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전염병이라도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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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전염병이라도 있는 걸까?

이런이름 27 958
"우리는 비록 전쟁에 패했지만 조선이 승리한 것은 아니다. 장담하건대 조선인이 제 정신을 차리고 옛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 더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인에게 총과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놨다."
- 아베 노부유키, 9대 (마지막) 조선총독

이 인용문은 아래 신문기사의 첫 문단을 옮겨 온 겁니다. 여기서 100년은 숫자상의 시간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뜻한다고 봐야겠지요? 패망해서 쫓겨가면서도 악담을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한국 사회 곳곳에 아직도 (사람을 포함해서) 일제의 찌끄러기들이 남아있고 또 불필요하게도 일본 이미지에 빌붙는 장사치들이 있는 걸 보면 "100년으로 될까?" 하는 노파심마저 생겨납니다.

아래 링크는 '외식메뉴는 일본어 홍수'라는 제목의 아주경제에 실린 1년 반쯤 전 기사 입니다.
https://m.ajunews.com/view/20190227153025635
("cj에서 광고를 안줘서 삐졌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이 신랄하네요. 하지만 내용만 놓고 보면 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왜색(倭色)이라고 통칭되는 일본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현상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순화된 부분이 많지만 음식에 연관되서는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예 대놓고 일본식을 그대로 따라하기도 하고 또 그런 일본팔이 상술이 통하기도 하는 모양이니까요.

제가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은 용어인데요 음식과 관련하여 쓸데없이 일본어를 사용하는 모습이 많이 아쉽습니다. 심지어 한국어 설명을 곁들이면서까지 일본어를 사용하는 걸 보면 "이미 해당하는 한국어를 알고 있으면서 굳이 왜?" 라는 의문이 생기더군요.

예를 들어 '참치 대뱃살인 오도로, 중뱃살인 주도로, 등살인 새도로...' 이런 설명은 좀 이상하지 않아요? 그냥 대뱃살, 중뱃살, 등살로만 쓰면 맛이 없게 느껴지나요? 아니면 오도로, 주도로, 새도로라고 말해야 일식을 좀 안다고 으시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이런 걸로 아는 척해보려는 거라면 더 없어 보여요. "오죽 아는 게 없으면..."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위의 기사에서도 언급되었던 이자카야라고 부르는 일본식 대폿집은 가게 외관서부터 시작하여 내부 장식과 메뉴판에 적어 놓은 글자까지도 일본 술집을 고스란히 옮겨 온 거처럼 꾸민다고 하더군요. 그래야 화제성도 생기고 장사도 더 잘 된다고요.

일본에 대한 동경심(?)과 허영심을 이용한 상술이고 또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장사가 되는 거겠지만 저로서는 꽤나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마치 서울 한복판에서 훈도시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얼빠진 한국인'을 보는 기분이랄까요.

가장 아쉬운 건 이런 것들이 새롭게 유입되는 유행이고 주요 소비층이 젊은이들이라는 겁니다. 아무래도 똑같은 음식을 앞에 놓아줘도 덮밥보다는 돈부리라고 불러야 더 맛있고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바보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돈벌이를 위해 앞장서서 그런 바보들을 부추키는 얍삽한 장사치들이 있고 그런 모습을 보며 '일본식으로 하면 장사가 좀 된다더라' 하고 무작정 따라하는 '들쥐떼' 부류의 장사치들도 있고요.

그리고 이런 짓거리도 문화의 한 부분이라고 악악거리며 옹호해 보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들어보면 도둑질을 부의 재분배 행위라고라고 우겨대는 수준의 말장난인 경우가 대부분이였지만요.

우리나라는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고 식생활면에서도 비슷한 부분들이 상당히 많지요. 그래서 일식에 대한 친숙도도 높은 편이고 음식조리법에 대한 교류도 많은 편이고요. 다른 나라 음식들과 비교해 보아도 일식에는 생소한 음식이나 낯설은 식재료가 상대적으로 적잖아요.

비슷하거나 똑같기까지 한 식재료를 사용하니까 일본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한국인들끼리는 소통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거 같은데도 굳이 일본어를 쓰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예를 들면 내장을 곱창, 막창, 대창, 양, 천엽 등등으로 세세하게 세분화까지 해놓은 한국어를 놔두고 굳이 호루몬(ホルモン)이라는 일본어로 불러야 하는 이유는 뭔가요? 곱창을 호루몬이라는 이름으로 팔고 또 사먹는 사람들은 진정 뭘 팔고 뭘 사먹고 있는 건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부디 음식 위에 덧댄 왜색(倭色)을 팔고 사먹는 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언어는 습관이지만 그렇기에 또 바꾸려고 노력하면 바뀌더라고요.
27 Comments
비육지탄 2020.10.03 12:25  
저는 비단 일본어만의 문제는 아닌것 같습니다.
우리말의 대부분이 한자어인데 왜 계란은 사용하면 안되고
닭알이 변형된 달걀을 굳이 써야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태생이 까칠해서 세상에 거슬리는게 많은편인데 ㅎㅎ
요리사라는 멀쩡한 단어 놔두고 셰프라고 하는것도 거슬리고요
(아니 유럽음식이면 몰라도 한식,일식,중식 요리사에 뭔 개뿔 셰프에요ㅋ)
쓸데없이 영어엔 있지도않은 엉터리 표현을 섞어 쓰는것도 거슬리고요
하기 싫어도 강제로 초,중,고 12년을 중요과목으로 배우는 영어도
못하는척 모르는척 해야 웃으며 좋아하는 문화도 거슬립니다
명절에 티비좀 보려고 했더니 채널마다 나오는 백종원도 거슬리고요
방송국마다 프로그램마다 하도 카피를 해대서 모두 비슷한것도 거슬려요
요새 한국티비는 트로트,연예인 관찰,요리 이렇게 세가지를 빼고나면
뉴스만 남습니다 ㅋ
정신병원에라도 가봐야겠어요 ㅠ
이런이름 2020.10.03 15:12  
한자 표기가 가능해서 혹은 컴퓨터처럼 영자 표기가 가능해서 우리말이 아닌 거처럼 생각된다면 우리말에 대한 정의를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외국에서 왔지만 우리말이 된 외래어가 있고 우리말이 되지 못한 채 외국어로 남겨진 말들이 있지요. 그 판단 여부는 내 기분이나 생각이 아니라 국어사전일테고요. 국어사전에 수록되어 있는 단어들은 한자나 외국어로 표기/병기가 가능하더라도 우리말이 맞아요.

그렇기 때문에 계란이라고 써도 되요. 계란도 우리말이예요. 달걀과 계란에서는 계란이 승기를 잡은 단어라고 생각했었는데 달걀로 쓰자는 움직임이라도 있는 모양이군요?
(달걀이라는 표현을 선호하는 저로서는 약간 기분이 좋아지네요.)

저도 쉐프라는 표현이 부자연스럽게 들리기는 하더라고요. 사실 쉐프는 요리사들 중에서도 실력과 경력을 갖춘 주방장급의 요리사라는 인상이 강한데 새파란 아이(?)를 데려다 놓고 쉐프라고 부르고 또 스스로를 쉐프라고 자칭하는 걸 보면 "낯간지럽지도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언어의 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을 떠오르는 게 해요.

근데 백종원씨는 좀 귀엽지 않아요? 너무 간편성만 우선시하고 틈만 나면 돼지고기와 액젓을 사용하려드는 습성(?) 때문에 조리법에는 큰 관심은 없지만 사람 자체는 부담스럽지 않더라고요. 요리사라기보다는 요리분야에 특화된 연예인 정도로 생각해요.
(참, 식당주인들의 관상(?)으로 인성이나 행동을 예상을 해보는 재미로 골목식당을 즐겨보는데... 아무래도 돗자리 들고 나가야할까봐요.)
오월의숲 2020.10.03 16:50  
그거랑은 유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한자 어휘가 과거 동아시아 문화권 내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지금 일본어 가져다 쓰는 건 상황이 다르다고 봅니다.
오월의숲 2020.10.03 16:48  
좋은 글 잘 보고갑니다. 말과 글은 우리의 정신
이런이름 2020.10.04 13:12  
고맙습니다.
이런이름 2020.10.04 13:05  
찾아보니까 중국에서는 鸡卵/鷄卵(계란)이라는 말을 식재료의 의미로는 사용하지 않는 모양이예요. 우리가 말하는 달걀은 蛋(단)이라고 쓰는 모양이더라고요. 더 확실하게 쓰려면 鸡蛋라고 쓰지만 이렇게 쓰는 경우보다는 그냥 단으로 쓰는 경우가 더 흔한 거 같아요.

사용 용례들을 살펴보니 계란이라고 하면 뭔가 학술적인 용어의 느낌이 드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한문을 독학해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중국어를 잘하시는 분이 계시면 보충설명 좀 해주세요.)

사실 중국어에서는 달걀을 계란이라고 쓴 경우를 못찾았었어요. 하지만 일본어에서는 예외없이 달걀을 계란으로 쓰고 있네요. 어쩌면 계란은 중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달걀의 일본식 표현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육지탄 2020.10.04 13:24  
단지 계가 닭이고 란이 알이기 때문에 계란이란 단어도
문제는 없지않나 입니다. 이미 오랫동안 써오기도 했고요.
계란으로 요리를 한건 란이나 단을 우리도 이미 쓰고있어요. (수란,지단 등)
한중일은 한자어권이지만 같은 한자어를 쓰고있진 않죠.
정확하게 뜯어 고치려면 계란fry 도 엉터리니 Fried계란이 맞을테고요
일본이 사용한다고 우린 안된다면 지부,동호회 같은 단어도 금지돼야 맞고요
요리,무료,부동산 이런 단어는 심지어 발음도 거의 같으면서 함께 쓰는데...
문제가 한두개가 아니죠 ㅎㅎ
이런이름 2020.10.05 02:13  
맞아요. 외국어가 유입되면 나라마다 자기네 특성에 맞춰 변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비육지탄님이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엉터리 영어라는 것들도 이런 식으로 생겨나는 거고요.
(이걸 어떤 관점으로 보는가에 따라 수긍할 수도 부정할 수도 있을테지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계란... 우리말이예요. 달걀 역시 우리말이고요.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가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지요. 선택을 강요하거나 다른 사람의 선택을 비난하는 짓은 전체주의 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고 대단히 몰상식한 짓일 거예요.

계란이라고 하고 싶은데 달걀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선택권이 침해받는다고 생각된다면 대단히 소심하거나 피해의식에 찌든 경우일 가능성이 커요. 혹은 계란이라고 하고 있기 때문에 달걀이라는 단어를 부정하고 싶어진다면 성격장애일 수 있고요.

게다가 일본이 쓰고 있으니까 우리는 안된다는 발상은... (느닷없이 이런게  왜 튀어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실제로 이런 사람들이 있다면 참으로 편협하고 억지스러운 사람들이겠지요. 반대를 하기 위해 반대를 외치는 부류들을 볼 때 느끼는 답답함을 똑같이 느낄 거 같아요.

반면에 우리말을 찾아내고 되살리고 지키려는 노력을 일본과 연관되었기 때문에 무조건 배척하려 한다는 식으로 이해하거나 왜곡시키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 역시 편향되고 경직된 사고방식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가엾은 사람들이겠지요.

언어는 꿈틀거리며 서서히 변화하는 거 같아요. 그 변화의 핵심은 사림들의 공감이고요. 내가 욕심이 많고 성격이 급하다고 해서 언어가 한순간에 바뀌는 건 아니예요. 변화가 한없이 느려보여도 정지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느린 것과 급한 것이 부딪히면 대개는 급한 것은 더 조급해져서 결국 자멸하더군요. 냉소 역시 스스로를 고립시켜 비슷한 결과를 갖어오고요. 이건 언어를 대할 때도 마찮가지일 듯해요.
비육지탄 2020.10.05 11:05  
불만이 있는건 아니고요ㅎㅎ
계란이란 단어를 지양하는건 일본식 단어라는게 이유인데
"오잉, 굳이 왜 그걸?" 하는 마음이에요
요즘은 한국에 "플렉스"란 단어가 유행인데
이게 쿨하게 구매하거나 많이 사들이는걸 의미 하나봐요
사전을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의미의 플렉스가 존재하지 않아
난감합니다 ㅡㅡㅋ
이런이름 2020.10.05 13:11  
오, 계란이 일본식 표현이 맞는 모양이군요. 하긴 저같은 사람도 몇 번의 검색질만으로도 계란이 중국에서는 안쓰여지고 일본에서는 쓰여지는 표현인가보다하고 눈치 챌 정도였으니까요.
(남들은 이미 알고 있던 걸 뒤늦게 알게 된 셈이지만 그래도 스스로 알아냈다는 점에서 약간은 뿌듯하네요.)

아무튼 한국에서는 계란은 왜색이 깃든 단어여서 달걀로 쓰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지는 모양이군요. 저는 달걀이 우리말 중에서도 '순우리말'이고 어머니께서 사용하시는 단어라서 좋아했는데 이제 좋아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어요.
(계란이 일본식 표현이라는 걸 알게 된 건 이변이 없는 한 이번주 최대 수확이 될 듯 하네요.)
즐거워라~ 2020.10.06 10:23  
"플렉스"를 그런 의미로 쓰는 게 원조인 미국에서도 얼마 안된 유행이라 그렇습니다. 아마 영어 신조어사전을 찾아보시면 나올겁니다. 글로벌, 아니 세계화 시대이니 신조어도 실시간 전파되는 것이겠지요.
비육지탄 2020.10.06 11:48  
아 그런가요 ㅎㅎㅎ
점점 뒤쳐지는 제 자신을 또한번 발견합니다 ㅋㅋ
공심채 2020.10.06 00:50  
"한자어사전에는 鷄子(계자·닭의 자식, 달걀)가 한서나 후한서에 나오고, 또 하나의 鷄卵(계란)이 禮記(예기)와 吳志(오지)에 나오고, 鷄蛋(계단·달걀)도 있는데 현대의 중국어사전에는 鷄子(儿)와 鷄蛋만 보이고 鷄卵은 안 보인다."
http://www.jejuilbo.net/news/articleView.html?idxno=144294

계란이라는 한자어 표기는 계자와 함께 중국에 원래 있던 표현이고, 우리나라에서는 '달걀' (고어로 거슬러 올라가면 발음이 좀 달라겠지만)이라는 우리말을 문자로 표현하기 위해 계랸 또는 계자(동의보감 같은 곳에서는 이 표현을 사용) 그대로 들여와 썼고, 일본에서는 '도리 타마고(역시 고어에서는 발음이 달랐겠죠)'라는 일본말을 문자로 표현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거쳐 전파된 계란이라는 한자어 표기를 썼을 거라고 보여집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현재 중국에서는 '계란'이라는 표현을 안 쓰게 되었는데, 단지 그 이유만으로 '계란'이 일본식 한자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계란'이 일본식 한자어 표현이라고 주장하고자 한다면, '우리나라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어느 시점부터는 달걀을 계란이 아닌 계자 등으로만 표현했다가 1900년대 이후에 일본 영향으로 다시 계란이라고 쓰기 시작했다'는 걸 입증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기 위해 '鷄卵 조선왕조실록'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니, 세조1년(1455년), 경종 2년(1722년), 고종 3년(1866년) 등 조선 초기부터 말기까지 계란이라는 한자 표기가 고루 사용되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계란은 원래 중국에서 유래되어 우리가 계속 사용하던 한자어 표기를 우리 식 한자 발음으로 읽은 데서 나온 말이지 일본에서 쓰던 일본식 한자어 표기가 우리에게 들어 온 후 우리 식 한자 발음으로 읽어 생겨난 말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이름 2020.10.06 05:24  
그렇군요. 계란에 대해서 잘 배웠습니다.

중국어에서는 계란을 찾을 수 없었는데 일본어에서는 계란을 쓰고 있다는 점이 특이한다고 생각하던 차에 댓글에 '계란이란 단어를 지양하는건 일본식 단어라는게 이유인데' 라는 글귀가 있기에 한국에서는 계란을 일본식 단어로 규정한 모양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자세하게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비육지탄 2020.10.06 11:54  
지금 제 얘기가 틀렸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맞습니다
그런 이유로 방송에서 노골적으로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출연자 누군가 계란이란 단어를 내뱉으면 핀잔을 주면서까지 수정하려 해요
그게 제 개인적으론 의아하단 얘기였습니다
이런이름 2020.10.06 15:13  
국내 사정을 모르다보니 달걀에 관한 분위기가 어떤지는 전혀 몰랐어요.

의도한 바는 어니지만 심기를 불편하게 했군요.
죄송합니다.
비육지탄 2020.10.06 15:17  
아유 별말씀을요
그냥 그렇단 말씀이죠
토론하자고 쓰신 글도 아니겠지만
정답이라고 우기려 쓴 댓글도 아닙니다 ㅎㅎ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셔용
공심채 2020.10.06 01:12  
원글에 대해서도 달리 생각해 보면... 외국 음식을 굳이 원음에 가까운 한글 표기 대신에 우리말로 풀이한 이름을 새로 만들어서 불러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네요.. 외국에서 유래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마치 우리 음식인 것처럼 많이 먹는, 우리화된 음식이라면 달리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예를들어, 우리나라에서 태국 음식점에 갔는데 '팟까파오 무쌉' 대신에 '다진 돼지고기 바질 볶음'이라고 해 놓으면 이상하지 않을까요? '팟까파오 무쌉'이라고 쓰고 그 옆에 음식에 대한 설명을 병기해 놓는 게 낫지...
이런이름 2020.10.06 05:48  
기본적으로는 공심채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만 부분적으로는 이견이 생길 수도 있겠네요.

예를 들어 신문기사 중에 cj 관계자가 언급했다는 '바게트는 바게트라고 부르는데 미역을 와카메라고 부르는 게 무슨 문제냐?'는 식의 생각같은 곳에서요.

바게트를 고유명사로 볼 것인가 일반명사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둘째 치고라도 바게트는 대체할 수 있는 기존의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내거나 원어를 빌려 사용해야 했고요. ¹

반면에 와카메는 어떤가요? 이견의 여지가 없는 일반명사이고 미역이라는 대체어가 이미 존재하고 있지요.
(원글에서 언급한 호루몬도 그렇고 참치살 부위들도 그렇지만 식재료들은 대부분 한국어 대체어를 이미 갖고 있어요.)

공심채님이 예시로 제시한 '팟까파오 무쌉'은 음식 이름이지요? (참 애매하고 곤란한 걸 예시로 고르셨네요. 음식명은 일반명사라고 하기에는 고유명사의 특성이 강하고 고유명사라고 하기에는 일반명사로 사용되고... 법정에서조차 다툼의 여지가 있었잖아요.)

대체어가 이미 존재하는 식재료와는 달리 대체어를 새로 만들어내야 하는 음식이름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했다는 점에서 평형성이 좀 아쉬워요.

아무튼 대체어가 존재하지 않는 '팟까파오 무쌉'을 한국어로 풀어쓰니까 '다진 돼지고기 바질 볶음'이라는 재료명과 조리법이 섞인 긴 이름이 되었네요. 대체어가 없는 음식명까지 한국어로 번역할 필요가 있을까 싶긴 하지만 굳이 만들어야 한다면 저는 4글자 이하로 만들 거 같아요. 일단 쓰기에 편해야 하니까요.



¹
다른 댓글에서 언어의 변화를 일으키는 동력은 사람들의 공감이라고 했는데 그 공감 중에는 편의성이 큰 부분을 차지하겠네요.

나무위키에 의하면 정부는 1995년 5월에 돈가스를 외래어 표기로 정했다더군요. 그렇게 우리말 영역에 들어 온 돈가스는 일본의 돈카츠(豚カツ)에서 유래한 음식명이고 흔히 돈까스라고 부르는 음식이죠. 국립국어원에서는 '돼지고기 너비 튀김'이라고 부르자고 했었다던데 편안하게 사용하기에는 글자수도 너무 많기도 하고 음식 이름이라기보다는 설명에 더 가깝고... 돼지고기 너비 튀김은 그래서 처음부터 공감을 얻지 못한 이상한 대체어 제시의 예로 남아 버렸어요.

프랑스식빵이라는 표현이 나왔던 모양인데 이게 편리성에서 바게트에 뒤쳐져 널리 사용되지는 못하는 거 같아요.
즐거워라~ 2020.10.06 10:33  
곱창이나 내장요리를 굳이 호루몬이라고 부르는 유행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게 일반적 유행이 아니라 "일식" 내장요리를 지향하는 식당에서의 일이라면 문제없지 않나 싶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덮밥 요리를 돈부리라고 부른다면 문제지만, 일식당에서 일식덮밥을 돈부리라고 부르는데는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태국에서도 김치는 김치이지, 한국식 매운배추절임(여기 해당하는 태국어는 모르겠습니다만)이 아니죠. 반대로 태국요리를 꼭 한국어로 표기해야 하는 것도 아니구요. 미천한 태국어지식으로, 태국요리명칭은 번역하기에 매우 쉽다고 알고 있습니다. 재료+요리방법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예컨대, 카오팟은 그냥 볶음밥인데, 태국식당에서 카오팟을 카오팟이라고 부르면 문제가 있는 걸까요?
이런이름 2020.10.06 15:08  
바로 위의 댓글에서 음식명은 기존하는 대체어가 없기 때문에 대체어를 새로 만들거나 원어를 빌려서 사용해야 하는데 대체어가 원어보다 사용하기에 불편하다면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고 써놓았어요.
(안읽어본 상태에서 글을 쓰신 모양이네요. ㅠ.ㅠ)

아무튼 카오팟을 카오팟이라고 부르면 문제냐고 질문을 하셨으니 이에 대해 답을 하자면...

카오팟은 볶음밥이지만 그냥 '볶음밥'으로 번역하면 카오팟의 특색을 드러내지도 못하려니와 기존의 볶음밥과 혼돈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태국식볶음밥'이라고 번역하는 게 더 타당할 거 같아요. 그런데 언어의 경제성(?)을 생각하면 3글자 카오팟을 두고 굳이 6글자 태국식볶음밥을 사용할 이유가 있을까요?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커요.
즐거워라~ 2020.10.07 11:05  
다 읽어봤습니다. 그 말씀엔 동의하는데, 말씀하신 전제 하에 카오팟과 돈부리가 뭐가 다른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요.

오도로, 주도로 등에 대해서는 제가 참치를 잘 모르긴 하지만, 대뱃살, 중뱃살과 완벽히 호환되는 말이라면 굳이 일어 쓸 필욘 없다고 봅니다만, 일본식당이라면 분위기 상 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마케팅이죠. 뉴욕식 스테이크집에서 소고기 부위 지칭할 때 영어 부위명칭 쓰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일반인이 일반 생활하면서 그런 용어만 고집하면 좀 천박스러워보이긴 하겠습니다만.
이런이름 2020.10.07 13:50  
앞서 대체어가 원어보다 사용하기에 편해야 한다고 하면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조건 중에 하나로 언어의 경제성을 언급했었지요.? 6글자의 태국식볶음밥보다는 3글자의 카오팟이 더 선호되어질 거라고요.
돈부리와 덮밥... 어느 쪽이 더 경제적일까요?

더구나 이 글의 목적은 단어의 경제성을 따지기에 앞서 왜색제거가 우선입니다. 더 경제적이며 왜색까지 몰아낼 수 있는 적당한 대체어를 놔두고도 굳이 돈부리라는 일본어를 사용해야만 할 이유가 따로 있나요?

일식당이니까 일본어 사용을 당연시할 게 아니라 대체어를 찾아보고 사용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더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일본어를 사용하는 분위기 마케팅, 그런게 바로 일본 이미지에 빌붙어 장사한다고 하는 겁니다. 일식당 안이니까 일본어 사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된다면 그 일식당이 한국 안에 있다는 것도 동시에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분위기 마케팅만 생각하니까 일본어 단어를 사용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비난을 받고 역풍까지 맞아 제품명을 수정하는 수모를 겪으면서 회사 이미지가 나빠지는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즐거워라~ 2020.10.08 13:24  
말꼬리 잡고 싶진 않지만, 돈부리가 덮밥보다 한글자 많다고 언어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고요, 그렇게치면 카오팟처럼 짧고 기억하기 쉬운 메뉴는 그렇다쳐도 뿌빳뽕까리처럼 발음하기 어려운 메뉴는 태국식당에서도 한국어로 대체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지 않을까요. 

논점은 일본식당이라 하더라도 왜색은 지양해야 한다는 이런이름님 견해에 제가 동의하지 않을 뿐인 것 같습니다. 저도 식민지배 잔재로서의 왜색문화에 대해서는 배격하는 입장이고, 대체어가 있는 일반 언어사용에서 무분별한 일본어 사용은 싫어하지만, '대등한 타국'으로서의 일본문화에 대한 접근은 그와 별개로 생각합니다. 인도식당, 태국식당, 미국식당, 말레이식당, 페루식당 기타 등등과 일본식당의 마케팅 방식이 달라야 할 필연성은 없다고 봅니다.
이런이름 2020.10.08 14:19  
음식명은 일반명사처럼 쓰이면서도 고유명사의 특성도 갖고 있어서 원글이나 댓글에서도 의도적으로 언급을 피했고 대체어가 있는 식재료나 일반명사만 이야기했습니다.

음식명 시비는 음식명이 갖는 특수성을 이용하여 한국에 침투하는 왜색을 옹호해보려는 자들이 가장 자주 활용하는 도구 중에 하나이지요. 김치냐 기무치냐의 문제와 연결하여 김치를 주장하려면 일본어 음식명도 인정하고 아니면 기무치를 인정하라는 식으로요.

그래서 왜색을 줄이자는 이 글의 목적에 물타기를 할 의도로 음식명 시비를 물고와서 이야기를 지엽적인 방향으로 끌고 가려하는 사람을 막고 진부하고 지루한 음식명 시비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고 음식명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었습니다.

비록 의도하는 바는 아니더라도 원글에서 언급되지 않는 음식명을 매개로 은근슬쩍 불필요한 일본어 사용을 옹호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그저께 썼고 내용은 원글을 쓰면서 같이 생각하고 있었지만 음식명을 언급하는 사람을 친일파쯤으로 몰아간다는 늬앙스를 줄 수 있어서 올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찮가지이지만 글자에 매달려 본질을 잊는 우는 없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원글에서도 썼었지만 이게 이해가 안되거나 이해하기를 거부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저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까지 이해시키려고 노력할만큼 친절하지는 않아요.)
즐거워라~ 2020.10.08 15:29  
댓글 단 사람 몇명 안되는데 이런 글 올리시는 것은 저를 "왜색을 옹호해보려는 자" 쯤으로 낙인찍으신 것 같군요. 의견은 전면적이거나 부분적으로 서로 다를 수 있는 것인데, 대놓고 돌려까시는 것 같아 기분이 매우 상합니다. 제 의견이 그토록 기분 나쁘셨다면 앞으로 이런이름님 글에 댓글 섞지 않겠습니다. 제가 오인한 것이라면 죄송합니다.
이런이름 2020.10.08 17:06  
신기하죠? 며칠 전에 쓴 글을 자구수정없이 오늘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게... 그만큼 즐거워라~님의 내용 전개 방식이 왜색옹호론자들이 사용하는 방식을 답습했고 그래서 결말까지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즐거워라~님을 적극적인 왜색옹호론자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왜색을 옹호하는 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다른 걸 쫓은 거겠지요. 하필 곡해될 수 있는 소재와 스탠스였던 것 뿐이고요.

기분이 상했다니 유감스럽군요. 다음에는 좋은 소재에서 보길 바래요. 즐거워라~님같은 재능있는 분을 못본다는 건 큰 손실이잖아요.



(하!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즐거워라~님 아이디를 아름다워라~로 썼었네요. 수정했어요. 아름답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그만 엉뚱한 아이디명을 쓰게 되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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