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숙소에서 날리는 편지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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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숙소에서 날리는 편지 한 장

sarnia 16 554



오늘 오후의 밴쿠버 날씨는 청명합니다. 새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의 조화가 그림 같습니다. 26 층 숙소 창밖으로는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자락 사이로 inlet (바다의 좁은 만) 의 물결이 선명하게 반짝이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밴쿠버는 제가 가장 좋아 하는 도시입니다. Synagogue 와 mosque 가 한 동네에 평화롭게 이웃 하고 있고, 전 세계 2 백 여 개국에서 모인 이민자들 또는 그 후손들이 여행자가 아닌 시민과 거주자로서 각각의 문화와 언어를 유지하며 공존하는 전형적인 모자이크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천혜의 자연이 아니더라도 이 조건만으로도 살만 한 곳 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화해와 조화의 도시에서 늘 여유롭게 보아오던 synagogue 한 귀퉁이에서 나부끼는 이스라엘 국기를 보고 묘한 반감이 들었다면 제 정서가 좀 천박해 졌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결코 반유대주의자 (anti-semitist)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분명하게 말 하고 싶은 게 한 가지 있습니다. 제가 현재의 이스라엘 정부를 반인륜적 잔혹행위를 반복적으로 저지르고 있는 범죄단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입니다.

하필 이 시기에 그 나라 대통령 시몬 페레스가 한국을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는 사실은 참으로 경악스럽고도 망신스러운 일입니다. 아시다시피 대한민국 정부는 세계의 문명국들이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유엔긴급총회를 통해 이스라엘 정부의 만행을 규탄하는 표결을 할 때 미국의 눈치를 보며 기권을 선언했습니다.

이런 표현 죄송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그 날처럼 대한민국 정부가 수치스러웠던 적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난민구호선에 특공대를 투입해 활동가들을 학살한 만행이 자위권 발동이라고 열변을 토한 범죄단체의 수장과 악수를 나누고 무기거래 에 대한 밀담을 나누었습니다. 한국과 이스라엘珦� 무기 협력관계는 1970 년대 이래 오랜 전통을 가져 온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이스라엘과 교류하는 무기기술들은 극우 Zionists 들이 지휘하는 군대가 팔레스타인의 청소년들과 부녀자들을 포함한 민간인들을 학살하는 데 사용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요 며칠 동안 벌인 외교 행각을 관찰해 보면 마치 전쟁 프로젝트와 무기를 팔아먹는 죽음의 상인들과 완벽한 커넥션을 이루고 있는 국제 범죄조직의 신참 멤버라도 된 것 같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산복합체와 금융자본이 지휘하는 이 국제범죄조직에 대한민국 정부가 언제 가입 신고식을 했는지는 분명치가 않은데, 제 생각에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 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주요연사로 초대받은 것이 일종의 조직원으로서의 커밍아웃이 아닌가 생각 됩니다.

알려진 대로 이 회의에 이명박 대통령을 주요연사로 나설 수 있도록 적극 추천한 것이 미국과 이스라엘이었다는 사실은 시사 하는 바가 많습니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 대한민국이 세계여론의 조롱과 따돌림을 받고 이유 중 하나가 천안함 사건 재조사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이 시기에 그 나라 정부가 벌이는 이런 비양심적이고도 굴욕적인 종속외교 때문일 것입니다.

도대체 이명박 씨는 무슨 정치철학을 가지고 대통령이 된 것 일까요? 그런 게 있기나 한 걸까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처리만 해도 그렇습니다. 주제파악에 서투른 이명박 정권의 오버액션을 이제는 오히려 미국이 나서서 말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사태 직후에는 국무부대변인성명과 백악관 국가정보국 북한담당관 Sylvia Copeland를 통해서 견제와 조정을 했다면 지난주에는 미 국방장관 Robert Gates 가 3 월 26 일 밤 서해상에서 벌인 한미연합군의 해상차단작전의 성격이 대잠작전(anti-submarine warfare exercises)이었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폭로하고 계획된 한미연합해상훈련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함으로써 천안함 사건에 대한 더 이상의 진전을 극도로 경계하고 나선 것입니다.

그 속사정이야 알 수가 없지만 서로 뭔가 ‘손발이 맞지 않는 도둑질’에 짜증을 부리고 있는 모습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쉬러 왔으니까 이만 하겠습니다. 오늘 외출했다가 우연히 눈에 띈 synagogue 와 ‘Star of David‘을 보고나서 갑자기 뭔가를 쓰고 싶은 생각이 들어 숙소에서 하나 날립니다.

16 Comments
필리핀 2010.06.14 18:06  
초록이 동색이라고...
끼리끼리 노는 거지요... ^^
저는 오바마가
참 이해가 안 되요...
역쉬 미국은
이타심보다
이기심이 많은 나라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네요...
sarnia 2010.06.15 00:18  
그러고 보니 미국의 굵직한 전쟁이나 국제음모는 민주당 정권 시절에 벌어졌군요.

1950 한국전쟁-트루만 대통령
1964 통킹만 사건(월남전 확전)-존슨 대통령
1994 영변 폭격 추진 (김영삼이 결사반대 ㅋㅋ) 클린턴 대통령 
1997 아시아 금융위기-클린턴 대통령

간큰초짜 2010.06.14 18:29  

글의 주제와 아무 상관없는 얘기1

- 아바 노래 너무 좋아합니다. 지난주에 유료결제하고 120곡 다운받았습니다.
- 전 강렬한 음악을 주로 듣지만, 대부분 아바 노래에 비할바가 못됩니다.

글의 주제와 아무 상관없는 얘기2

- 언젠가 트윗에서 본 글입니다.
- MB가 읽은 책 보다 노무현이 쓴 책이 더 많다.
- 한참 웃었는데...왜 갑자기 생각났는지는 몰라도 갑자기 생각이 나서 한참 또 웃었네요..ㅎㅎ

나마스테지 2010.06.15 01:29  
가사가 없는 연주곡만 들은 지 오래됐는데요, 아바와 폴 사이먼은 그래도 좋더군요^^
미국서 공부한 '잭 리'라는 분, 아시아의 에너지(아시아너지) 재킷, 전곡 아주 좋습니다.
한국사람들 재주도 참 많은데, 어째 나라 수장을...참으로...답답합니다.
나가서 코리아-라고 말하기 겁납니다.
sarnia 2010.06.15 00:12  

제 생각에...... MB 가 학교졸업 후 책이라곤 한 권은 커녕 한 줄도 안 읽은 것 같고, 끝까지 본 영화나 드라마가 있다면 딱 두 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 야망의 세월
2. 영웅시대

나마스테지 2010.06.15 01:22  

아이들에게 논술공부랍시고 이문열의 삼국지나 읽히고, 그러니까 이 꼴입니다.
MB는 불법으로 50평 두채를 턴 강남 현대에서 공놀이 연습하느라 책을 못읽었습니다.
누구나 하루는 24시간이니까요.

<오바마의 속임수> 노마드북스.2009
: 미국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꼭두각시다... ... ...

sarnia 2010.06.16 03:22  

MB 만 문제가 아니라 지금 정부와 그 주변에 포진하고 있는 분들 전체가 다 맛이 간 사람들 같아요. 아주 '철학이 빈곤'한 사람들이죠. 참여연대 같은 NGO 가 의문사항에 대해 GO나 국제기구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 아주 당연하고도 오랜 관행이지요. 안보리라고 해서 성역도 아니구요. 

문제는 당연한 NGO 활동을 두고 이적행위니 콩가루 집안이니 하면서 상식 밖의 개소리를 늘어놓고 있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관료주의적인 사고방식이야말로 나라망신이고 기절초풍을 할 일이지요. 

'개소리'라고 점잖지 않은 용어를 사용한 거 죄송한데...... 엔간 해야지요. 애~효     

나마스테지 2010.06.16 04:40  

아, 그런데 벤쿠버서 온 부부에게 sarnia 물어보니 잘 모르더라구여.

집권 1년도 안돼 이미 주위포진자들이 등을 돌리고(나중에 살 길 미리 확보할라구)
사람이 없어요, 말하자면 아주 따로 놀고 그러니까 더 엉망이지요.

sarnia 2010.06.16 08:30  
Sarnia 는 나도 가기 전까지 이름도 들어 본 적 없어요. 인구 7~8 만 정도되는 작은 국경도시예요. 더구나 밴쿠버에서는 5 천 km 나 떨어진...... 그러니까 10 년 전 내 닉네임으로 문제없이 등록이 됐겠지.
구엔 2010.06.16 03:40  
지난 주에 또 Sarnia를 지나갔습니다. 물론 머물건 아니고, 그냥 지나치는 길이었지만 sarnia님 생각을 하면서 차를 몰았습니다. 글 잘 봤습니다.
sarnia 2010.06.16 08:25  
ㅎㅎ 시카코와 토론토를 자주 왕복하시나요? 오늘 아침 브라질과 북한 (...남한 기자가 이렇게 표현했다가 거기 감독한테 답변도 못 들었죠) 경기보고 초밥먹고 놀다가 들어왔습니다. 한국에서 이민 온 20 대 남자 5 명이 요리사로 일하면서, 서로 친구인 듯 한 여자 4~5 명이 서브하는 곳인데 정말 잘해요. 밴쿠버 올 때마다 들르는 곳 입니다. 튜나하고 새먼 사시미 두께가 1 cm 쯤 되는 것 같아요. 세 명이 갔는데 한국식으로 초장에 무친 새먼과 튜나를 한 접시 공짜로 주더라고요. 메뉴에 spicy sashimi 라고 돼 있는데 지금까지 뭔지 몰랐거든요.   
청년간호사 2010.06.19 11:14  
저는 거제도 출신인데...

YS 이 꼴통 영감탱이가 더 밉습니다

아놔...
sarnia 2010.06.19 14:01  
거제가 YS 를 최연소 국회의원 만들어 준 지역구던가요. 제가 거제도는 서 너 번 갔었는데 그 중 두 번은 놀러 갔었고 한 번은 업무때문이었습니다. 

YS 는 YH 사건 때, NYT 지 기자회견 사건으로 제명당했을 때, 그리고 1983 년 5.18 기념일을 기해 23 일간의 단식을 시작했을 때...... 등등 최소한 6.29 선언 전까지는 특유의 강단과 승부근성으로 역대 독재정권을 참으로 피곤하게 만든 업적도 있는데...... 1990 년 3 당합당이 그를 대통령 자리에 비교적 쉽게 오르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 개인에게는 일생일대의 정치적 오점으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DJ 하고 화해하고 싶었던 그 마음으로 더 늦기 전에 과거에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과도 화해해야 하지 않을까요......     
manacau 2010.06.19 15:00  
어짜피 남은 2년반 가긴 가겠지요.

근데...  근데 말이죠. 그 이후

집앞 공원에 있는 그네를 보며 매일 절망할까 벌써 걱정 입니다.

말 장난이 아니고 정말로........

아마도 2012년 수도권 부동산 버블의 향배에 따라 정치가 요동 치겠네요.

6년 정도 후에나 태국갈 준비하고 있는데  3년이나 땡겨질까봐.......

조그마한 커피숖 앞에서 비질하고 있는 내 모습을 그리며...................

 

나마스테지 2010.06.19 19:17  

manacau 님, 힘내세요12.gif

하이파이 2010.07.21 16:28  
벤쿠버 제가 가고 싶은 곳이고, 한 번 살아보고 싶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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