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방 선수들은...... 악플을 두려워하지 않는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저는 작년 여름 무렵까지 몇 개 사이트에 실명으로 포스팅을 해 왔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거나 실명 포스팅을 기반으로 무슨 선거 같은 것에 출마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2005 년경 처음 온라인에서 대화를 나눴던 분께서 실명으로 나오셨기에 저도 그래야 되는 줄 알고 실명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 입니다. 그 중 한 군데는 실명게시만 가능한 곳이고, 이미 offline 에 실명기고를 한 적이 많아 새삼스럽게 닉네임으로 바꾸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그러다가 작년 가을부터 실명요구를 하고 있는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사이트에서 닉네임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이유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 ‘내가 무슨 통뼈랴’ 싶어 바꾼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얼마 전 그 동안 여기저기 올려 놓은 제 글들을 읽다가 아주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실명으로 글을 올릴 때 보다는 닉네임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부터 표현이 부드러워지고 formal 한 단어를 비교적 많이 사용하게 됐다는 사실 입니다. 모든 글들에 이 현상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말 입니다.
의견이 전혀 달라 싸움박질을 하는 중인 대화 상대방이나 비판대상 특정인을 지칭할 때 특히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예를 들어 이명박 대통령을 지칭할 때, 제가 실명으로 글을 올렸을 때는 ‘이명박’ ‘맹박이’ 잘 봐줘야 ‘이명박 정권’ 등으로 지칭했었는데 닉네임으로 글을 썼을 때는 대부분 ‘이명박 대통령’으로 제대로 표현을 해 주면서 씹든지 까든지 했다는 것 이지요.
이런 표현의 변화는 계획된 것이라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졌을 것 입니다.
‘지금 나는 닉네임 뒤에 숨어서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글 쓰는 이의 양심을 자극하면서 오히려 fair 해 지도록 무의식 중에 자기통제를 하게 된다는 것 이지요. 저는 심리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더 자세한 설명을 할 수는 없는데 암튼 좀 신통한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거의 대부분의 보통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런 유형의 ‘자기통제본능’ 또한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입니다. 오히려 실명으로 말 할 때 거칠어 질 수 있는 이유는 자기 전부를 fair 하게 공개하고 있으므로 무슨 말을 하든지 자기가 책임 질 수 있다 또는 자기가 책임질 수 밖에 없다”는 믿음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닉네임 뒤에서 함부로 거칠어 질 수 없는 이유는 자기가 책임 질 수 있을지 여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거친 말을 오히려 삼가게 된다는 것 이지요.
이런 마음은 ‘나는 교양인이니까’ 하는 작위적인 교만이나 위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비겁해 져서는 안 된다’는 본능적인 조심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익명 뒤에 숨어서 하는 행위 중 가장 비겁한 짓이 단문식 악플을 날리는 행위 일 것 입니다. 이것은 마치 남의 집 마당에 몰래 똥을 싸놓고 도망가는 행위와 흡사한 것인데, 제가 태사랑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천박한 영혼’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다른 사이트에 비해 극히 적다는 사실 입니다. 제 경우에는 태사랑에서 한 번도 이런 분을 만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조차 언제 어디서나 벌어질 수 있는 것이고 온라인상에 나타날 수 있는 하나의 양념 문화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다만 사람에 따라 이런 종류의 ‘온라인 폭력’ 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이런 폭력행위가 빈번하면 글쓰기 문화가 위축될 수 있는 면이 있기는 합니다.
인신공격이나 비아냥은 어떤 게시판에서나 등장할 수 있는 것인데, 적어도 독자들은 메타포안에서 자기를 방어하거나 상대를 공격하는, 즉 용납이 가능한 공격적 표현과 비속어만으로 구성된 천박한 악플은 구분할 것 입니다.
한 명의 네티즌으로서 제 의견을 말씀 드린다면 저는 온라인 참여자들의 자정기능을 제외한 다른 형태의 외부적 제재는 대체로 반대하는 편 입니다. 단문식 악플 문화가 대세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건강한 상식을 갖춘 네티즌들에 의해 반드시 스스로 올바른 온라인 대화문화가 정립돼 나갈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polemical 토론이 비 생산적이라는 인식에 대해 제 의견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Polemical 토론이 자기 말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런 토론이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글쓴이는 상대방 보다는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자기 의견을 posting 하게 돼 있습니다.
토론 당사자 서로간의 가시적인 상호설득이나 협상이 토론 현장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모습을 독자들에게 보이는 것이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어려운 희망사항일 것 입니다.
설득이나 수용으로 인한 서로간의 변화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고 아주 천천히 일어날 수도 있지만 꼭 그런 긍정적인 상호소통만이 토론의 매력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다못해 상대에게 설득 당하지 않고 자기 논리를 결사적으로 방어한다는 것은 자기의 논리체계를 보다 강고하게 수립한다는 것 인데 이것 또한 일단 토론당사자에게 일어나는 긍정적이고 전향적인 변화 중 하나일 것 입니다.
온라인대화는 일종의 축복입니다.
여기는 학력이나 나이, 재산, 직책 등에 관계없이 만인이 동등한 조건에서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곳이니까요.
이런 축복 받은 장소이니만큼 ‘단문식 악플’도 너무 물리적으로 제재하려고만 하지 말고 귀엽게 봐 주면서, 그분들 스스로 부끄러워져서 차차 교정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 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