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전의 이유는 따로 있었다 (경고: 군가 autoplay)
무모함과 무능함을 동시에 갖춘 정치집단=전쟁유발자
11.23 연평포격전에서 미국은 북한에게 참패했다. 군사적으로 참패했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패배했다. 이 사건으로 1953 년 8 월 클라크 당시 유엔군사령관이 북측과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그어놓은 NLL 은 그 의미가 사라졌다. 이에 따라 서해5 도 주변바다는 영해개념은 고사하고 전선개념조차 모호해진 국제분쟁지역으로 다시 떠 올랐다.<?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연평포격전 당시 우리측이 대응포격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이유는 명령권자인 합참의장이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의 허락 없이 대북보복공격명령을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우리측 무기운용체계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두 번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그 진상이 명확하게 알려진 게 없다. 남측 언론들은 군 쪽에서 흘러나온 파편적인 정보를 흘리는 것 외에는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해외군사정보통들이 벌어진 상황을 역추적하거나 주한미군사령부에서 흘러 나온 정보들을 근거로 그림을 그리고 있을 뿐이다.
군사정보통들의 의문은 왜 그 날 기동영상장비와 대포병레이더, 그리고 K-9 자주포의 사격통제장치가 먹통이 되었는가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신문에 보도된 사실만 확인해도 북한군의 포격과 동시에 다음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 14 시 24 분 연평면사무소의 CC-TV 가 작동을 멈췄다.
2. 14 시 24 분 연평도에 설치된 경계용 영상감시장치가 작동을 멈췄다.
3. 14 시 24 분 연평도의 한국군 포사격 훈련을 촬영 전송하기 위해 군용트럭에 설치한 이동영상장비가 작동을 멈췄다.
4. 비슷한 시간 대포병 탐지레이더(AN/TPQ-37) 도 작동을 정지했다.
5. K-9 자주포에 설치된 자동화 사격통제시스템이 먹통이 됐다. 특히 4 번 포는 격발 중 사격통제장치가 작동을 멈춰 포신파열 사고를 냈다.
하루에 아이가 하나 씩 죽어나갔다는 여고괴담 스토리가 아니라 한 날 한 시에 한꺼번에 무용지물이 된 대한민국 무기운용시스템 이야기다.
그리고나서 다음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단다.
"연평도의 무선통신망이 작동을 정지했기 때문에 해병연평부대 지휘통제실과 방공레이더기지는 눈뜬 장님이 되었고, 이에 따라 유사시 전쟁지휘본부가 될 청와대 지하벙커에 있는 위기관리센터와 한국군 2함대사령부에 설치된 해군전술지휘체계(KNTDS), 한국군 합참본부 지휘통제실, 경기도 성남 청계산에 있는 미국군 전구지휘소(Theater Command Post)인 전술공중해상지상작전센터(TANGO)에서는 연평도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일체의 보고를 받을 수가 없었다."
북한군의 해안포탄이 자국영토에 우박처럼 작렬하는 그 시간에 대한민국의 국군통수계통은 그 기능이 마비된 채 완전 호구가 버린 것이다.
이 날 한국군의 조치란 고작 유선통신의 도움을 받아 현지의 대령급 지휘관 (해병연평부대장)이 수동조작으로 자주포 80 발을 발사한 뿐이다. 이 자주포탄은 막사 근처에 떨어진 단 한 발을 제외하고는 모두 엉뚱한 곳에 투하되거나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군에 대한 ‘감각’ (지식이 아니라)이 거의 없는 대한민국 대통령은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1 분에 여섯 발이 발사된다던 자주포를 왜 1 분에 한 발밖에 못 쏘느냐”고 길길이 뛰었고, 역시 연무대 구경조차 한 적이 없는 보좌관은 귓속말로 “3 분이 지나면 포신이 뜨거워져 1 분에 한 발밖에 못 쏜다” 는 통밥보고를 올렸다.
한국군 전시작전지휘권을 보유하고 있는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은 포격 직후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북측에 공격중단과 정전협정 준수을 요청하는 전문을 보내는 한편 북미 장성급 회담을 제안하는 매우 파격적인 온건책을 구사했다. 점령지역의 본토가 포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데프콘이 아닌 평시비상 (대간첩작전 등)에 해당하는 진돗개를 발령함으로써 교전의사조차 공개적으로 포기했다. 이건 아주 의외였다.
대한민국 국방부는 대체 그날 연평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숨기지 말고 밝혀야 한다.
가장 궁금한 것은 왜 서로 영해권을 주장하는 민감한 지역에서 북측의 거듭된 사전경고에도 불구하고 무려 6000 여 발 (백령도 연평도 각각 약 3000 여 발) 에 달하는 도발적인 포실탄사격 훈련을 벌인 것인가 하는 것이지만, 우선 대한민국 국군은 북한의 전자전 (EMP) 공격에 대한 유효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부터 알리기 바란다.
“자위권을 발동해 공군전력을 이용하면 북한의 포병진지를 완전 무력화 시킬 수 있다” 는 가당치도 않은 큰소리를 치기 전에 먼저 연평포격전 패전 원인부터 정직하게 실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