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5029
한동안 사라졌던 ‘북한 급변사태’라는 말이 오늘 다시 등장했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이 용어를 사용한 건 오늘 오후 (북미 산악표준시각) 조선일보 기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2/15/2011021500058.html) 인데 한미 양국군이 이달 말부터 실시하는 Key Resolve-독수리 연습 개념을 ‘북한 급변 사태 및 국지 도발 상황으로 변경한다는 게 이 신문보도의 골자다. 나는 이 보도를 접하자마자 기존 훈련 개념인 작전명 5027 과 갑자기 변경해 각 부대에 하달했다는 작전명 5029 가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검색작업에 들어갔다.
작년까지 실시했던 작전명 5027 은 그 작전 개념도를 토대로 살펴보면 전면전 발발을 전제로 한 일종의 북침전쟁 예행연습인데 전쟁이 발발하면 약 69 만에 이르는 미국군 증원병력과 5 개 항모강습단을 파견하여 북한 주요도시를 함대지 및 공대지 미사일로 집중공격하고, 북한 본토 해안을 통한 대대적인 상륙작전 및 지상군 투입, 평양 포위 공격, 북한 인민군 격멸, 북한 정부 전복을 단행한다는 시나리오가 훈련의 골자다.
이에 비해 올해 연습부터 갑자기 도입하기로 한 작전명 5029 는 기존 작전개념 + 김정일 위원장 유고 등 6 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북한 내전과 중국군의 북한 진주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데, 현재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전략미사일을 장악하는 것을 이 작전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에 공개한 공식 어젠다에는 WMD 라고 쓰여있지만 이 임무를 수행할 미국군 특수부대의 최우선 목표는 현재 미국이 가장 필요로 하고 있는 핵무기와 미사일 기지 장악이 될 것이고 두 번 째 목표는 핵 관련 주요 과학자들과 무기기술자들을 체포하는 작전이 될 것이다.
이집트 혁명 등에서 보여준 미국 정보기관의 신통치 않은 정보 능력으로 비추어봤을 때 과연 그들이 북한의 핵무기 위치와 과학자 명단 및 주거지정보를 확보하고 있는지 몹시 의문이긴 하지만, 미국이 무언가 새 정보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갑자기 그 말썽 많은 군사연습을 보다 공격적인 개념으로 격상시켰을 리가 없다.
불과 몇 주 전 까지만 해도 국방부와 국무부 소속 고위관리들을 서울에 파견해 이제부터는 북한과 잘 사귀어야 한다며 남한 등 떠밀기에 매진해 온 미국과, 그런 미국의 변화한 모습에 황당해 하고 슬퍼하며 연일 원더걸스의 ‘nobody but you’ 만 부르다 결국 선 보는 자리에서 상대방의 퇴짜를 맞고 돌아온 남한의 모습을 반추해 보면 최근 며칠 사이에 무슨 천지개벽을 할 일이 또 벌어진 것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에 이어 나온 연합뉴스 보도에 의하면 이번 연습에는 천안함 미제사건이 발생했던 지난 해에는 참가하지 않았던 미국군 태평양지구사령부 소속 항공모함 (보도에는 그냥 해군 소속이라고 씀)이 대규모 대기병력을 싣고 이 연습에 참여한다. 항공모함이 연습에 참여한다는 것은 해상-공중-지상 공격을 동시에 수행하기 위한 대규모 항모강습단이 한반도 해역으로 진입한다는 의미이고, 이것은 올해 한미군사연습이 사상 유래가 없는 대규모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북한에 대한 공격개념으로 실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대체 지난 며칠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지난 주 이명박 정권이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의제문제로 북측의 자존심을 자극하고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 재개를 한미군사훈련이 대대적으로 실시되는 2 월 말로 하자고, 망언에 가까운 농담 같은 제안을 북측에 한 것은 어차피 남한이 대화재개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단지 미국의 강요에 못 이겨 마지못해 그 자리에 나갔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반증해 준 대목이라고 해석해 왔었다.
그러나 역으로 그 어처구니 없었던 남한의 외교적 결례의 배경을 면밀하게 상고해 보면 남북군사실무자회담이 추진되고 진행되던 지난 며칠 사이에 군사회담을 그런 식으로 어처구니없는 방식으로 집어치워도 무방할 정도의 또 다른 상황이 새롭게 발생해서 전개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도 든다. 지난 두 세 달 간의 미국의 대북유화태도의 전개과정은 오늘 보도된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의 작전개념 변경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심어 놓은 간첩이 없는 이상 그 작자들의 속내를 알 도리는 없지만 드러난 상황전개를 통찰할 수 있는 ‘감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면 지금 한반도 정책과 관련된 미국 정부 핵심의 기류가 불길한 방향으로 변화-그것도 아주 갑자기-하고 있다는 '이유있는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시각과 촉각을 한 시도 뗄 수 없는 참 위험한 시기임에는 분명하지 않을까?
2011. 02.14 <?xml:namespace prefix = st1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smarttags" />17:50 edmonton 에서 sar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