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씨 일가족 살인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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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 일가족 살인사건의 전말

sarnia 7 432

 

5 2 일 아침 (산악표준시각) Google News 에는 Quiet Professionals Killed Bin Laden 이라는 기사가 떴다. 이 기사제목을 우리말답게 번역하자면 소리 없이 다가오는 암살자 드디어 빈 라덴을 제거하다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고요한 암살자 (Quiet -Quite 가 아니다- Professionals) 란 미국 해군 특수부대 navy SEAL 의 별명이기도 하다.

 

이번에 암살작전에 동원된 부대는 navy SEAL 중에서도 가장 정예부대로 알려진 <Naval Special Warfare Development Group>이다. 일명 제 6 팀으로 알려져 있는 이 부대는 그 이름처럼 해군특수전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연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은 전혀 아니다. 이 부대의 명칭은 이 부대의 임무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로부터 하달된 특명 작전을 비밀리에 수행하는 부대인데, 그 특명 작전이란 주로 해외요인 납치 및 암살과 폭파 작전을 말한다. 말하자면 살인-납치 전문가들의 조직인 셈이다. DevGru 라고도 부르는 navy SEAL 6 팀이 수행한 해외작전 중 가장 유명한 것은 그라나다 침공과 파나마 대통령 노리에가 납치 사건을 들 수 있다.

 

그 날 밤.

 

중무장한 네 대의 공격용 헬리콥터가 파키스탄 북부에 있는 공군기지를 출발했다. 고요한 암살자 25 명이 타고 온 불랙호크 헬기가 내는 요란하기 짝이 없는 프로펠러 소리는 정작 고요한 소도시의 부촌 주택가 주민들의 잠을 온통 깨워 놓았는데, 이 바람에 선잠을 깬 그 동네 경비가  엉겁결에 공중에 대고 쏜 유탄 발사기에 정통으로 맞은 작전 헬기 한 대가 화염에 휩싸인 채 추락했다. 미군 당국은 이 헬기가 기관 고장을 일으켜 추락했는데 기밀보장을 위해 자신들이 자진해서 이 헬기를 소각했다는 가짜 정보를 언론에 흘렸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 가짜 정보에 덧붙여 원래는 빈 라덴과 가족들을 모두 생포해서 헬기에 태워오려고 했으나 헬기 한 대가 소실되는 바람에 태우고 올 자리가 없어 부득이 빈 라덴을 비롯한 몇 명을 현장에서 사살할 수 밖에 없었다는 뉘앙스가 풍기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존 브래넌 백악관 대테러담당 보좌관은 당초 이런 요지의 상황보고를 했다. 20 여 명의 특수부대 요원들이 그 저택에 진입했을 때 빈 라덴이 비겁하게도 파출부로 보이는 웬 여자 뒤에 숨어 AK-47 기관총을 난사하면서 저항하는 바람에 부득이 사살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런 언급은 하루도 지나기 전에 거짓말임이 들통났다.  빈 라덴은 무기도 소지하지 않았고 따라서 저항하지도 않았다. 거짓말이 들통나자 존 브래넌 보좌관은 정보가 너무 많아 잘못된 보고가 있었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며 꼭 무기가 있어야 저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는 이상한 소리를 하기도 했다.

 

나중에 밝혀진 상황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애당초 저항 같은 것은 거의 없었다. 작전에 투입된 20 여명의 특수부대 요원 중 단 한 명도 부상조차 입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준다. 헬기에서 하강착지 하자마자 사전 시뮬레이션에 따라 신속하게 이 저택에 들이닥친 6 팀 요원들은 움직이는 모든 것들에 대한 집중적인 조준사격을 하기 시작했다. 이 저택은 전기가 차단되는 바람에 암흑천지로 변했으며 집 안에 있던 사람들은 매캐한 화약연기 속에서 암흑 이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적외선 야간투시경을 착용하고 있던 미군 특수부대요원들만이 정확하게 목표물들에 사격을 가하며 움직일 수가 있었다. 작전 광경은 요원들의 방탄헬밋에 부착된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백악관 상황실로 전송되고 있었다. 같은 시각 백악관 상황실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서 조 바이든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 톰 도닐런 국가안보담당보죄관 등이 모여 앉아 전송되는 화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최종 목표는 물론 반 라덴이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중앙정보국장을 통해 이들에게 내린 명령은 그를 체포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사살 하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침실에서 빈 라덴을 발견했으며 그 곳에는 그의 부인으로 보이는 여자와 열 두 살쯤 된 어린 딸이 있었다. 목표물 중 아무도 무장하지 않은 것이 확인되자 침입자들은 빙탄 헬밋에 부착된 조명을 켜고 빈 라덴의 얼굴을 육안으로 확인했다.     

 

그들은 빈 라덴을 육안으로 확인하자마자 부인과 어린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격용 소총을 그의 안면을 향해 발사했다. 탄환이 그의 왼쪽 안구에 명중했고 그 충격으로 두 개골의 반쪽이 날아갔다, 이 끔찍한 광경을 면전에서 목격한 그의 부인과 아린 딸이 비명을 질렀는데, 미군 특수부대 요원 중 한 명이 바닥에 쓰러 진 빈 라덴을 향해 확인 사살을 위한 사격을 가하는 동안 다른 요원은 비명을 지르고 있는 여성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다리에 총을 맞은 여성은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올해 54 세의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이 중년사내는 그렇게 갔다. 바로 그를 전사로 키워 준 그 조직, 한 때 그의 동지였던 그 조직, 즉 미국 중앙정보국이 직접 지휘하는 부대에 의해 사살당한 것이다. 그 날 밤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주택가에서 벌어진 사건은 군사적전이 아니다. 그냥 일가족 살인사건이다.   

 

 

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한 때 그들의 동지였던 빈 라덴을 반드시 사살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까? 

 

그 이유는 나중에 천천히 이야기해 보도록 하고 오늘은 그냥 이 사나이의 파란만장한 인생과 비극적인 죽음만을 생각하며 이만 마치겠다.

 

그날 밤 희생된 모든 이들이여. 미국 같은 나라가 없는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길……

 



2011. 5. 4, 00:20 sarnia

7 Comments
manacau 2011.05.04 16:28  
그 뉴스를 듣는 순간 마음이 왠지 쓸쓸했다면 이땅에서 돌 맞아 죽을란가......
sarnia 2011.05.05 01:04  
1979 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분개해 현지로 달려 온 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스 물 두 살 짜리 청년에게 비정규전 조직인 알카에다를 만들게 한 것도 미국이고......

1982 년, 이란의 회교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사담 후세인에게 엄청안 양의 무기와 지원금을 대 주면서 전쟁을 부추킨 것도  미국이었지요.

2006 년 12 월 30 일 그들은 이라크 괴뢰정권의 요식적인 재판절차를 거쳐 사담 후세인을 죽였고,

며칠 전 그들은 그들의 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을 또 한 명의 옛 동지를 잔혹하게 살해했군요.     

쓸쓸함과 아울러 기분이 아주 더럽습니다.
필리핀 2011.05.06 07:08  
오씨를 무차별 살해한 미씨도 나쁘지만,
솔직히 오씨도 그닥 잘한 것은 없다고 봅니다...
보복에 대한 보복은
결국 더 큰 보복을 부를 뿐이죠...
글구, 오씨가 한때 미씨의 지원을 받았다는 건
잘못 알려진 거라고 하던데요???
sarnia 2011.05.06 07:40  
미씨라고 하면 좀 막연한데, 그 미씨 족보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부씨 가문이 오씨를 이제와서 모른다고 하면 참 곤란하지요. 이 마당에 두 집안이 1980 년대에 서로 죽고 못살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다는 그 사실은 숨길래야 숨길 건덕지가 없을 정도로 공공연하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참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문제일 것 입니다. 시니어 부씨가 CIA 국장을 하던 시절, 그러니까 반소 비정규전 전사들인 무자헤딘을 지원하던 당시 사우디 정부(왕가)가 소개한 사우디쪽 돈줄이 오씨 가문이었습니다. 그 가문 출신 중 가장 똑똑하고 재력도 있으면서 직접 무자헤딘으로 전투에 참여할 만큼 강단도 있었던 오씨 청년 빈 라덴이 미국 쪽에 비교적 잘 알려진 인물이었고요. 원래 부씨 가문과 오씨 가문은 이렇게 공동의 적 소련때문에 만나게 됐지만 두 집안 모두 쟁쟁한 석유가문(오씨네는 건설)이라 비즈니스 파트너로서도 죽이 잘 맞았던 것 입니다. 근데 이제와서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잡아떼면 정말 정말 곤란하답니다 : )
로이드웨버 2011.05.06 21:54  
왜 지금까지 어디있는지도 몰랐다고 거짓말하다가 이제와서 갑자기 사살한건 뭣 때문일까요? 전 그게 궁금합니다.
후니니 2011.05.08 21:26  
미국이 후세인 을 재판할때 1989년이전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기소 내용에서 제외한다며 재판을 했는데 죄목이 국내정적 1500명을 살육한 죄목이였지요.

잘들 아시다시피 1989년 그 이전에 얼마나 살갑게 해주었나요 럼스팰트가 찾아가 별에 별거 다주며 학살과 이란과의 전투를 다독거렸는데.. 쿠르드족 학살은 무지막지했지요 근데 그런건 기소에서 뺀다니.....

그런 유치한 코메디를 떠올리면 빈 라덴의 즉결처헝은 억지춘양이 격의 후세인 재판을 해본 사람들이 간절한 바람의 결과이겠지요
sarnia 2011.05.11 11:26  
본문 중 사실관계와 다른 부분에 대한 정정 댓글을 후속글인 '그들이 두려워했던......' 의 댓글창으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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