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숙소에서 날리는 편지 한 장
오늘 오후의 밴쿠버 날씨는 청명합니다. 새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의 조화가 그림 같습니다. 26 층 숙소 창밖으로는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자락 사이로 inlet (바다의 좁은 만) 의 물결이 선명하게 반짝이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밴쿠버는 제가 가장 좋아 하는 도시입니다. Synagogue 와 mosque 가 한 동네에 평화롭게 이웃 하고 있고, 전 세계 2 백 여 개국에서 모인 이민자들 또는 그 후손들이 여행자가 아닌 시민과 거주자로서 각각의 문화와 언어를 유지하며 공존하는 전형적인 모자이크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천혜의 자연이 아니더라도 이 조건만으로도 살만 한 곳 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화해와 조화의 도시에서 늘 여유롭게 보아오던 synagogue 한 귀퉁이에서 나부끼는 이스라엘 국기를 보고 묘한 반감이 들었다면 제 정서가 좀 천박해 졌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결코 반유대주의자 (anti-semitist)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분명하게 말 하고 싶은 게 한 가지 있습니다. 제가 현재의 이스라엘 정부를 반인륜적 잔혹행위를 반복적으로 저지르고 있는 범죄단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입니다.
하필 이 시기에 그 나라 대통령 시몬 페레스가 한국을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는 사실은 참으로 경악스럽고도 망신스러운 일입니다. 아시다시피 대한민국 정부는 세계의 문명국들이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유엔긴급총회를 통해 이스라엘 정부의 만행을 규탄하는 표결을 할 때 미국의 눈치를 보며 기권을 선언했습니다.
이런 표현 죄송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그 날처럼 대한민국 정부가 수치스러웠던 적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난민구호선에 특공대를 투입해 활동가들을 학살한 만행이 자위권 발동이라고 열변을 토한 범죄단체의 수장과 악수를 나누고 무기거래 에 대한 밀담을 나누었습니다. 한국과 이스라엘珦� 무기 협력관계는 1970 년대 이래 오랜 전통을 가져 온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이스라엘과 교류하는 무기기술들은 극우 Zionists 들이 지휘하는 군대가 팔레스타인의 청소년들과 부녀자들을 포함한 민간인들을 학살하는 데 사용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요 며칠 동안 벌인 외교 행각을 관찰해 보면 마치 전쟁 프로젝트와 무기를 팔아먹는 죽음의 상인들과 완벽한 커넥션을 이루고 있는 국제 범죄조직의 신참 멤버라도 된 것 같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산복합체와 금융자본이 지휘하는 이 국제범죄조직에 대한민국 정부가 언제 가입 신고식을 했는지는 분명치가 않은데, 제 생각에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 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주요연사로 초대받은 것이 일종의 조직원으로서의 커밍아웃이 아닌가 생각 됩니다.
알려진 대로 이 회의에 이명박 대통령을 주요연사로 나설 수 있도록 적극 추천한 것이 미국과 이스라엘이었다는 사실은 시사 하는 바가 많습니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 대한민국이 세계여론의 조롱과 따돌림을 받고 이유 중 하나가 천안함 사건 재조사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이 시기에 그 나라 정부가 벌이는 이런 비양심적이고도 굴욕적인 종속외교 때문일 것입니다.
도대체 이명박 씨는 무슨 정치철학을 가지고 대통령이 된 것 일까요? 그런 게 있기나 한 걸까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처리만 해도 그렇습니다. 주제파악에 서투른 이명박 정권의 오버액션을 이제는 오히려 미국이 나서서 말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사태 직후에는 국무부대변인성명과 백악관 국가정보국 북한담당관 Sylvia Copeland를 통해서 견제와 조정을 했다면 지난주에는 미 국방장관 Robert Gates 가 3 월 26 일 밤 서해상에서 벌인 한미연합군의 해상차단작전의 성격이 대잠작전(anti-submarine warfare exercises)이었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폭로하고 계획된 한미연합해상훈련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함으로써 천안함 사건에 대한 더 이상의 진전을 극도로 경계하고 나선 것입니다.
그 속사정이야 알 수가 없지만 서로 뭔가 ‘손발이 맞지 않는 도둑질’에 짜증을 부리고 있는 모습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쉬러 왔으니까 이만 하겠습니다. 오늘 외출했다가 우연히 눈에 띈 synagogue 와 ‘Star of David‘을 보고나서 갑자기 뭔가를 쓰고 싶은 생각이 들어 숙소에서 하나 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