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교회 다니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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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교회 다니시나요?

sarnia 9 910

서구 기독교는 진화론을 수용한 지 오래다 (sarnia 가 예전에 끄적거렸던 글 중에서……)<?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재판정 망신사건으로 유명해진 지적설계론자 Michael J. Beche 1996 년 진화론 비판에 ‘irreducible complexity’ (환원불가능한 복잡성)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진화론이 검증 불가능한 가설에 불과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생명체는 M16 자동소총과는 달리 분해결합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그 말은 맞는 말이다.

 

원래 창조신화 신봉자였다가 지적설계론자로 진화한 그의 사상은 진화의 누진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그의 말대로 환원불가능할만큼 복잡하게 얽혀버린 자연계의 생물체와는 달리, 갑자기 빠른 속도로 진화한 것이기에 별로 신뢰할만한 사상 같지는 않다. 그의 말을 역으로 인용하자면 그의 급조사상이야말로 ‘reducible simplicity’ (환원 가능한 단순) 하기 짝이 없는 사상이다. 200 년간이나 연구업적을 쌓아온 진화론을 통째로 표절해다가 각색한 다음 창조주라는 말만 결론 부위에 덧붙이면 되니 편리하기가 이를 데 없는 사상이기도 하다.

 

Beche는 펜실베니아 지적설계론 사건 재판 때(이 유명한 사건은 언젠가 게시판에서 소개한 적이 있으므로 재론은 생략한다) 부정직한 발언으로 망신을 톡톡히 당한 적이 있는 사람이다. 그는 면역계에 대한 진화론적 근거를 반박하면서 증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한 적이 있는데, 재판 당시 반대측 변호사가 제시한 면역계의 진화에 관한 논문 58 편과immunology(면역학) 저서 9 권 중 그가 제대로 읽은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탄로 나고야 만 것이다.

 

계속될 질문과 탐구의 영역을 이데올로기로 채우려 한다는 점에서는 지적설계론(The Theory of Intelligent Design) 역시 본질상 창조신화와 다른 사상이 아니다. 그런데 나는 지적설계론을 이 자리에서 비판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내가 며칠 전부터 마음을 고쳐먹은 게 하나 있는데 그건 다름이 아니라 수구적인 종교사상이 과학과 문화의 발전을 저해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이다. 화학과 신학처럼 분야가 전혀 다른 학문도, 근본주의나 유물론처럼 화해가 불가능할 것 같은 사상도 서로에게 자극 받아가며 다 함께 진화를 거듭해왔다. 이런 과정을 편리하게 사회적 긴장과 압력이라고 불러도 좋다.

 

이제는 학자라기보다는 연예인이 되어버린Richard Dawkins는 그의 가장 유명한 저서가 된 The God Delusion 에서 이런 고백을 했다. 켐브리지에서 신학자들과 토론을 하면서 감히 자신이 하나님을 복잡하게인식하려 했는데, 신학자들로부터 Dawkins 하나님 인식론에 대한 비판을 받고 느낀 게 많다는 고백이었다. 반성까지는 아닌데 어쨌든 Dawkins는 그 경험을 통해 최소한 하나님을 단순하게받아들이려는 신학자들이 부정직하다는 인상은 받지 않았다고 털어 놓았다.

 

도킨스 교수와 김국도 목사가 같이 백분토론에 나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해외에서 김국도라는 감리교 목사는 목사로서 보다는 후배 목사의 귀싸대기를 갈긴 사건의 주인공으로 더 유명하다) 1976 (검색해서 확인하지는 않았는데 아마 내 기억이 맞을 것이다)에 벌어졌던 알리(권투선수)와 이노끼(레슬링 선수)의 한판 대결처럼 엄청난 입장료를 내고 들어 온 관전객들의 분통을 터뜨리는 싱거운 순환논쟁이 되지 않을까? 그러다가 김국도 목사는 , 이런 자식이 다 있어?’ 하며 싸대기를 한 방 날릴지도 모르겠다. 교회에서 새는 바가지가 방송국에서 새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그래도 그 두 사람은 상대에게 무언가를 자극 받고 교훈을 얻을 것이다. 김국도 목사는 집에 돌아와서 저 자식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그렇게 길게 지껄인 것인가씩씩거리면서도 가금 떠올릴 것이고 도킨스는 저 미치광이 같은 목사가 왜 갑자기 자기 뺨은 후려갈긴 것인가에 대해 곰곰 생각할 것 이기 때문이다. 

 

지적설계론이란 진화론과의 사회적 긴장과 압력을 통해 창조신화가 스스로 변화한 모습이다. 우주와 생명의 세계를 학습해 가면서,

사상의 차이를 떠나 모두가 동의할 수 밖에 없는 막연한 진리는 이 세상의 어느 것도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개념은 비단 자연계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인간들간의 사회관계에서도 통용되는 철학이다.

 

도킨스의 가장 큰 문제는 종교와 인문학의 세계를 자신의 영역인 과학적 인식론의 방법으로 환원시키려 했다는 점이다. 앞서 소개한 하나님 인식론에 대한 그의 고백은 이런 한계를 그가 최근에야 깨달았다는 사실을 반증해 준다. 이런 한계 때문에 그가 이전까지 종교를 비판한다면서도 고대문서인 유대교경전 (구약)과 기독교경전 (신약)을 향해 주로 펀치를 날려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한마디로 시체에다 칼질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종교 문화적 환경과 사회적 인식, 그리고 과학적 동기가 각기 다른 방법론으로 인간에게 작용하면서도 상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너무 간과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서구 보수기독교는 진화론을 수용한지 오래다. 분명히 보수기독교라고 했다. 몇 년 전 The Times 가 교황청이 진화론을 창조신화와 양립 가능한 이론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보도를 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펜실베니아 도버 사건 등 망신스러운 일들을 겪으면서 지적설계론도 하루가 다르게 진화해 가는 모양인데, 사실 이 사상은 전래의 성서무오설과 축자영감설을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하므로 그나마 근본주의 입장을 견지하는 신자들에게는 이단사설이 될 수도 있겠다.

 

아직도 하나님이 약 6000 년 전에 6 일간에 걸쳐 만물을 창조했다는 說話를 실화로 알고 있는 상당수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이런 서구 기독교 사상의 혁명적인 변화를 접했을 때 기분이 어떨까?

 

9 Comments
간큰초짜 2010.08.02 19:26  
흠흠..저 크리스쳔입니다. 나름대로 독실합니다. 얼마만큼 독실하냐 안하냐는 말로 설명할수도 가늠할수도 없는 부분이기에 생략합니다.

사니아님 글에 반론을 제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일단 글의 내용이 크리스쳔을 비난하는 그런 내용이 아닐뿐더러 사니아님 사모님도 목회자시고 사니아님도 과거에는 크리스쳔이셨다고 하시니 이 글은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인 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현실에서 많이 힘들땐 흔들리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신앙이 있기 때문에 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이고, 그게 꼭 기독교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불심이 넘치는 분들도 불심으로 고난을 이겨내는걸 봐왔고, 내 신앙과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그 불심에 대해 폄하하지도 않습니다.

기독철학, 진보기독, 보수기독 등 사실 용어가 어렵습니다. 대한민국의 교회도 정치판과 마찬가지로 너무 세상스럽습니다. 그래서 단체라는 것이 솔직히 반갑고 달갑진 않습니다. 저 가운데 진정한 크리스쳔-예수와 닮은 삶을 살고자 하는-이 몇이나 될까 생각해보면 아마 제 열손가락도 남을 정도 일것입니다.

제 스스로 내린 결론(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계시는 많은 목사님들의 설교와 진실, 기업화되어가는 교회, 그리고 기독교 관련 철학과 연구 결과 등)은 '제 알 바 아니다' 입니다. 좀 생뚱맞죠? 모든건 감히 사람이 사람의 지혜나 지식으로 밝혀낼 수 없는 것을 스스로 또는 타인에 의해 지혜롭다 칭송받는 "사람"에 의해 밝혀진 것일 뿐입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한계에 부딪히는 것입니다. 내세에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밝혀졌다 해도 증명할 수 있는 건 과학적인 증거여야 하고, 또 언젠가는 다른 과학적인 증거에 의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것입니다. 수천년간 반복되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여전히 논쟁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지혜로 밝혀낼 수 있고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사실에 대해서는 더이상 논쟁이 없지 않습니까?

'오라오라병에 걸리면 태국에 가야 치유된다' 뭐 그런...
sarnia 2010.08.03 12:33  
종교란 집단적 이데올로기가 되기 보다는 인간의 한계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기독교의 문제는 종교가 종교가 아닌 권력화했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단지 한국 교회의 대형화 기업화의 문제만이 아니고 AD 313 년 황제종교로 등극하기 전 권력확보와 정경채택과정에서부터 비롯된 문제 같습니다. 이 주제는 좀 더 전문적이고 치밀한 토론이 필요한 부분인데, 저는 기독교를 교의화한 사도바울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신학계에서는 토론이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90 퍼센트 이상이 근본주의인데다가 마녀사냥꾼이 득실거리고 신학과 교회의 '밥줄분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한국 기독교만 침묵하고 있을 뿐 이지요.

오늘은 civic holiday 휴일인데 에드먼턴 각 민족-문화 축제인 헤리티지 페스티발에 갔다 와서 사진 정리하고 있습니다.^^ 모두 스냅이라 좋은 게 없군요-_-
즐거워라~ 2010.08.17 22:29  
평소에 관심분야가 아니라 말씀하신 인물과 사건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는 모르겠으나, 대략 이해(오해?)가 가네요. 모태신앙으로 고교시절까지 교회만 보고 살다가 어느 한순간 '시험에 들린 어린 양'이 되어버린 사람인지라... 과학을 신앙속에서 합리화하려던 시도, 과학의 눈으로 신앙을 분해하려던 노력 모두 낯설지 않네요.
sarnia 2010.08.18 08:59  
요샌 대한민국방에 잘 들어오지 않는데 뜻밖에 즐거워라~님의 댓글을 보니 반갑습니다.

진화론 창조론을 둘러싼 논쟁은 말씀하신 그 두 부류의 사람들이 벌이는 식상하고 진부한 싸움이지요.

그것보다 저는 "시험에 들린 어린 양" 이라는 말씀을 들으니 얼마 전 논란이 됐던 길 잃은 양에 대한 신학적 해석을 두고 논란이 일어났던 일이 생각납니다. 원전의 해석을 제대로 하려면 '길 잃은 양이라는 부정적 의미가 아니라 '길 떠난 양'이라는 긍정적이고 전향적인 개념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죠.

지난 겨울 밴쿠버에 갔다가 나그함마디 문서 중 하나인 도마복음 원전 해석과 주석을 그 책의 필자로부터 한 권 얻어다 읽어보고 무척 놀란 적이 있습니다.

기독교에 대한 패러다임 전체가 뒤 바뀌고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아, 참, 마치 신학자 처럼 이야기해서 죄송한데 저는 그 분야와 전혀 관계없는 '일반인' 입니다. 굳이 관계가 있다면 와이프-자형-외할아버지(작고)-외삼촌들-일부 제 친구들- 등등 목사 아니면 신학 이나 종교학을 한 사람들이 주위에 포진하고 있는 이유로 줏어들은 게 좀 많다고나 할까요? ㅎㅎ)
kairtech 2010.08.28 10:02  
저는 문외한입니다
일단  글이길면  읽지않습니다
짧은글로 이해시킬수없다면
글이길어지고  논리적으로비약을 거듭하다보면
글이길어집니다

가장함축적인 단어  개혀?
웃자고한  이야기임
sarnia 2010.08.31 13:19  
오랜만에 대한민국방에 들어왔어요^^

kairtech 님과 저는 너무 공통점이 많은 것 같아 반가워요.

첫째 저도 문외한이구요^^ 둘째 저도 긴 글은 아예 읽기를 시작하지 않는답니다~
Pole™ 2010.10.05 03:50  
기독교의 여호와와 이슬람교의 알라를 둘 다 하나님이라고 하더군요.
종교는 사람이 만든 관념이자 이데올로기입니다.
나마스테지 2010.10.27 01:20  
R. 도킨스와 의견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정기적 모임(회합)이 있다는데(영국),
도킨스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말하기를,
"아이고, 도킨스를 교주로 모시는 신흥종교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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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 2010.11.14 19:49  
이시대 최대의 사기는
종교와 보험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가 있습니다..ㅎㅎ

sarnia님의 넓은 학식에 존경을 드립니다.
가끔 그렇구나 배울수 있어서요.. 태국 북부에 골프장 짓는 교회 목사도 있으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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