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과 세월호 유족들
1. 대학 시절 바보들
대학 4학년때 비운동권이 총학에 당선되었다.
단과대는 공과대를 제외한 모든 단과대가 운동권이 당선되었다.
당시 운동권의 얼치기 사회 민주화와 사이비 학내 민주화에 염증을 느끼고, 비운동권을 지지했던터라 총학과 내가 속해있던 공과대에서의 당선에 무척 기뻤지만, 우려했던대로 되는 일이 없기 시작했다.
각 단과대가 말없는 딴지걸기와 비협조, 그리고 비운동권의 미숙함(80~90년대 라는 대학가 상황에서 본다면 비운동권이라는 것 자체가 처음 태동하던 시기다) 때문이었다.
지켜보던 나도 답답했는데, 당사자인 총학은 오죽했을까.
그런데 그들이 택한 방식은 너무나도 저열하고 수준낮은 방법이었다.
자신들의 모교에 주사파가 수십 명이 활동한다고 방송국에 제보했고, 방송국은 신나게 보도를 했다. 학교 망신이고 학생 망신이었다. 그 이전에 속칭 '빠콩'의 주사파 발언이 유명했는데...이건 총장도 아니고 총학생회가 그런 발언을 했으니 자폭도 그런 자폭이 어디 있을까?
이런 바보같은 생각을 죽을 꾀라고 짜내서 실행한 세력의 대표인 총학생회장은 전두환의 학원 자율화 조치이후 처음으로 탄핵을 당한 총학생회장이 되었다. 개인 비리도 아니고, 방송국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해서 전국민을 벙찌게 만드는 희대의 이벤트를 기획, 실행하고 탄핵당한 총학회장.
한마디로 기도 안찼다.
2. 조선시대 바보
국사 시간에 졸지 않았다면, 황사영의 백서 사건 을 들어는 보셨을 거다. 뭐, 사건 자체의 전모를 몰라도.
황사영의 백서 사건이란, 조선후기 천주교에 대한 탄압이 심할때, 황사영이란 신도가 청나라에 주재하고 있는 프랑스 카톨릭 신부에게 조선의 천주교 탄압 경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프랑스 군대를 파견해 달라고 부탁하는 편지(백서)를 써서 보내다가 걸려서 미수에 그친 사건이다.
천주교 신자 본인에겐 중요했을지 몰라도 쉽게 말해 나라팔아 먹을 역적짓인 거다. 신앙의 자유를 위해 외국 군대를 불러들이겠다고?
그런 논리라면 난 개독교 탄압을 위해 김정은에게 군대 보내달라고 편지 쓰고 싶다.-_-;;;
3. 교황과 바보들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유족들의 입장을 지지한다.
그러나 교황에게 편지까지 써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모습은 또다른 황사영의 모습이 투영된다.
군대 보내서 해결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절절한 호소일뿐인데, 황사영과의 비교는 무리가 아니냐고?
근본적으로 같다.
자신의 힘으로 안되니까 외세라도 이용해 보겠다는 생각.
교황이 실질적인 무력은 없다. 도덕적 권위는 우월할지 모르나, 자칫 타국에 대한 내정간섭 내지는 도덕성에 기댄 over질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현 정권이 교황이 아니라 교황 할애비가 와도 눈하나 까딱안할 정권이란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결국 세월호 유족이야 오죽 답답하면 그런 생각을 했겠냐만,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 개망신을 당하고, 그들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4. 우리는 로마같은 나라가 될 수 없을까?
로마는 수많은 내란을 겪는다. 특이하게도 그 내란의 와중에서 외세를 빌려 정권을 차지하려 한 자가 딱 1명있다. 안토니우스 바로 그다. 물론 그는 옥타비아누스에게 패하고 만다.
마리우스와 슐라, 시저와 폼페이우스 등 로마사의 물줄기를 바꾼 이들은 로마의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외국군을 끌어들인 예가 없다. 일본 표현으로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픈 시기에 그들은 그런 유혹에 빠지지 않았다.
우리는 삼국의 통일부터 외세를 이용해왔다. 그 댓가는 '사대주의'라는 이름으로 나타났다. 그래도 삼국 시대는 우리 민족이 완연히 형성되기 이전이었기에, 어쩌면 다국간의 패권다툼에서 벌어진 수많은 동맹 관계라고 너그러이 보아줄수 있을지도 모른다.
동학혁명때 청과 일본군의 파병...
이번에 백성이 아닌 정부가 국내 모순(동학혁명)을 해결하지 못하고 외세를 이용하려다가...결국 청일 전쟁, 러일 전쟁을 통하여 식민지로 전락하고 만다.
외국군이 파병된 조일전쟁(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을 떠올리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부분은 다르게 생각한다.
조일전쟁은 명백한 외세의 침입이었고(내부 모순을 해결하고자 외세를 이용하려 한것이 아니었고) 한국전쟁은 우리의 싸움이 아니라 미소의 싸움에 우리나라가 전쟁터가 된 것이라고 본다.(해방 자체가 쟁취가 아닌 주어진 것, 말은 독립국이지 미소가 각기 군대를 주둔하여 점령, 통치했으므로)
5. 우리가 우리를 믿지 못하는 한 더이상의 발전은 없다.
타인을 이용하고 외세를 이용하려는 개인이나 국가는 뚜렷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힘들고 아쉬워도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는 우리가 풀어야 한다.
우리가 풀지 못한다면 우리 역량이 미달함을 슬퍼하고 재차 도전을 다짐해야지, 외부 세력을 끌어들인다면 그 댓가를 치루어야하고, 그 댓가는 차라리 그 모순을 극복 못하는 것만도 못한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교황께서는 우리에게 힘과 격려를 주었고, 우리가 온전히 서기를 기도해 주시리라 믿는다. 또한 하나님의 역사가 우리 땅에서도 온전히 이루어지시기를 기도해 주시리라 믿는다.
세월호 유족들도 다시 한 번 힘을 내주시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