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1 주년, 한국인들이 꼭 봐야 할 영화 한 편
유튜브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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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천안함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놀라 자빠질 정도로 충격을 받고 그날 밤 중으로 써 올린 글입니다. 같은 주제로 글을 쓸 때 매체용 따로 게시판 용 따로 쓸 수가 없으므로 일단 제가 관계하는 매체에 이 칼럼 원고를 보낸 뒤 게재되기를 기다렸다가 이제야 게시판에 올립니다. 이 곳에 처음 올린 글이 아니므로 최초로 게재한 해당 매체를 링크합니다.
http://www.ecumenian.com/news/articleView.html?idxno=8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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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 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천안함 사건이 북한에 의한 피격에 의해 발생했다고 믿는 국민이 80.0 % 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함이 북한에 의해 피격됐다고 믿는 국민 비율은 지난 해 11 월 23 일 발생한 연평도 포격전 이후에 갑자기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지난 해 5 월 20 일 민군합동조사단이 진상조사결과를 발표한 이후 조사결과를 보강해 주는 증거보다는 그 진상조사결과가 엉터리임을 시사하는 반증이 압도적으로 증가해 왔는데도 불구하고 진실규명의 방향과는 거꾸로 된 여론조사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천안함 사건과 별개의 사건인 연평도 포격전이 이 사건에 대해 감정적 판단을 하도록 심리적인 유도작용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공자 (孔子)의 팬은 아니지만 그가 오늘 살아서 이런 여론조사결과를 목격했다면 이런 말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군자는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를 관찰하지만 소인배들은 ‘누가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에 만 관심을 집중한다”
사고를 과학적으로 하지 않고 선입견에 사로잡히게 되면 항상 편견에서 비롯된 잘못된 질문만 하다가 엉터리 대답을 만들어 내기 일쑤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합조단이 발표한 진상조사결과라는 게 그 잘못된 질문에서 출발한 엉터리 대답이었다. 합조단이 유일한 증거물로 제시한 어뢰추진체 잔해에 생성된 흡착물질은 용의자의 행위를 증명하는 필요조건을 만족시키는데 일단 실패했다.
이미 잘 알려진 이 분야의 어느 해외전문가는 “합조단 스스로도 그 어뢰추진체 잔해의 흡착물질이 폭발의 결과로 생기는 산화알루미늄이 아니라, 거꾸로 수산화알루미늄임을 입증하는 'EDS(에너지 분광 분석)' 데이터를 최종 보고서 부록에 올렸다” 고 밝힌 바 있다. 수산화알루미늄이란 쉽게 말해 바닷물 속에 오래 잠겨 있으면서 생긴 부식에 의한 녹을 말한다. 보고서 부록에는 뒤늦게나마 바른 소리를 써놓고 정작 발표문에서 다른 소리를 했다면, 합조단에 속한 일부 과학자들이 조사는 ‘과학적’으로 했는데 합조단이 조사결과 발표를 ‘정치적’으로 했다는 이야기다.
어이없게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데 그냥 넘어가버린 문제가 있다. 사건 당사자인 대한민국 국방부가 지난 해 11 월 초, 어뢰추진체 잔해 안에서 침전물이 부착된 조개가 발견되자 이 조개와 조개에 붙어있던 침전물을 제거해 버렸다는 사실이다. 조개와 침전물은 이 어뢰추진체 잔해가 천안함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결정적인 증거인데 이를 함부로 훼손하는 중대한 증거인멸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대한민국 국방부의 이 중대한 증거인멸 행위는 그로부터 19 일 후에 일어난 연평도 포격전을 계기로 더 이상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말이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다른 대부분의 정황과 조건들이 합조단의 진상조사결과를 부정하고 있는 판국에 그들이 유일무이하게 내놓은 증거인 어뢰추진체 잔해마저 사건 연관성에 대한 과학적 증명이 실패했음은 물론이고 그 증거의 채택과 보존 절차에 중대한 오류가 발생했다면 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증거능력을 상실해 버린 그 1 번 어뢰인지 뭔지 하는 허깨비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처음으로 돌아가서 사건진상규명을 위한 새로운 시각을 열 수 있다. 이 사건은 민간인 선원들과 해군 구조대원을 포함해 50 여 명의 인명이 희생됐을 뿐 아니라 1964 년 8 월 2 일 발생한 통킹만 매독스호 어뢰피격사건과 유사하게 전쟁위기를 촉발하는 기능까지 한 중대한 사건이었다. 따라서 영구미제사건으로 남겨져서는 안 되는 사건이기도 하다.
지금으로부터 1 년 전, 그 깜깜한 서해바다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나는 이 글을 쓰기 직전 조용히 눈을 감고 그날 밤 그 초계함의 진행항로를 다시 생각해 봤다.
기록에 따르면 그 초계함은 2010 년 3 월 26 일 오후 9시 21분 57초에 연화리 해안에서 2.71km 떨어진 해상을 항해하던 중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 그 때부터 갑자기 방향을 틀어 약 3분 동안 서북쪽으로 607m 더 항해했다. 오후 9시 25분에 연화리 해안에서 2.89km 떨어진 해상에서 초계함의 위치가 해군전술지휘체계 모니터에서 사라졌다. 이 초계함에 무슨 이상이 생겼던 것일까? 이 배가 갑자기 섬을 향해 항해를 시작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무슨 일인가를 당한 뒤 약 3분 동안 서북쪽으로 607m 이동하는 과정에서 침수가 시작된 이 포항급 초계함은 어느 순간 무게균형이 깨지는 바람에 함수와 함미가 둘로 쪼개졌다. 함미가 먼저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함수는 조류에 밀려 떠내려 오던 중 긴급구조요청을 받고 현장에 달려온 고속정과 해경이 발견했다. 그때까지 물에 떠 있었던 함수 위에 몰려있던 승조원들이 해경에 의해 구조됐다. 구조 이후에도 함수는 계속 조류를 따라 떠내려가다가 백령도 남쪽 해안에서 약 2km 떨어진 해상에 바닷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선체가 절단된 후 상당한 시간 동안 섬과는 반대방향으로 표류를 했는데도 그 거리가 2 km 에 불과했다는 것은 당초 이 초계함이 섬에 얼마나 가까이 근접했었는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초계함의 위치는 열상감시장비에 자동으로 기록될 뿐 아니라, 사고 순간을 포함한 항해경로가 KNTDS에 좌표로 나타났으므로, 군 당국은 처음부터 사고위치를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게 옳다. 다시 말해 군당국은 함수와 분리된 후 46 명의 승조원들을 안에 가둔 채 먼저 바닷속으로 사라진 함미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군 당국은 사고지점과 멀리 떨어진 해상에서 가라앉은 함미를 찾는다고 사흘 동안이나 시간을 낭비했다. 해군의 첨단수색장비가 사흘이 지나도록 못 찾았다는 함미는 어선이 어군탐지기로 수색을 시작한 지 수시간만에 찾아냈다.
‘어떻게’ 보다 ‘누가’ 에 집착하다 보면 당연한 의심도 묵살하게 되고 자기가 믿고자 결론에 도달하는데 유용한 정보들만 선택적으로 신뢰하게 된다. 지금은 누가 그 사건을 저질렀느냐 하는 걸 따질 단계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합조단이 제시한 유일한 증거인 어뢰추진체 잔해는 잘못된 증명과정과 잘못된 증거보존절차에 의해 그 증거능력을 상실했다는 게 내 생각이다. 1 년 동안 시간낭비를 한 셈이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이 사건 재조사를 시작해야 한다.
북한을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분노하는 건 이해가 간다. 그러나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증명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함부로 그 분노를 드러내서도 안 될 뿐 아니라 함부로 의심조차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지금 합조단이 손에 움켜쥐고 있는 ‘녹슨 잔해’는 결코 진범을 굴복시킬만한 무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방부가 자기들이 훔쳐간 조개에 대해 변명을 늘어놓던 2010 년 11 월 4 일, 공교롭게도 같은 날 극장가에서는 흥미로운 영화 한 편이 개봉됐었다.
제목은 ‘돌이킬 수 없는’ 박수영 감독의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 누구나 ‘세진 (이정진 분)이 범인일 수 밖에 없다’ 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영화의 반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고급관객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이 영화에는 중요한 대사가 하나 나온다. 아동성범죄 전과자인 ‘세진’이 일곱 살짜리 소녀를 살해한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형사에게 후배 형사가 던진 질문이다.
“진짜 범인을 잡고 싶으신 겁니까? 아니면 그 놈 (아동성범죄전과자) 을 잡고 싶으신 겁니까?”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소행일 수 밖에 없다’ 고 확신하는 분들은 꼭 한 번 볼만한 영화다.
노파심에서 덧붙이는 말인데, 이 글을 읽으시고 북한을 두둔한다느니 친북이라느니 이런 소리만큼은 하지 말기 바란다. 그건 나로서는 정말 억울한 소리다. 나는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다’ 라는 말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다만 합조단이 조사의 결론에 이르는 과정과 절차가 잘못됐을 뿐만 아니라 다른 입장을 가진 전문가들의 반론에 맞서 자기가 한 진술을 과학적으로 재증명하지 못했으므로 ‘범인기소’에 실패했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기둥 같은 특이사항은 전혀 없었습니다”
천안함 사건의 모든 진실은 그 안경 끼고 똘망똘망하게 생긴 견시병의 눈동자 속에 들어있을 것이다.
좀 이성적으로 살자. 소인배처럼 함부로 의심하지 말고……
2011, 3.22 <?xml:namespace prefix = st1 />22:30 (MST) 3.23 13:30 (TST) sarnia