대체로 공평하다는 이야기. 한 사람은 부인을 여섯 번이나 갈아치우고 종교를 세 번이나 바꾼 전형적인 사기꾼형 인간이라는 이야기, 지금으로부터 38 년 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특명을 받은 중앙정보부 안전국장과,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별도로 운영하는 친인척내사 특별수사팀에서 각각 작성한 당시 큰 영애 박근혜 양과 그 말벗의 특별한 관계에 대한 보고서를 읽고나서 기절초풍을 한 박정희씨가 국군서울지구병원에 실려갈 뻔 했다는 루머.....
또 한 명의 말벗은 자기보다 네 살 어린 여자인데, 공교롭게도 그 사기꾼같은 사람의 딸이라는 이야기,
또 한 명은 대한항공 보안승무원이었는데, 그 사기꾼형 인간의 사위가 되면서 갑자기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발탁된 사람이라는 이야기. 바로 그 보안 승무원 출신이자, 박정희 대통령을 기절시킬 뻔 한 장본인의 딸의 전 남편이 지금 비선 어쩌구 하는 정윤회 라는 이야기....... 등등
글이 길어져 이만 해야겠지만,,
청와대 문건유출과 비선라인 폭로사건의 본질과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보충자료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40 퍼센트가 지지한다는 대통령이 왜 저렇게 한 평생 내내 두 세 사람만 주변에 두고 싸고돌며 후한시대 영제처럼 놀고있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심상치 않은 성장배경과 한편의 소설같은 가정사부터 자세하게 파악해야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광범위해지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으니까 나중에 기회기 되면 주제별로 나누어 하자.
저 궁중서부활극의 관전포인트를 유지하는데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누구에게 헤게모니가 넘어가느냐를 포착하는 것 아니라,
그 난투극 안에서 누가 그나마 민주정부 시스템의 규칙과 원칙를 지키려고 더 노력하는가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상은 볼 것도 기대할 것도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