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으로 군복무를 기피한 인간들에게,,,
일명 사창리, 또는 이기자부대로 더 잘 알려진 27 사단은 내가 근무했던 부대는 아니지만...
신병교육과정이 군가와 함께 특이하게 편집되어 있어서 가져왔다.
줄기차게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율곡부대 22 사단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부대이기도 하다.
요즘 돌아가는 꼴이 정말 심상치 않다. 나라가 망할 징조라는 게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국민개병제를 실시하는 나라에서 군에 대한 극도의 불신과 기피풍조가 펴져 있는 것도 그런 징조들 중 하나다.
당신 자녀를 군대에 보내고 싶은가?
이 질문에 YES라고 대답할 수 있는 아빠는 백 명 중 열 명이 채 안 될 것이다.
엄마는 어떨까?
아마 백 명 중 백 명 모두 “NO”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질문을 바꾸어 ‘당신 자녀가 군대에 가야한다고 생각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대답이 많이 달라지리라고 생각한다.
국민개병제를 실시하는 나라에 사는 citizen 이라면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징집을 기피하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는 ‘양심’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이건 평화주의나 반군사주의 같은 신념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수행해야 할 몫을 다른 이에게 떠 넘기는 것은 나쁘다는데 동의하는 sense of fairness 를 지니고 산다.
의무적으로 군복무를 한다는 것은 의무수행차원을 넘는, 크나 큰 도네이션-기부행위-다. 그것도 자기 인생 중 가장 황금같은 시기 중 수 십 개월을 공동체에 헌납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언젠가 우연히 군가산점 제도에 관한 토론을 본 적이 있었다. 일부 패널들이 “가고 싶은 군대” “공부를 계속 할 수 있는 군대” 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다.
군가신점제에 찬성하건 반대하건 그 입장을 떠나,,,그런 이야기를 하는 인간들은 군대 구경 조차 해 본 적이 없는 인간들일 것이다.
군대라는 조직의 생리에 대해 무식을 넘어 아예 ‘몰상식’ 한 인간들이 군복무 가산점을 주제로 한 토론에 나와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희한했다.
하긴 군복무하면서 석사학위나 박사학위를 따러 위수지역 바깥에 있는 학교를 다녔던 이상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총리나 장관 후보로 지명될 수 있는 나라에서 패널이 무식하다고 욕하는 것도 좀 그렇다.
갈 만한 군대, 공부할 수 있는 군대 만들자고 제안한 그 사람들은,, 갈 만한 군대 찾아 입대해서 열심히 공부하기 바란다. 아마 지구상에 그런 군대는 일개 분대 단위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군대는 전쟁수행을 목적으로 만들어 진 조직이다. 평화를 지향하는 국가라도 군대의 본질은 폭력이다. 최후의 방어수단은 언제나 물리력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폭력을 무력으로 조직하려면 강압적인 통제가 필수다. “명령’’이란 ‘강압적 통제’를 최대한 순화한 표현이다.
‘군대는 명령에 죽고 명령에산다’ 는 말은 딴 게 아니다.
복무하는 기간 동안 인간의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 자유를 박탈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군대라는 조직 안에서 인간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육체적인 고통 같은 게 아니라 ‘자유를 박탈당했다’ 는 황당한 심리상태의 지속,, 이런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개병제가 실시되고 있는 국가에 사는 이상 자기의지에 관계없이 군대에 가야한다.
문제는 누구나 가야하는 군대를 이런 저런 편법을 동원하여 안 가는 사람이 많다는 건데, 더더구나 큰 문제는 그 안 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나라 기득권층에 속해 있는 부모들과 그들의 자녀들이라는거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입장에서는,,, 이거 정말 위험하고도 소름끼치는 현실이다.
국가라는 공동체는 소셜클럽이나 동아리 같은 친목단체가 아니다. 피를 나눈 가족공동체 같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 안에 서로 적대적인 의견집단과 상이한 계급을 포괄하고 있는 ‘긴장관계 공동체’다.
그 안에는 국가가 마련한 제도와 체제로 인해 수혜를 받는 그릅이 있고 그렇지 못한 그룹이 존재한다.
어느 국가공동체든,,, 그 국가 체제를 수호하는데 가장 큰 도네이션을 해야 하는 그룹은 그 국가의 제도와 체제로 인해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기득권층이라야 정상이다.
Upper Class 일수록 더 많이 내고 더 많이 복무하며 더 위험한 일을 담당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국가체제의 상층부에 붙어있는 덕분에 엄청난 수혜를 누리는 그 사람들이 그런 의무를 당당하기는 커녕,
거꾸로 그런 혜택을 수단으로 삼아 자기는 물론이고 자기 자녀도 군대에 보내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 그런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분노의 소재 차원을 넘어 대재앙을 불러 올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그거 아는가?
한국전쟁(1950~1953)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 아이젠아워의 아들을 비롯해 미국군 현역 장성의 자녀 142 명이 참전하여 35 명이 전사하거나 불구를 수반하는 부상을 당했다는 사실을..
당시 유엔군 사령관 밴플리트의 아들 주니어 밴플리트는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전투기가 격추되는 바람에 실종됐다. 그 때 시체도 찾지 못했다. 밴플리트 스스로 과도한 수색작업으로 병력을 낭비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만 그런 게 아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 국가주석 마오쩌뚱이 자기 큰 아들 마오안잉이 한국전쟁에 자기를 보내 줄 것을 간청했을 때 두 말 없이 승락했다.
마오안잉은 한국전선으로 나간 지 불과 한달만인 1950 년 11 월 25 일 평안북도의 산악지역에서 미군폭격기의 네이팜탄 공격을 받고 죽음을 당했다.
중국군은 그의 시신을 수습하여 베이징으로보내려고 했으나,, <다른 인민들의 자식들 시신은 다 그곳에 있는데......> 라며 마오쩌뚱 스스로 한사코 반대하는 바람에 마오안잉의 시신은 아직도 평안북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외국인 애국열사릉>에 묻혀 있다고 한다.
한 나라가 거저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다.
분단여부를 떠나 어차피 국가간판을 내걸고 있는 한 군사력 유지는 필수다.
대한민국 Upper Class 에게 충고를 한마디 하겠다.
이등병 연봉을 5 만 달러 씩 지급하면서 모병제나 직업군인제를 유지할만큼 세금을 낼 의향이 없다면,
미국의 압력을 물리치고 독자적인 전략무기개발이나 핵억지력 보유선언을 할 배짱이 없다면,
그러면서도 당신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대대손손 유지하고 싶다면,,,
쉽게 말해 살고 싶다면,,,,,,
당신 아들 딸들,, 에게부터 입대를 권하기 바란다.
‘갈 만한 군대, 석사학위 받을 수 있는 군대” 이런 데 말고,,
특수전사령부, 해병대, 특공연대, 보병사단 직할 수색대대,,,
적어도 Upper Class 의 자녀들은 이런 곳에 모여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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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사단 총기사건 유가족들에게 조의를 표하며,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
그 부모들이 지금 겪고 있을 참당한 자괴감을 누군들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